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 - 레온 빈트샤이트

(20200513) 여의나루역 한강 돗자리 깔고 청년책방 '떠독' 모임

by 긜잡이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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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레온 빈트샤이트

한줄평 : 한국 출판사의 상술에 넘어가 저자를 욕하지 말자.





책을 구하다


이번 독서모임에 같이 읽기로 한 이 책은 생각 이상으로 인기가 많은 도서였다. 제목부터 디자인까지 끌리는 요소가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심리학이란 주제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법한 주제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이번 책은 도서관에서 구하기 힘들었다. 근처 도서관에서는 복본이 있어도 다 대출 중이었으며 전자도서관에서는 예약자가 30명이나 되는 것을 보고 서칭을 포기하였다. 그렇다고 저번처럼 막바지에 부랴부랴 책을 구해 읽는 둥 마는 둥 읽고 싶지는 않았다. 이번 주제만큼은 독서노트에 따로 메모도 하고 여러 번 읽어 많은 대화를 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에서의 대출은 빠르게 포기하고 알라딘 중고서점을 들러 책을 구매했다.






내 이야기



책을 구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읽을수록 실망이 커지는 책이었다. 이 책에는 정말 구미가 땡기는 궁금증이 배가 시키는 다양한 주제와 질문들이 있었지만 그런 질문에 대해 애매모호한 답변만 내놓을 뿐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잠을 잘 못자는 이유', '우리가 걱정이 많은 이유' 등등의 문제해결을 원하는 주제에 대한 답변은 '심리학적으로 봤을 땐 당연한 현상이다'이거나 또는 저자가 독일 퀴즈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을 안좋은 책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었을 뿐 누군가에겐 이 책을 정말 좋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살면서 한번쯤은 생각하는 다양한 주제와 질문에 대해 명쾌한 해답이나 원리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대와 다른 책이었을 뿐 틀린 것은 아니기에 그냥 나와 맞지 않은 책이다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만약 삶에 대한 다양한 주제와 심리현상을 알고 싶거나 퀴즈 프로그램에서 1등한 사람의 성공요인이 심리학이었는지 알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은 안성맞춤일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퀴즈 프로그램 1등에 관심이 없고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주제와 고민에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에 대한 지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떠독의 이야기



원래 예정대로라면 이번 모임 장소는 은지 누나네 도서관이었다. 하지만 2층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수현이형네 도서관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사정상 갈 수 없어 즉흥적으로 한강에서 모이기로 결정했다. 오랜만에 한강에 모이니 다들 무언가 들떠 있었다. 오랜만에 한강에서 바람을 쐰다는 것이 우리를 마냥 기분 좋게 해주었다. 한강과 돗자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치킨과 다양한 배달 음식을 먹고 나니 정말 독서모임을 하러 왔다기 보단 놀러왔다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했다. 우리는 책을 꺼내 한강 내 유일무이한(?) 모임을 시작했다.

나는 먼저 위에서 적었던 이 책에 대한 아쉬움부터 애기를 했다. '내가 원했던 내용은 이런건데 하며..' 아쉬움을 토로 하니 다들 비슷한 감상이었다. 특히 퀴즈 프로그램 1등한 저자의 썰(?)이 마냥 궁금하지도 않는데 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니 자기가 백만장자된걸 자랑하러 책을 썼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병구가 알아낸 이 책의 원제목을 안 순간 그간 생각했던 아쉬움이 저자의 잘못은 아니었음을 느꼈다. 이 책의 원제목을 번역기로 돌려보면 '정신의 비밀: 건터 요프에서 백만 달러를 버는 방법, 그리고 다른 방법들'이다. 원제목을 보면 퀴즈쇼에서 어떻게 백만 달러를 얻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올 것 같은 인상을 정확히 심어주는데 반해 번역된 책 제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퀴즈쇼에 대한 내용이 쏙 빠져있으니 책을 읽는 내내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이 책의 번역된 제목은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흥행을 일으켰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제목을 비슷하게 따온 것만 봐도 어떤 의도로 번역했는지는 안봐도 뻔한 상황이었다. 결국 그 덕분에 책은 한국사람들에게 한번쯤 손이 가게 만들었지만 책 자체에 대한 위상과 평가는 많이 퇴색되게 만들었다.

출판사는 당연히 자신들의 책이 많이 팔리고 많이 읽혀야 이익이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산업은 디자인과 제목, 글, 작가까지 많은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처럼 오직 상업성만을 위해 내용과 다른 번지르르한 겉표지를 내세워 파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지 않을까? 아무리 사람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아야 책을 읽는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걸 글 자체이다. 내용이 좋아야 사람의 마음이 움직인다. 요즘 책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에만 혈안이 되어 책의 근본적인 목적이 퇴색되어졌다. 물론 출판시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이러한 넘어가면 안되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우리의 다음 모임 책은?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9시를 넘어갔고 한강의 9시는 급격하게 우리를 내쫒기 시작했다. 재밌게 대화를 하다가도 매서운 강바람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10시까지 우리의 대화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 날 출근자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때와 다름없이 아쉬운 해산준비를 시작했다.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 탓에 다음 모임 날짜만 정하고 책은 이번주 내로 정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모임은 6월 19일이고 책은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이다. 그때만큼은 코로나가 수그러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모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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