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20200220) △△도서관에서 청년책방 '떠독' 모임

by 긜잡이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 : 김지혜

한줄평 : 누구나 차별하는 사람, 차별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떠도는 독서모임 '떠독'

이번 청년책방 모임은 기존에 하던 ○○도서관이 아닌 △△도서관에서 하게 되었다. 이유는 은지 누나가 ○○도서관에서 △△도서관으로 부서 이동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아리 이름도 새로 지어야 했다. 처음 '청년 책방'이란 이름을 지을 땐 급히 만들어 특색 있는 이름을 짓지 못하였는데 이번엔 우리들만의 아이덴티티가 뭍은 듯한 이름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이름은 바로 '떠독'이다. 서류상에서는 '떠드는 독서모임'으로 표현하였지만 실제 우리는 '떠도는 독서모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정착하지 못하고 매달 장소를 달리 해야 하는 우리의 사정과 굉장히 맞닿아 있어 개인적으로 잘 지은 이름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떠독 인원은 총 6명이고 이번 2월 모임에는 5명이 모였다. 글을 작성하다보니 수현이 형이랑 재윤이형의 이야기가 없어 3명이 모인 것처럼 보일까봐 미리 얘기하고 글을 시작한다.





늦었지만 열심히



2020년 2월 13일. 독서모임을 한 주를 앞둔 내 독서량은 0%로였다. 아니 0%로도 못 미쳤다. 책을 구하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올해 한 책 읽기 책으로 선정되어 가뜩이나 책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근무하는 도서관 근처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생겨 2월 말까지 휴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기 있는 책인 만큼 근처 서점만 가도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이미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데 익숙해진 나는 서점에서 돈 주고 책을 구하는 것이 아깝게만 여겨졌다. 하지만 일주일이 남은 이 시점에 돈이 아깝고 자시고를 할 수 없었다. 나는 영등포에 있는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사 부랴부랴 읽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



너무나 다행히도 책은 술술 읽혔다. 하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가 생겨 읽는 내내 불편해졌다. 이 책의 주 이야기는 특권이다. 상대적으로 봤을 때 우리는 수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지만 그 특권이 너무나 당연스러워 차별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물론 이 책에 와 닿았던 이야기들도 많았다. 제주 예맨 난민에 관한 선입견이라던지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흔한 차별이라던지, 하지만 어느 순간 읽으면 읽을수록 피로감과 불쾌함이 몰려왔다. '옳은 말인 건 알겠는데 내가 왜 이렇게 혼나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나에게 배가 불러 음식을 다 못 먹었을 때 저 멀리 아프리카에는 음식을 못 먹고 죽는 사람이 있다고 잔소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은 영리하게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도 차별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어져 있어 나의 이런 생각도 죄책감이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책을 30%로 빠르게 읽고 확신했다. 이 책은 나랑 안 맞는다.






'떠독'의 이야기




이번 독서모임에 나는 할 이야기 많기도 많이 없기도 하였다. 이유는 책을 다 읽지 못했는데 그 읽은 부분에서 할 얘기가 무궁무진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독서모임 올 때부터 굉장히 궁금했다. 다행히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없진 않았다. 그 친구는 바로 병구였다. 병구는 이 책의 저자가 너무 치사하다고 생각하였다.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조금씩 얘기 나오던 문제 제기를 한 곳에 모아 얘기했을 뿐 그 어떠한 해결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병구의 이러한 아쉬움에 대해서 은지 누나는 여전히 문제제기는 필요하고 아직도 부족하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나는 병구의 의견에 조금 가까이에 있는 편이었고 대다수가 문제제기가 있는 것이 좋다에 기울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병구는 이 책에 들어 있는 수많은 참고자료를 믿음직스럽지 못하여서 불만이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 대통령 후보들과 하는 토론에서 실언을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그 내용의 의구심을 품은 병구는 실제 토론 내용을 확인해보니 상대 후보의 공격적인 질문에 간략하게 대답했을 뿐 책에 표현되어 있는 정치 후보자의 실언으로 보긴 어려웠다. 거기에 추가로 남녀 임금격차에 대한 통계적 오류도 여성이 차별받고 있는 것처럼 등장하고 있었다. 즉 병구는 작가는 객관적인 수많은 자료를 가져온 것처럼 보이나 실제론 자기 입맛에 맞게 골라 재해석했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 역시 나와 생각이 같았다.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가자 우리는 어떻게 책에 나와 있는 질문들과 통계들에 옳고 그름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로 화제가 전환되었다. 책에서 나와 있는 글과 그에 근거가 되어주는 각주의 참고자료는 누가 보더라도 쉽게 믿게 되는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은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도 자주자주 찾아보자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아무리 봐도 만족할 수 없는 해결방안이었다. 도서관 사서로써 정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지만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이 조금 슬프게 느껴졌다.






다음 독서모임은 어디서? 무슨 책으로?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숙연해진 시간이 많아졌다. 어느덧 10시가 가까워졌고 계속 숙연해진 채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심지어 다음 달 책도 못 정했으니 이만 마무리를 해야 했다. 다음 달 장소는 우선 미정으로 정해졌다. 이번에 모인 도서관은 전에 도서관보다 오르막길이 있다는 것 빼곤 독서 수다를 떨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도서관의 으뜸(?)의 허락을 받기 전이기 때문에 차선책을 생각해야 했다. 무엇보다 책도 정해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없어 카톡방에서 얘기하기로 하고 급하게 정리를 하고 도서관을 나왔다.

하늘은 처음 도서관에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어둑해져 있었다. 다들 일 끝나고 모였기 때문에 즐겁지만 피곤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다들 피곤한 작별인사를 마치며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이 날 연차를 써서 컨디션은 최고였다. 무엇보다 설레어서 돌아가는 길이 피곤하지 않았다. 다음 달엔 무슨 책을 하게 될까? 또 어떤 새로운 것을 알게 될까? 독서모임은 어느새 나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할 수 있게 해주는 모임으로 바뀌었다. 모임 자체도 즐겁지만 또 어떤 것을 알게 될까? 설렌다. 뒤의 이야기이지만 다음 모임은 3월 27일 금요일이고 책은 '방구석 미술관'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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