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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ekick Jan 27. 2017

추 위 대 세

추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겨울이 다가오고 찬 바람이 불어오면 우리는 옷장 속에서 나프탈렌 향기가 폴폴 나는 따뜻한 겨울옷들을 꺼내 입고는 추위의 야속함에 대항한다.


파란색 오리털 파카는 올록볼록한 엠보싱 같아서 입으면 뚱뚱한 거북이 같고, 파리의 지하상가에서 샀던 싸구려 빨간 목도리는 두를 때마다 피아노 덮개 두르고 왔다는 소릴 듣게 만들고, 까만 가죽장갑은 솔직히 따뜻한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겨울이니 으레 끼워준다.


그러다 문득 이 '따뜻한 옷'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가 입는 따뜻한 옷이란 건 사실 옷 자체가 발열(發熱) 기능을 해서 따뜻한 게 아니라 -요즘엔 그런 것들도 있다고 한다만 - 신체에 있는 열을 그만큼 잘 감싸주어서 따뜻한 거라고.


따뜻한 옷은 없다.

따뜻한 마음만 있을 뿐이지.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이 보잘것없는 몸뚱아리에서 나오는 37.5도의 따뜻함을 간직함으로써 추위를 이겨내는 것.


세상사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는지.

매서운 겨울바람이 오면 우리 자신의 따뜻함을 잃지 않기 위해 더욱더 꽁꽁 싸매듯, 춥고 거칠고 험한 세상의 풍파를 이겨내기 위해선,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게 감싸야한다.

마음이 따뜻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이미 잃어버린 게 되니까.


그렇기에, 

우리네 지금 세상이 아지랑이 곱게 피는 따스한 봄날 같은 세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구온난화라는 단어와는 역설적으로 거칠고 차가워져 가기만 하는 세상 이어야 한다면,


우리는,

따뜻한 옷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당신 마음의 따뜻한 기운이 사라지지 않게 감싸줄 수 있는 그런 사람.    


200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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