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죽음
이집트의 마지막 프톨레마이오스 왕국의 통치자였던 클레오파트라 7세, 그녀는 기원전 30년 8월 10일(또는 12일)에 39세의 나이로 알렉산드리아에서 죽음을 맞는다. 흔히 그녀의 죽음의 원인이 클레오파트라가 이집트코브라에 물려 자살했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로마 시대 작가들은 클레오파트라가 독극물 연고를 사용하거나 머리핀과 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독을 주입하여 자살했다는 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은 로마 공화국의 삼두정치 중 남아있던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사이의 마지막 전쟁을 사실상 종결시켰다.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와 동맹을 맺고 자신의 왕국을 지키려 했다. 그러나 기원전 31년 로마 그리스의 악티움 해전에서 패배한 후,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로 도피했고, 이후 옥타비아누스가 이집트를 침공하여 그들의 군대를 격파한다.
이제 클레오파트라의 선택은 로마의 옥타비아누스의 포로가 되느냐 아니면 죽음을 택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녀의 선택은 자살이었다. 그녀는 기원전 27년에 로마의 초대 황제가 되어 아우구스투스로 알려지게 될 옥타비아누스가 자신의 군사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로마 개선식을 열고 클레오파트라를 포로로 잡아와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는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자살을 함으로써 클레오파트라는 포로로 끌려가는 굴욕을 피할 수 있었다.
1) Michelangelo, Cleopatra(ca. 1535)
2) Alessandro Turchi, The death of Cleopatra(1640)
3) Guido Reni, Cleopatra(1650)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은 다양한 예술 작품에서 묘사되었다. 조각이나 회화, 그리고 시나 연극, 심지어 영화에 이르는 시각, 문학, 공연 예술 등 다양하다. 어쩌면 클레오파트라는 인물이 지니고 있는 묘한 이미지가 수많은 작품으로 묘사되고 표현될 수 있는 게 아닐까?
문득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이라는 상황을 접하게 되면서 거의 범죄 백화점 수준의 김건희가 떠오른다. 그녀가 지닌 인생역전 역시 흔히 접할 수 있는 삶의 행로가 아니다. 어쩌면 그녀는 밑바닥 인생에서 출발해 가장 상류층으로 올라선 순간 자신의 지위는 언제나처럼 최상부였던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된 건 아닌지.
얼핏 보기에는 한심한 측면도 있지만 그녀는 모든 사실을 잘 알고 그런 잡스런(?) 행위들을 계획적으로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나는 아무도 누리지 못한 삶을 마음껏 살 거야”라는 마음가짐으로 3년간의 생을 위한 그녀의 선택은 가장 농밀하고 축약된 모습으로 최고 권력자처럼, <V1>이 아니라 <V0>로서 살려고 했던 게 아니었을까? 기왕이면 최고 권력자였던 클레오파트라처럼 아름다운 선택을 하면 어떨까?
1) Guido Cagnacci, The death of Cleopatra(1658)
2) Benedetto Gennari, Cleopatra(1674-1675)
3) Robert Strange, Cleopatra(1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