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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애 Jan 07. 2024

2024 습관 만들기, 기본적인 욕구만이라도, 편안함


한남동 일식집이었다.

둘이서 사케를 마시며 결혼 계획을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나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되더라고(노산이라 임신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받아들이기로 했던)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해.. 그거 하나만 나를 배려해 준다면 좋겠어.. “


남편은 노력해 주었다.

카페 나가서 글도 쓸 수 있게 해 줬고,

기회가 되면 일 년에 한 번은 호텔에서 혼자만의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아이 낳고 만 4년.

부부는 잠을 푹 자본적이 없다.

아이의 밤잠 습관이 안정적으로 되기까지 참 오래 걸렸고,

예민한 아이라 여전히 밤에 우리를 힘들게 할 때가 있다.


‘잠 좀 푹 자봤으면…

아무런 방해 없이 혼자서 조용히 잠만 잤으면..’


그런 생각과 그럴 수 없는 현실을 오가며 요 며칠 굉장히 괴로웠다.

현재까지는 아이의 방학은 주로 병원을 오갔고,

아이 간호만 하며 지내는 방학 2,3주의 시간은

마치 2년, 3년처럼 길었다.

방학이 끝난 뒤 내 몸과 정신은 그야말로 폐허…였다.



이를 알아차려준.

아니 그보다 내가 좀 심하게 징징거렸다.

급 호캉스 1박의 시간을 내편이 선물해주었다.


-


체크인 전 bar형태의 카페가 있는데,

늘 아이를 데리고 가야 했던 장소라 그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었다.

커피맛도 bar에 앉아 마시는 커피 타임도 너무 가져보고 싶었다.

그래서 해봤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호텔 체크인.

바로 사우나를 갔고, 초밥에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스리럴 미드를 봤다.

그리고 두 번째 재독 하는 책을 읽었고.

밤 10시 잤다.


꽤나 많이 잔 것 같은데 깨어나니 밤 12시 30분.

꿈인가 생시인가..

이렇게 편하게 잠을 자다 깨니 행복했다.


읽던 책을 마저 다 읽고 2시 즈음 다시 잤다.

일어나니 오전 8시가 넘은 시각.

누구를 염려하거나 누구를 챙기지 않아도 되는

‘내 수면’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같은 수면양이어도 수면의 퀄리티는 확실히 다른 기분.


어쩌면 내 우울과 짜증, 스트레스는

잠이었을지도 모른다.



행복에는 선행조건이 없어야 하고,

육아의 즐거움도 선행조건이 없어야 하는데,

‘잠’이라는 건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가 아니던가.


인간의 기본 욕구만 잘 채워진다면

육아하는 엄마들, 아빠들의 삶의 질이 확실히 달라질 텐데.



-


2024 습관 만들기


새해가 되면 ‘원하는 것들 이루세요’

무언가 더 해보라는 의미가 담긴 인사말을 건네고 있었더라고요.


퀄리티 좋은 수면을 취하고 나니

올 한 해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 그리고 저도 우선시 두고 싶은 습관이 떠올랐어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방해하는 것들을 하지 않기.



2024년에는


일찍 자기, 저녁 일찍 먹기보다는

아이가 잠든 뒤로는 뇌가 자극되거나 일시적인 즐거움을 주는 행위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넷플릭스, 일하기, 하물며 글쓰기도..)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육아나 일을 하다 보면 찾아오는 막연한 불안함, 두려움과 친해지는 한 해를 살아보자고 생각했어요.



각각 아래 것들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위의 것들도 자연스레 딸려올 테니까요.


아이가 잠든 뒤로 (보통 8시면 자거든요) 즐거움을 주는 행위를 줄이다 보면

자연스레 일찍 자고, 야식도 덜 하게 되겠네요.

일찍 자니까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는 것도 가능할 수 있을 겁니다.



불안함, 두려움과 친해지다 보면

‘작년에 육아하면서 불안했던 일’들이 하나씩 편안해질 거예요.

편암함을 느끼는 게 늘어나면 자연스레 긍정적이고 밝은 아우라가 생기겠네요.


-


새해에는 더 나아진 나를 만들어야겠다는

압박감에서 조금 벗어나는 한 해를 만들면 어떨까요.



습관을 코칭하지만 새로운 습관을 만든다는 게 결코 쉽지가 않아요.

왜냐하면, 안 하던 것을 해야만 하는 것이고, 그동안 안 하던 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테지요. ㅎㅎ


해야 한다는 간절함은 있지만 사실 짜증 나고 힘들어요.

몸이 안 따라 주는 경우도 있고, 시간이 정말 없는 경우도 있고요.


이럴 땐 디폴트를 바꿔주는 거예요.


새로운 목표를 잡기보다는

저처럼 기본적인 욕구만 안정적으로 유지하자거나,

살을 더 빼자는 것보다 지금 체중을 유지만이라도 해보자거나.



무언가를 더 하지 말고,

목표를 잡더라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야 오래가더라고요 :)



2024년

조금 더 편안한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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