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로브 라이너
출연 : 매들린 캐롤(줄리 베이커), 캘런 맥오리피(브라이스 로스키)
영화를 보기 전 소설원작 '플립'부터 읽어보았다. 개인적으로 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소설의 인물들이 모두 전형적이었고 단편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은 너무 어디서 본 듯한 설정을 가지고 있고 행동도 너무 예상 가능했다. 특히 브라이스의 아빠는 마지막까지 상대를 무시하기 일쑤였고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인자한 인물이었다. 다시 말해서 악역은 끝까지 악역, 선역은 끝까지 선역인 구조가 모든 인물들에게 해당돼서 조금은 진부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얻어지는 설정과 스토리가 있긴 하겠지만 모든 인물을 그렇게 해놓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였다.
사실 그런 주변 인물의 설정을 제쳐두어도 두 주인공의 이야기만 특별해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주인공의 이야기마저 너무 무난한 내용이며 평범해서 마지막까지 아쉽게 마무리되었다. 이야기의 진행 방식에 있어서 브라이스의 시점과 줄리의 시점을 교차하며 진행한다는 차별점은 있지만 이야기의 뿌리가 평범하니 크게 강점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감명 깊게 읽히던 대사들이 있어 좋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 성격이 결정되어진다는 얘기와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모여 마법이 된다는 이야기들이 크게 와 닿았던 것 같다. 이 대사들은 소설의 설정과 이야기에도 영향 있는 대사였기 때문에 더더욱 좋은 대사였다. 하지만 이 좋은 대사들만으론 내 개인적인 취향을 다 바꿔놓진 못하는 것 같다. 결국엔 소설을 다 읽는 내내 아쉬운 소리만 하며 읽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영화화된 '플립'도 크게 감명을 받지는 못했다. 영화는 책처럼 브라이스와 줄리의 시점을 교차하는데 각 인물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모든 장면을 독백으로 처리했다. 모든 내용을 담기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영화에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다. 또 영화의 대사는 너무 소설에서 그대로 가져온 듯 느껴졌다. 보통 소설을 영화화한다면 영화에 맞게 연출도 바꾸고 설정도 바꾸고, 자연스럽게 대사도 바뀌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소설의 모든 내용을 영화에 담으려는 시도가 아쉬웠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소설의 내용을 너무 많이 담으려고 해서 모든 장면과 설정이 짧고 급하게 진행되었다. 심지어 그 내용조차도 독백으로 처리하려니 전달되는 내용은 많은데 관객에게 와 닿는 건 많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시점 전환할 때 그만 좀 뒤집었으면 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아무리 10년 전 영화더라도.. 이건 너무 보기 힘들 정도로 화려하면서 단조로웠다. 약간 그 장면들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라기 보단 옛날의 'UCC'같은 느낌의 영상물로 느끼게 해주는 안 좋은 연출이었다. 반대로 그 외의 모든 장면들은 너무 평범했다. 특출 나게 뛰어난 장면도 없고 단조롭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이럴 거면 그냥 왜 영화화를 했지 싶을 정도로 아쉬운 부분이었다.
내가 이 '플립'이라는 작품을 보고 리뷰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바로 위의 포스터 때문이었다. 뭔가 달달하면서 첫사랑의 추억을 돋아줄 것만 같았었다. 특히 나무 위에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두 주인공에게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되게 만들었다. 심지어 이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는 6~7년 전이었는데 그때 까먹고 못보다 지금 다시 알게 되어서 더욱 반갑고 기대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론 영화나 소설 모두 아쉬운 점이 많아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심지어 기대하던 장면조차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볼 수 없었다. 그 점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고 이 외에도 전체적으로 평이하고 큰 감명 없던 스토리에 아쉬움을 느꼈다.
잘 몰랐었는데 '플립'이란 소설이 미국에서 꽤 인기가 많았던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2010년도에 영화화되었고 국내에선 2017년이 되어서야 개봉되었다고 한다. 국내 개봉 역시 우리나라의 많은 요청이 있어 개봉되었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의외였다. 2000년도에 쓰인 소설이 인기가 많아서 영화화될 수는 있긴 하겠는데 그 소설이 우리나라에까지 인기가 많았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심지어 영화에 대한 평가도 전반적으로 좋아서 또 놀랐다.. 나는 이 글 위에서 이렇게 아쉬운 점을 나열하고 있는데 좋게 평가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서 당황스러웠다.
내가 못 느꼈던 감성이 있었나.. 너무 개인적인 리뷰를 쓴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생각보다 평이 좋아서 추천을 하기도 뭐하고 안 하기도 뭐하다. 그냥 딱 느낌으로 보길 권해드리고 싶다. 물론 나처럼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좋아할 수도 있는 감성이 소설과 영화에 있는 것 같다. 나처럼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수 있으니 시청하는 것에 주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