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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면을좋아하는타입 Nov 06. 2018

2주 동안 고르고 골라서 산 원터치 텐트

올해 내가 산 물건 중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한 30초쯤 고민하다가 원터치 텐트라고 대답할 것이다. 2주 동안이나 고르고 골라서 산 텐트인데, 2주 고민한 것이 무색하게 너무 만족스러웠다. 심지어 차가 없는데도.


이번 봄과 여름 사이에 마침 시간이 맞는 회사 동료랑 셋이서 반차를 쓰고 한강엘 갔다. 한강 가는 김에 제대로 가자며, 돗자리에 술에 미니 아이스박스에 그늘막 까지 바리바리 싸서 갔다. 살면서 한 번도 한강에 그늘막을 쳐 본 적이 없었는데, 그 날 회사 동료가 가지고 온 그늘막을 써보고 완전 뿅 가버렸다. 그렇게 쾌적할 수가 없었다. 한낮에는 햇빛을 막아주고, 쌀쌀해지는 저녁에는 추위를 막아주고. 세상에, 이건 사야해...! 


집에 와서 2주 동안 원터치 텐트를 찾기 시작했다. 한 번 꽂히면 이건 어떨지 또 저건 어떨지 고르고 또 고르고, 살까말까 한참 고민하는 스타일이라 스스로 고통 받으면서 텐트 쇼핑을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텐트의 조건은 아래와 같다

주로 여러명과 함께 사용할 것 같으니, 너무 작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차가 없으니, 너무 무겁지 않으면 좋겠다

여자들끼리도 펴고 접을 수 있게 조립이 간편 했으면 좋겠다

너무 두꺼워서 덥거나, 너무 얇아서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회사 동료의 텐트를 경험해보니 2~3인용은 가볍지만 너무 작아서, 말이 2~3인용이지 세 명이서 앉으려면 약간 무리해서 따닥따닥 붙어 앉아야 했다. 사실상 1~2인용. 나는 적어도 네 명은 편하게 놀길 원하니까 그럼 5~6인용을 사면 되겠다 싶었다. 인터넷을 한참 검색하고 후보를 추렸다. 서로 다른 브랜드에서 크기와 무게가 미묘하게 차이나는 2종을 최종적으로 골라서 친구들에게 투표를 붙였다. 다들 들고 다니기 무거운 것 보단, 좀 더 가벼운 텐트에 투표했다. 나도 수긍을 했다. 근데 막상 결제를 하려는데 아무래도 좀 더 넓은 게 좋지 않을까? 계속 고민되었다. 그래서 결국 투표까지 받아놓고 답정너처럼 조금 더 큰 텐트를 구매하기로 했다. 괜찮다. 나는 팔 힘이 좋으니까! 게다가 원래 가격은 79,000원인데, 할인받고 쿠폰 좀 먹여서 67,540원에 구매했다. 이제 배송만 오면 된다. 두근두근. 온 동네방네 텐트 샀으니 한강 가자고 자랑을 하면서 텐트를 기다렸다.


텐트 팔이피플이 아니란 걸 증명하기 위한 구매 인증샷


내가 구매한 텐트 스펙은 아래와 같다

폈을 때 크기 : 285 x 175 x 125cm (길이x너비x높이)

접었을 때 크기 : 92 x 92cm

무게 : 3~4kg 쯤

딸려오는 부속품 : 텐트 본체, 차양막, 지주폴 2개, 고정팩/스트링, 케이스


드디어 텐트가 도착했다. 예상하기는 했지만, 원터치 텐트 치고는 좀 크고, 원터치 텐트 치고는 좀 무거웠다. 우리집에서 가장 넓은 곳이 안방인데, 안방에는 동생이 자고 있었기 때문에 안방보다 좁은 거실에서 텐트를 시험삼아 펴보기로 했다. 포장 상자를 뜯고 텐트를 폈다.


온 거실이 텐트로 꽉 찼다


텐트가 다 펴지지도 못했다. 집 보다 텐트가 더 크니까 집 한 채 더 가진 부자가 된 마음이었다. 안방에서 한 번 펴보려고 시도하다가 동생한테 욕 먹고 텐트를 접었다. 익숙해지면 쉬운데, 요게 처음 접을 때는 쉽지가 않다. 좀 더 작은 사이즈라면 간편하게 접었을 것 같긴한데, 크다보니 처음엔 헤맸다. 유튜브로 원터치 텐트 접는 법을 검색해서 두세번 보고 시도해서 성공했다. 크으 역시 디지털 사회.


드디어 한강 갈 일이 생겨 텐트를 처음으로 사용해보았다. 멤버는 여자 6명. 혹시 좁을 지도 모르니까 다른 친구 텐트도 하나 더 챙겼다. 가서 먹을 것을 잔뜩 시켜놓고 두근두근하면서 텐트를 폈다. 결과는 성공적. 6명이 모두 텐트 안에 들어가면 좀 무리긴 했지만, 4명 정도가 들어가서 앉아 놀기엔 적당했다. 대신 텐트 앞에 돗자리를 하나 더 깔고 앉으니 딱이었다.


텐트 크기 알아보기 쉽게 사람이 있는 사진으로 선정해봄


그런데 아무리 방수포를 펴고 텐트를 펴고, 그 안에 돗자리를 깔아도 엉덩이가 딱딱하니 아파서, 폭신한 돗자리를 하나 구매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내 텐트가 정사각형에 가까워 사이즈 맞추기가 좀 애매하기는 했지만, 사이즈에 맞추어 두께 1cm짜리 폭신한 돗자리를 샀다. 밤이 되니 너무 어두워 한치 앞에 보이지 않길래, 성능이 짱짱한 라이트도 샀다. 사실 다이소에서 캠핑용 라이트를 샀는데, 너무 어두워서 결국 새로 샀다. 다이소 캠핑용 라이트 사지마세요ㅜ 의자도 사고 싶었지만 이건 정말 오바육바가 될 것 같아서 꾹 참았다.


드디어 내가 원하는 그림이 모두 완성되었고, 결과는 대만족. 올 여름~가을 동안 네다섯번은 한강에 가서 텐트를 치고 편하게 놀았다. 저녁이 되어 추울 때 우리는 텐트 안에서 따뜻하게 있을 수 있어 너무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남들따라 텐트 안에 별모양 조명도 달아두니 그야말로 갬성 텐트가 완성되었다. 완전 인스타 느낌. 한강을 좋아하고, 맥주와 음식을 좋아하고, 사람들이랑 놀러다니길 좋아한다면 고민하지 말고 사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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