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2) 구로디지털단지역 빵집에서 '떠독' 모임
저자 : 루이스 새커
한줄평 : 코로나, 환경, 학창시절 진짜 우리가 겪고 이야기
비가 올 듯 말 듯, 그러면서 공기는 습하고 하늘은 우중충한 날씨. 사람의 기분을 한순간에 무기력하게 만드는 최고의 날씨인 듯하다. 재밌는 독서모임을 위해 하루 연차를 냈지만 날씨 탓인지 하루 종일 집에만 머물며 아무것도 안 하고 겨우 독서모임 시간에 맞춰 나왔다. 오늘의 독서모임 책에는 하고 싶은, 할 얘기가 너무도 많아 생각정리가 꼭 필요하다 생각했는데 그러질 못한 채 말이다.
그래도 구로디지털단지역 가는 버스 안에서 나름 벼락치기 정신으로 조금은 생각을 정리하였다.이번에 얘기할 '수상한 진흙'이란 책은 주제가 명확하고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도 풍부해서 크게 준비할 것은 없지만 내가 추천한 책이기 때문에 더 생각해야지 했던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굉장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추리 장르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에코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라고 소개되어 있었고 환경과 청소년의 방황 등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라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또 책의 첫 장엔 이 책의 세계를 지도로 그려져 있는데 각 장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감을 키워줬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스릴러적인 요소는 많이 부족했고 메시지가 더 중점인 책이었다. 그래서 첫 장의 지도가 왜 있는지 싶을 정도로 사건은 적고 해결은 빠르고 쉽게 해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애초에 주인공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대상이 움직임이 없는 진흙이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스릴을 느끼기란 어려운 구조였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남에게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좋게 읽은 책이다. 특히 지금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비상인 요즘에 읽기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에르고님이라는 미생물이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까지 옮겨가며 증식하고 피부염을 일으키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데 이 에르고를 막기 위해 그 지역 전체를 봉쇄하고 감염자를 격리시키는 상황이 지금 우리의 상황과 굉장히 닮아있었다. 이 책은 지금의 상황보다 훨씬 전에 써진 책인데 지금의 대처 방안이 닮아있다는 것은 이 책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잘 썼는지를 반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아이들의 심리를 묘사하는 것도 굉장히 탁월했다 생각한다. 아이들이 다른 한 아이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고 또 가해자의 심리에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유를 가지고 있는 점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되어있다.
우리가 모인 빵집에는 정말 다양한 빵이 준비되어 있었다. 스위치를 누르면 자동으로 열렸다 닫히는 서랍에 진열된 빵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각자 하나씩 빵을 골라 자리에 앉았다. 책에 대해 얘기하기 전 우리는 각자 이 책에 대한 평점을 내렸다. 그리고 이야기를 끝낸 후에 다시 한번 점수를 매겨보기로 했다. 이 책을 추천했던 나는 이때 많이 떨렸다. 혹시나 재미없게 읽었다면 괜히 미안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다행히 평균점수는 5점 만점에 3.5였다. 다들 그럭저럭 본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책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먼저 무엇을 얘기하면 좋을지 생각해보았다. 역시나 이 책은 환경에 대한 주제와 인물에 대한 얘기를 나눠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먼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했다. 이 책에 나오는 수상한 진흙은 미래 에너지원의 용도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미생물들의 집합체이다. 이 집합체를 만들게 된 이유는 인류는 앞으로도 수가 계속 증가하는데 그 수에 맞는 에너지원과 환경은 날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겪고 있는 심각한 환경문제이자 인류문제이다. 이 문제는 굉장히 유명한 논쟁거리여서 영화 '킹스맨' 1편과 영화 '어벤저스'에서도 사용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해결해야 할지 또 만약 실제 수상한 진흙을 발명했다면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얘기했다.
이 주제에 대한 얘기만으로도 우리는 정말 많은 얘기를 하였다. 이 상황에 이 수상한 진흙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할 수 있을까에서도 생각들이 다 달랐고 이 환경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각자가 달랐다. 우리가 생각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전혀 아니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수상한 진흙 안에 있는 에르고님이라는 미생물이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와 꽤나 흡사해 더욱 공감되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다들 생각했다. 수현이 형은 내가 이런 내용인 줄 알고 추천했다고 생각했었다고 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어찌 됐든 지금의 시국과 굉장히 맞닿아 있는 이야기여서 다들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으로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등장인물은 범생이 '타마야'와 이웃집 오빠 '마셜', 마셜을 괴롭히는 '채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인물들은 성격과 행동 모두가 다르며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각각 달랐다. 주인공 '타마야'는 교복도 늘 단정하게 입고 수업도 열심히 들으며 학교에서 교육하는 '예절, 모범, 인애' 등 모든 것에 부합하는 모범생이다. 하지만 그의 주변 친구들은 그런 모범적인 모습이 되려 놀림거리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 모두가 많이 안타까워했다. 학교나 사회에서 가르치는 교육에 부합한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주변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된다면 당연히 그 누구도 이상적인 인물로 성장하지 못하지 않을까 해서이다. 타마야는 그런 모범적인 자신이 좋은데 친구들에게 나도 '불량'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현실에도 그런 친구가 존재할 것 같아 안타까웠다.
