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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자선생 Jun 27. 2022

김치통에 옮겨담기 기술

주부 9단들은 다 아는, 중년남들은 도통 모를~

택배로 받은 김치들은 비닐봉지에 싸여 있다. 냉장고에 보관하려면 김치통이나 반찬통에 나눠 담아야 한다.


그게 뭐…?

안 해본 남자들은 모른다. 그 일이 얼마나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고난도의 작업인지…!


대개 구입하는 김치들은 2kg~5kg 짜리이다. 다루기 꽤 많은 양이다. 김치 양과 통의 용량을 감안하여 적절한 통을 준비해야 하고, 냉장고에 넣어 보관할 건 큰 통에, 당장 먹을 건 작은 통에 따로 나눠 담아야 한다.


어려운  김치가  비닐봉지에서 통으로 옮겨 담을때, 고정적인 형태를 갖지 않은 봉지의 자유운동을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하면, 김치 뭉터기가  나와서 당황할  있다.

우선, 통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넘침이나 부족함이 생기지 않도록 양을 가늠하는 예리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김치 든 비닐봉지를 쥔 손의 세기조절이 요구된다. 김치를 부을때 손가락마디마다 순차적으로 힘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서두르지 않으며 흐름을 타면서! 비닐봉지에서 적정한 양의 김치만 내보내 통안에 정확히, 그리고 알맞은 양만큼 넣게 하는게 보통의 기술은 아니란 얘기다.


이 일을 제대로 해 냈는지 잘못 했는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될 KPI (Key Performance Index)는 비닐봉지에서 김치통으로 옮겨 닮을때 김치국물을 얼마나 흘렸나 하는 점이다. 국물을 흘리지 않고 통에 온전히 부어 담는게 핵심역량인 것이다.


경험이 일천한 남자들은 십중팔구 부엌 싱크대를 온통 붉은 색 김치국물로 도배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구입한 김치가 포기상태라 도마에 두고 칼로 잘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난감하네~~

아마 부엌은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리는 토마토축제를 방불할 정도의 붉은 김치국물 난장판으로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어려운 작업을 내가 해냈다!

김치가 한 종류도 아니고 배추포기김치 3kg, 열무김치 3kg, 총각김치 2kg 이나 되는걸…

1회용 비닐장갑과 도마와 칼에는 김치국물이 묻었지만…씽크대 깔끔하다! 부엌 깨끗하다!


내가 달성한 이 성과를 자축하기위해 술을 한잔 하고 있다. 소주에 깔라만시와 토닉워터를 넣고 블렌딩한뒤 얼음을 얹었다. 아 시원하다! 난 이 상쾌함을 느낄 자격이 충분하다.

그리고, 세종류의 김치를 놓고 자체 품평회를 하고 있다. 다루기 힘들었기 때문일까? 세가지 김치 모두 맛있다…! 보람찬 하루가 지나고 있다.


20220627

살림사는 남여 응원하는 놀자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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