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의 나를 위한 선물, '사진'
"남는 건 사진뿐이야 무엇이든 찍어봐"
"기념으로 찍어야지 이게 다 추억이야!"
반박할 게 없다
일상 속에서 많이 들었던 '남는 건 사진'이란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이 말에 대한 반박할 거리를 찾아보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오히려 지난 내 지난 일상 속에서 남기지 못한 사진들이 많음을 발견하고 후회하게 되었다. 굳이 반박을 하자면 '남는 건 사진뿐만이 아니라 음.. 추억? 과 어.. 경험과 지식도 남으니 있으니 사진만 남는 건 아니다!'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진이 있어야 그 당시를 추억할 수도 기억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진은 남길 수록 좋은 거구나'라는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대로 똑같이 산다면 30대에 정말 많은 후회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이미 내 핸드폰 앨범엔 온통 도서관 안에서 찍은 업무 사진밖에 없기 때문이다. 30대에도 그러하면 정말 나는 20대를 헛살았다는 생각이 가득 찰 것만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하루라도 빨리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못 찍더라도 사진을 찍어보는 걸로 결심했다. 막상 사진을 찍으려 하니 어떻게 찍는지 막막함이 몰려온다. 카메라로 비춘 내 모습은 너무 못나 보이고 셀카를 찍으려는 내 모습은 누가 보고 있진 않을까 창피하다. 하지만 익숙해져야지. 지금도 후회되는데 30대엔 땅을 치며 후회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무턱대고 카페로 나왔다. 사람이 많이 없길 바라며 동네 한적한 카페로 나왔다. 카페에서 사진 찍을 생각으로 나왔단 이유 하나로 모든 게 눈치가 보였다. 그리고 사장님 몰래, 나보다 먼저 온 손님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사진을 찍어보았다.
왼쪽에 있는 사진이 내가 카페에서 혼자 처음으로 찍어본 사진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찍고 나서 황급히 핸드폰을 껐다.
위 사진은 그래도 나름 필터도 골라보고 구도와 사물의 위치를 신경 써서 찍은 사진이다. 그래서 더 웃기다. 기왕 찍는 거 잘 찍고 싶다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보니 모자란 부분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책상끼리의 선은 안 맞고 서피스(노트북)의 충전선과 다이어리의 책갈피 선이 굉장히 거슬린다. 필터는 굉장히 누리끼리하고 각도도 뭔가 아쉽다. 그래도 재밌었다. 찍는 순간만큼은 굉장히 설레고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다시 말해서 삶의 활력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정말 작은 활동 하나 했을 뿐인데 말이다. 만약 결과물이 만족스럽다면 더욱 기분이 좋았을 것 같고 이 기록들이 쌓이고 쌓인다면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싶은 취미가 오랜만에 생긴 기분이다.
방금은 사물을 찍었지만 셀카도 나에게 그런 기분을 들게 해 줄까? 집에서나 밖에서나 내 손발이 오그라들어 촬영 버튼을 못 누를 것 같은데 꼭 찍어야 할까? 셀카에도 분명 순기능이 있어 보인다. 자신의 얼굴에 대한 이해가 더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얼굴이 어느 각도에 어울리고 어떤 배경이나 옷이 어울리는지도 알 수 있는 공부가 될 것이다. 물론 과한 필터와 보정은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자신의 모습에 불만을 많이 가지는 것도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내 아쉬운 부분까지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하고 고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좋은 습관으로 나 자신을 가꿔나가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필터 없이 자주 찍어보고 내 얼굴과 내 모습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셀카의 진짜 순기능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SNS의 부정적인 사건 사례들을 많이 전달하여 SNS에 대해 껄끄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무엇이든 적당히만 할 수 있다면 SNS는 좋은 소통의 장이자 삶을 감성적으로 살 수 있게 도움을 주는 활동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SNS를 하는데에 있어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항상 숙지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 친구들의 사진이나 팔로워 수를 보면서 자격지심을 갖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남과 비교를 하면서 우울하거나 나쁜 마음으로 우월감을 느끼곤 한다. 이 부분이 SNS에 많은 부정적인 기능으로 소개되는데 오직 나 자신을 위한 활동으로 생각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즉 주변의 반응이나 댓글에 신경 쓰지 말고 내가 기록하고 싶은 사진만 올려놓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랑하고자, 또는 누군가에게 알리고자 보다는 미래의 나에게 알리고자 하는 느낌으로 활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주의해야 할 점으로 두 번째는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SNS를 하거나 타인의 SNS 활동을 보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이것 역시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활동이 될 것이다. 또 남이 봤을 때에도 보기 좋아 보이진 않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여 활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너무 뻔한 말일 수도 있으나 위 두 가지만 주의한다면 내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취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SNS를 28세에 처음 시작한다는 건 늦깎이나 다름없겠지만 뭐 어떠냐 위에서 말했듯 눈치 안 보고 내 기록에만 집중한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적당히 내 삶을, 나를 위해 기록해보자. 하루하루 내 얼굴도 찍어보고 하루의 감상도 적어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고 하루하루 발전해나가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30대에 20대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그땐 그랬지'라는 감상에 젖기라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지금 이미 많은 사진을 찍고 기록하고 있었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면 된다. 사진을 많이 찍는다고 후회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사진 찍는 건 정말 다다익선임을 28살이 되어서야 알게 된 나 자신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만약 나처럼 이미 많은 세월을 사진 찍는 것 없이 살아왔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셀카든 집이든 골목이든 무엇이든 한번 찍어보길 바란다. 어떻게 찍으면 잘 나올지를 고민하며 찍어본다면 처음 찍어도 재밌는 설레는 감정을 느낄 것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남은 일생을 한 장 한 장 기록하고 남겨보자. 이건 미래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자 감상이 될 것이고 오직 나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타인의 눈치를 보지 말고 찍어봤으면 좋겠다.
너무 늦게 알아버린 사진의 중요성. 그래도 28살에 깨달은 게 어디야. 나중에 네가 후회하지 않게 지금부터라도 셀카든 내 집이든 무엇이든 많이 찍어놓을게. 그때의 네가 보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기고 추억을 감상했으면 좋겠어. 그때엔 내가 사진을 좀 잘 찍고 기록도 잘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조금 어색하고 눈치가 보이기도 해. 방에 혼자 있는데도 셀카를 찍는 게 부끄럽기만 하다. 이런 거 다 이겨내고 열심히 찍어볼 테니까 민망하다고 삭제하지 말고 잘 보관하고 있어!
사진은 언제나 다다익선! 더 늦기 전에 하루하루를 기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