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20200117) OO도서관에서 '청년책방'

by 긜잡이

일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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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장류진

한줄평 : 2030 청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이야기 혹은 모든 '타인'들




운명적 만남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우연히 이 책을 마주하였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 신간 도서답게 책의 디자인은 매력적이었고 문구 역시 호기심을 크게 자극시켰다. 책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연분홍 한 표지 색의 묘한 매력 때문이었는지 이상하리만큼 신경이 이 책으로 향해 있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하던 업무마저 미룬 채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책은 알고 봤더니 한 작가의 소설집이었다. 그것도 신예작가 작품이었다. 나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그전에 읽었던 소설집이라면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책뿐이었는데 그 책의 에피소드를 읽는 내내 매우 괴로워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오직 두 사람'처럼 과하리만큼 감정의 극단과 설정의 모호함을 오고 가는 작품성만을 부각한 작품은 아닐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우려와는 다르게 이 책의 첫 에피소드부터 매료되어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몰입되는 만큼 독서의 진도는 느려졌다. 한 문장 읽을 때마다 웃음이 터지기도 메모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문구들이 넘처났기 때문이다. 나는 겨우겨우 첫 에피소드를 다 읽자마자 책을 덮었다. 다음 달 독서모임 대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하는 욕구가 샘솟았기 때문이다.

이번 달 독서모임 책은 '경청'이었다. 하지만 이 날만큼은 다른 사람들의 말에 경청할 수 없었다. 어서 빨리 내 운명적 만남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독서모임 막바지에 이 책을 소개했다. 다행히도 이 책이 다음 달 독서모임 주제로 선정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데 기대 이상으로 더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아서 놀라웠다. 독서모임 주제로 선정될 때까지 아껴 놓은 보람이 있었다. 나는 이 기분을 더 오래 간직하고자 각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욕심부리지 않고 아껴 읽었다. 특히 첫 번째 에피소드인 '잘 살겠습니다'는 오래 그리고 여러 번 읽었다. 극 중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생각이 너무 와 닿았기 때문이다. 나는 또 다음 달 독서모임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어서 빨리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


처음 이 책을 마주했을 때는 정말 운명적이었다. 수많은 신간 도서들 중에 이 책이 유독 눈에 띄었고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어보니 정말 매력적인 책이었다.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이 책의 어떠한 점에서 매료가 되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 이유는 아마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물들을 다루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로 책 안에 들어 있는 모든 소설들은 1인칭 시점으로 타인을 바라보는데 그 모든 타인들이 실제 우리 주변 사람들이고 주인공은 말 그대로 나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공감되었고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 캐릭터들이 사는 세상과 환경이 현실과 정말 맞닿아 있어 공감이 되었다. 진로와 취업문제, 수평이 되지 않는 회사 문화, 혼자 사는 여성의 불안, 이기적인 타인 등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겪는 문제가 뼈저리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청년의 입장에서. 매 에피소드들은 마냥 웃을 수없는 결말로 끝이 나는데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아니 씁쓸한 감정이 웃음으로 나왔던 것 같다.


대부분의 소설이 1인칭 시점으로 속내를 알 수 없는 타인의 이야기를 하는데 과연 저 타인의 속내가 무엇인지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첫 번째 소설 '잘 살겠습니다'와 '나의 후쿠오카 이야기'는 마지막 결말까지 상대방을 검은 속내가 있을 것이란 추측을 가지고 끝까지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끝은 그렇지 않았다. 검은 속내라면 오히려 상대방이 아닌 주인공 자신에게 있었다.





'청년책방' 독서모임


감사하게도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해 주었다. 각자 좋아하는 에피소들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또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얘기해주었다. 은지 누나는 '새벽의 방문자'를 읽고 무서운 꿈을 꿨다는 경험을 얘기해주었다. 실제로 최근에 일이 있어 집에 혼자 자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에피소드가 정말 무서웠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이 얘기를 통해 혼자 사는 여성이 느끼는 공포에 대해서 정말 아주 조금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수현이 형은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어 나중에 일하는 도서관에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초빙하고 싶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듣자마자 다른 걸 떠나서 굉장히 사서로써 전문적인 느낌이 들어서 멋있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잡담과 수다를 오고 가며 대화는 이어져갔다. 저녁 7시 반에 다 모인 이 모임은 어느덧 10시를 향해갔고 멈출 줄 모르던 수다도 이만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하고자 하던 말들은 다 끝내서 후련했다. 은지 누나는 마지막으로 '선량한 차별주의자' 책을 다음 독서모임 책으로 추천하였다. 이번 연도 한 책 읽기 책이면서 업무상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은지 누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어 의견은 쉽게 수렴되었다.


다음 달 독서모임은 2월 20일로 정해졌다. 이번 책은 조금 어려워서 걱정이 앞서지만 그래도 설렌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독서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매번 이 사실을 느낀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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