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4) 신림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청년책방 '떠독' 모임
저자 : 사이토 다카시
한줄평 : 소소한 장점들과 아주 큰 단점 하나
의도치 않게 장마 시작하는 오늘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다. 원래 예정된 날짜는 19일이었으나 부득이하게 미뤄져 오늘 24일에 하게 되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우리 입장에선 말을 바꿔야 할 것 같다. 가는 날이 장(맛)날이라고.. 오늘 우리의 모임은 하루 종일 빗소리와 함께 할 것 같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이 빗소리가 굵어질수록 마음 한켠에서 걱정과 불안도 같이 커지고 있다. 걱정이라 함은 옷이랑 신발이 비에 다 젖진 않을까와 전철 탈 때 찝찝하진 않을까 같은 걱정이었다. 이상하게도 비가 억수로 쏟아져 서울 전체가 침수되지 않는 한 독서모임은 취소될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정말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책을 읽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부정적으로 할 얘기가 많다.) 이번에 얘기할 책은 역사책이어서 처음엔 걱정도 많이 했고 모임에서 할 얘기도 적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같이 얘기해볼 만한 주제가 많아서 더 미뤄지지 않길 바라고 있다.
이 책의 처음 프롤로그에 이렇게 쓰여있다. '누군가에게 쫓기듯 세부 지식에 연연하며 세계사를 공부한 것이 전부인 사람은 이 책에서 완전히 새로운 역사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와.. 무슨 자신감이지?'라는 생각부터 했다. 시중에 있는 수많은 역사책이 있는데 자신 있게 '내 책은 다르다. 믿고 읽어봐라'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는 것 같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 역시 학교에서 배운 세계사는 단순 암기과목으로 치부하였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저자가 가지고 있던 자신감은 근거 없는 자신이 아니었구나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초반 커피와 철, 금이 만들어낸 세계사의 흐름부터 남성성이 일으키는 정치적 악순환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 쉽고 재밌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처음 흥미로운 이야기 이후 그러니까 챕터 2~3부터는 다른 역사서와 다른 점은 크게 없었다. 챕터 제목 자체가 파시즘이나 종교같은 큰 주제를 다루고 있어 갑작스럽게 난이도가 올라갔고 흥미거리가 사라졌다. 분명 첫 챕터는 쉬운 역사서이자 구미가 당기는 주제로 쉽게 읽히는 책이었는데 말이다.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가서 많이 아쉬운 책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면서 실망스러웠던 점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대한 역사부분이다. 이 책은 일본 저자가 쓴 책으로 2차 세계대전을 다루는 챕터가 있는데 그 챕터에서 일본이란 나라가 우리나라를 침략한 사실을 '어쩔 수 없이' 침략한 것으로 풀어 쓴 구간이 있다. 그 부분에서 일본은 반성을 해야 한다는 구절 하나 없이 그냥 휙 지나가는데 읽으면서 많이 화가 나는 구절이었다. 일본이란 나라 안에서 과거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역사적 사실을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으로 단순하게 치부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다행히 오늘은 재윤이 형이 쉬는 날이면서 모두가 가까이서 할 수 있는 신림에서 만나게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일찍 만나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정확히 5명이 다 모인 시간은 7시 10분쯤이었다. 재윤이 형 빼고 다 먼 곳에서 출근하고 왔음에도 이렇게 일찍 만나게 되다니 행복했다. 저번처럼 허겁지겁 저녁을 먹거나 다음 약속을 정하는 것도 대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는 넓은 카페를 골라 빵으로 허기만 때우고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각자가 생각하는 이 책에 대한 총점수를 냈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제각각 달랐다. 하지만 각자가 생각한 포인트는 비슷했다.
1. 책의 중반부터는 흔하디 흔한 어려운 세계사처럼 여겨짐.
2. 역사를 풀어쓸 때 자국에 대한 내용은 객관적이게 느껴지지 않음.
이 두 가지 포인트에 대해 '그럼에도 괜찮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래서 괜찮지 않았다'로 나뉘었다. 전자는 5점 만점에 4점을 줄 정도로 좋게 생각했고 그렇지 않은 나와 같은 사람은 2.5~3점으로 평가를 내렸다. 중요한 건 모두 이 책을 읽고 위에 두 가지 생각을 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자국에 대한 역사를 객관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를 침략한 역사를 '어쩔 수 없이' 한 행위로 표현한 것이 역사서로써는 자격이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실 이 책에 대해서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단점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하게 기억에 남았다. 결국 이 작가가 쓴 역사는 일본 국민들이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배울 역사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교육을 받는다면 당연히 일본 안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인식하며 살 것이다. 이런 교육 안에서 살았다면 우리는 올바르게 생각하고 인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 이 역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의 역사 안에서도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야 일본과는 다른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무엇보다 지금의 일본의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게끔 하기 위해선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 모임 책은 배가 많이 고팠던 관계로 저녁을 먹으면서 고르기로 했다. 역시 빠르게 모인 덕분에 많은 이야기를 했음에도 여유롭게 시간이 남았었다. 저녁은 치킨으로 해결했다. 예전 모임엔 저녁 먹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빨리 먹어야 할 것 같았는데 순서를 반대로 하니 정말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가능만하다면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치킨을 맛있게 먹고 다음 책을 각자 추천해보았다. 나는 소설책 '수상한 진흙'을 가져왔다. 청소년 문학이라 다른 소설에 비해 더 쉽게 읽힐 것 같았고 주제도 환경, 왕따 같은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어 이야기할 거리가 풍성해 보였기 때문이다. 재윤이 형은 '법보다 예술', 수현이 형은 '어느 날 난민'이라는 책을 추천하였다. 총 3권의 책에서 투표를 하였는데 감사하게도 내가 추천한 '수상한 진흙'이 뽑혔다. 오랜만에 내가 추천한 책이 되어서 기분이 좋으면서 부담스러웠다. 주제만 보고 추천한 책이기 때문에 재미없을까 봐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재밌게 이야기할 우리 모임이기 때문에 걱정 없이 이번엔 내가 질문을 준비해서 다음 모임에 참석해 보려고 한다. 그때에는 정말.. 코로나가 잠잠해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