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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artobject Aug 05. 2022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

감각

 교수님이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를 질문했던 적이 있었다. 흥미로운 개론 수업이었고 디자인에 연관된 사람이라면 스스로에게나 타인으로 부터나 한 번씩은 물음 받았던 질문이 아닐까 싶다. 결론적으로 난 그 차이를 이야기해 주셨던 교수님의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 내 기억력이 나쁘거나 수업 태도에 대한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 그렇게 설득력이 없었던 것 같다. 


 성장해오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는 객관적인 선호를 꾀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한 차이라고 생각했다. ‘상업적인가 아닌가’의 차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과연 현대의 예술들이 상업적 목표 지향을 가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조색조차 안한 물감으로 그려낸 그림 옆 캡션에 가격표가 붙어있는 걸 보기 어렵지 않다. 이처럼 예술 활동인지 수익활동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이 봤으니까. 


 어린 시절 그림을 좋아했기 때문에 디자이너를 하고 있다. 이거 나만의 이야기인가. 보고 자신 에세이인 줄 알고 움찔한 사람 없나. 내가 좋아서 시작한 그림 그리기가 누군지 몰랐던 누군가를 위한 그림(창작) 그리기가 되었다. 관짝의 뚜껑이 덮일 때 후회할 것 같다. 디자인으로 먹고사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엉뚱한 걸로 시안이 확정되었을 때 파도 같은 회의감이 몰려온다. 이럴거면 작가를 할 걸.


 가끔 겪어보지도 못한 작가들의 고충은 생각 않고 이런 어리석은 말을 한다. 이렇게 보면 또 디자이너와 작가의 차이를 아는 것 같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것 하는 게 작가이다’라고. 하지만 요즘 그런 느낌도 아니다. 그놈의 콜라보레이션.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메이저급 브랜드가 협업을 해버린다. 디자인 보다 큰돈 벌었을 것 같고 뭔가 나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개성을 찾았더라면 더 잘되지 않을까라는 의미 없는 후회 담긴 상상을 한다.


 디자인과 예술. 굳이 정의 내릴 필요가 있을까. 세상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다. 디자이너나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다만 영혼을 불태워 창작하는 디자이너들이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는 섭섭함이 한 켠에 남아 그들만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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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에서 만난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있었다. 로고 디자이너였는데 레트로한 텍스트와 일러스트를 접목한 스타일의 로고 디자인을 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작업물이 담긴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여줬다. 그의 실력은 대단했고 나는 칭찬을 어색해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피드를 보며 감탄하고 극찬을 했다. 정말 멋졌으니까! 그는 이내 내가 판매하는 로고 디자인 단가에 대해 직설적으로 물어봤다. 그 당시 내가 작업해주는 로고 디자인 단가는 30만원었다. 그래도 그 비용이 현재 디자인 시장에서 적정선으로 잘 받고있는 견적이라고 생각했다. 이 당시만해도 재능마켓 활성화로 단돈 오천원 짜리 로고 디자인이 상당히 많았다. 나는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골적인 질문에 당황스러웠지만 부끄러운 견적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이야기한 단가를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당시 시세에 비해 개인 프리랜서 치고는 많이 받는 것(재능마켓이 도입되고 오천원짜리 로고가 생겨났던 시기)이라 내 견적이 높아서 놀란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로고가 백만원, 오백만원 이상이 된다고 했다. 나에게 견적을 그렇게 받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해외를 좀 바라보라 이야기해 주었다. 그의 말을 듣다 보니 내가 굉장히 작아보였고 부끄럽기까지했다. 내가 찾아본 시세와 진행했던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자주 사 먹는다. 사천원은 그냥 넘는 아메리카노를 구매하는데 비용은 크게 아끼지 않는다. 마치 흡연자의 담배 한 갑 같은 것이리라. 그러던 어느 날 경리단길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가격을 보니 팔천원이었다. 세상에! 내가 평소 사먹는 아메리카노 보다 두 배가량 더 비싸게 팔고 있다니. 난 다신 이곳의 아메리카노를 찾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맛은 또 유난히 없었던 것 같아 속이 아렸다. 


 디자인도 이런 아메리카노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내가 예상했던 비용을 한참 넘어선 비용이라면 뒤도 보지 않고 떠난다. 내가 갔던 경리단길의 카페에는 사람이 없지 않았다. 오히려 평균 가격의 프랜차이즈 카페 보다 많았다. 사람들이 그 카페를 찾은 것은 커피 맛이 아니라 그 장소이다. 즉, 디자인이 좋아서 찾은 게 아니라 자신이 찾는 공간 스타일이 거기 있기 때문인 것이다. 동네에서 사 마시는 커피 보다 경리단길에서 사 먹는 커피값이 비싼 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레트로 스타일의 로고만 디자인하는 그가 디자이너보다 작가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그가 나에게 단가를 운운하며 내가 디자인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어조로 말하기에는 해외의 카페, 펍 로고디자인을 해주고 있지 않은가. 행여나 내가 그의 말대로 돈 백 넘는 로고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이 아닌 단순 로고디자인을 이야기하는 것이다)을 한다면 누가 나를 찾아줄까. 난 경리단길의 아메리카노 가격 이야기를 하며 그에게 구구절절 설명했고 그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내 의견에 고개도 여러번 끄덕여 주었다. 타인의 입장과 말도 포용하는 레트로 로고 디자인을 잘하는 좋은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헤어질 때 본인이 다그쳐서 미안하다는 엉뚱한 사과를 듣기 전까지. 


 우린 좋은 토론을 주고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나에게 가르침을 전했었나 보다. 그렇게 그와의 인연은 나에게 ‘디자인과 예술(작가)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상기시키며 영원히 마무리가 되었다. 그야말로 작가에 가까운 디자이너는 아니었을까. 어쨌든 높은 수준과 신념을 가진 그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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