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종수 Mar 12. 2019

Ora et labora

라틴어 한마디 / "노동은 신성한 것이여!"


Ora et labora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가르쳐 왔다. 아니, 실제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그래서 중세부터 가톨릭 단체에서는 기도하는 행위와 일하는 행위(Ora et labora)를 신성시해 왔다. 기도와 일은 언제나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묶음처럼 동일시하고 신성시해 왔다는 말이다.  

   

한편, ‘Ora et labora’(Pray and work)는 크로아티아 가수 마르코 페르코비치 톰슨(Marko Perković Thompson)이 2013년 4월에 출시한 CD 제목이기도 하다. 이 앨범에 수록된 노래의 대부분은 크로아티아어로 불렀는데 ‘하나님께 올리는 기도’처럼 종교적 색채가 짙거나 크로아티아 역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기도와 일’(ora et labora)은 원래 성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일과 기도’에 관한 규율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는 기도를 하면서 ‘묵상과 행동’을 연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도만이 능사가 아니라 일을 함으로써 묵상과의 균형을 맞추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중세 시대의 많은 종교 공동체들이 모토로 사용했다.     


또한 이 문구는 캐나다 달하우지 대학교(Dalhousie University)가 1818년 설립된 후 1870년에 ‘Ora et Labora’라는 모토를 채택한다. 요즘 말로 하면 교훈 같은 것이리라. 이 문구는 대학을 건립한 달하우지(Dalhousie) 백작 가문의 모토이기도 했다. 그리고 1874년 스리랑카에 있는 콜롬보 웨슬리 대학(Wesley College)도 감리교 선교사들이 설립했는데 창립 이래로 ‘Ora et Labora’를 모토로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 문구를 인도의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 지역에 있는 빌리모리아(Billimoria) 하이스쿨이 모토로 사용하고 있다.     

 

빌리모리아(Billimoria) 하이스쿨 문장

뿐만 아니라 1857년 미국 미시간주의 독일계 기독교인들이 크리스천 독일 농업 및 자선 단체 인 ‘오라에뜨라보라’(Ora et Labora)라는 종교 공동체를 설립한다. 288명의 이민자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종교 공동체로 활동뿐 아니라 문학과 과학 등 생활 정보 보급을 위한 학습 기관으로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덴마크 빌룬드(Billund)에 위치한 레고(LEGO) 공장 입구에 설립자의 초상과 "ora et labora"라는 비문이 새겨진 동판이 붙어 있다. 설립자가 열렬한 기독교 신자일 거라 추측이 된다.   

  

이처럼 칼 마르크스 이전부터 이미 종교단체들은 물론이고 일반 사회단체 곳곳에서 종교와 노동을 분리된 것이 아니라 통합된 하나의 가치로 보았다. 이 사실은 그만큼 노동이 신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말에도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굳이 노동의 가치를 말할 필요조차 없지 않은가?  

   

그런데 최근에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극명하게 분리하며 노동의 종류까지 분류한 어느 국회의원의 못된 막말이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어떻게 그런 자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최고 명문대까지 졸업한 자라고 하는데 도대체 명문대는 뭐하는 게 명문대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먼저, 국회의원은 고사하고 사람이 되어야 할 일이다.      


더구나 몇 달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뻔뻔스레 국민들 세금을 월급이라고 받으며 공짜로 먹고사는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오랜만에 국회 단상에서 말 같지 않은 말을 하며 국민을 호도하는 못된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최악의 신성모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괴연 그런 자가 ‘기도와 일’(ora et labora)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기나 할까?     

포르투갈 맥주 'ora et labora'

아무튼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 일에는 그야말로 귀천이 없고 일의 종류도 귀천이 없다는 사실을 제발 깨닫기 바란다. 심지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전가하는 쌍스런 말장난까지 난무하는 난장판 같은 국회를 더 이상 만들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제발 국정에 매진하는 바른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래야 나라가, 아니 우리가 제대로 숨 쉬며 살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노동은 신성한 것 

#너 같은 게 국회의원이라고?

#국회의원을 비정규직으로 바꾸자


매거진의 이전글 oderint dum metuan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