'마셜'은 '채드'의 주도로 따돌림을 당하고 나서 더 이상 학교생활을 즐거워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 나이 때에 종종 생기는 이유 없는 따돌림은 그를 굉장히 괴롭혔을 것 같다. 이 책 중반에 이런 일이 있다. 교장선생님이 '채드'가 실종되어 찾자 한 친구가 '마셜'이 알 수도 있다고 얘기하는데 그 이유를 묻자 '채드'가 '마셜'을 이유 없이 괴롭혔다고 대답한다. '마셜'은 그때 그 친구의 대답을 듣고 다들 '채드'의 이유 없는 괴롭힘을 알고 있었음을 인지한다. 그러면서 '친구들이 왜 나를 지켜주지 않았지?'라는 원망 섞인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이후에 바로 '나는 왜 나 자신을 지켜주지 못했지'라며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문구를 읽고 굉장히 와 닿았으면서 현재에도 괴롭힌 당하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에게 읽어주고 싶은 문구였다.
'채드'는 가해학생으로 그에게도 그 나름의 사연이 있다 위로 존재하는 3형제는 모두 엘리트에 공부도 잘하고 못하는 게 없는 인물들이다. 그에 반해 자기는 굉장히 튀면서 사고 치는 인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의 관심은 저 멀리 있었으며 그런 열등감과 부모님의 무관심에 더욱 방황하게 된다. '마셜'을 괴롭히게 된 이유는 본인과 생일이 같았는데 '마셜'의 부모님이 그의 생일에 라자냐를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세 인물들의 각각 다른 심정 변화와 이야기는 정말 우리가 겪어온 학창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 인물들의 심리묘사도 굉장히 좋았고 내가 그 시절에 왜 그랬을까라는 자문도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학창 시절의 아이들의 심리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 외에도 정말 많은 얘기를 했던 것 같고 쓸 말이 너무 많은데 다 쓰지는 못할 것 같다. 이미 글의 분량이 넘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어찌어찌 끝내고 다시 한번 평점을 내렸다. 우리가 얘기를 하다 보니 각자 놓쳤던 부분이 보완되고 또 좋았던 글귀를 다시 한번 읽게 되니 좋게 평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점수의 평균은 4점이 넘었었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이 안 남). 다행히 책을 추천한 입장에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다음 책을 추천할 때도 부담 없이 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이 벌써 9시를 가까이 되어 더 늦기 전에 식사를 하러 빵집을 나왔다.
다음 모임 책은 근처 홍콩반점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결정했다. 다음 책에 대한 후보로는 내가 가지고 온 '여덟 단어'와 병구가 가지고 온 'EBS 다큐프라임 죽음'이었다. '여덟 단어'라는 책은 점수를 매긴다면 5점 만점에 5점을 줄 수 있는 책이었다.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책이면서 다같이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지라 언젠간 추천을 꼭 하고 싶었던 책이었다. 병구가 가져온 책은 말 그대로 죽음을 다룬 책이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는 죽음을 맞이할 텐데 한 번쯤은 얘기해보면 좋을 책이라 가져왔고 EBS 다큐를 굉장히 신뢰하고 있어 책의 퀄리티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투표는 꽤나 박빙이었다. 투표 결과가 2대 2에 1표는 기권이었으니 굉장히 치열(?)했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과는 병구가 양보해서 다음 책은 '여덟 단어'가 되었다. 병구가 가져온 책은 우리 모두가 독서모임 때 추천한 책이 없을 때 그때 하기로 결정되었다.
다음 모임 책도 내가 추천한 책이어서 또다시 걱정이 몰려왔다. 나에겐 재밌고 인생책인데 누군가에겐 지루할 수도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어떤 책이든 모여서 얘기할 때 재밌을 수 있기 때문에 큰 걱정하지 않고 읽어보려고 한다. 이번만큼은 꼭 미뤄서 보지 않고 미리미리 읽어서 준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