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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안녕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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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타페타 Feb 28. 2021

같은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

새 이불을 사러 시장에 간 것이었지만 엄마는 가게마다 여긴 별로지? 들어가긴 좀 그렇지? 그러고 말았다. 시장 안에 있는 상가엔 포목점들이 모여있는데 이런 곳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다. 문닫은 곳이 70퍼센트는 되는 것 같고 문 연곳도 컴컴한 곳에서 바느질 중인 할머니나 이불 펴고 수다 중인 할머니 등등 우리가 들어가서 구경만 하고 나올 분위기는 아니다.


시장을 몇바퀴 돌고 밥 먹을 곳을 찾다가 아빠랑 퇴근하고 밤늦게 왔다던 칼국수집을 찾았다. 그집인줄 알고 국수집 안까지 들어갔다 나왔는데 결국 시장 몇바퀴 돌고도 찾지 못해서 엄마가 맛집 맞은편에 있어서 안쓰럽다던 국수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먹을걸 뭘 살까 하니까 엄마는 아빠 때문에 건강 신경 써서 장 보던 것 이제 안해도 돼, 청국장도 안 사도 되고 그런다. 운전하고 가다가는 항암 때문에 1인에 3만원 하는 장어집 가서 하나도 안 먹고 나왔다고, 추어탕집에선 그래도 한그릇 다 드셨다고 한다. 먹고 싶다고 해서 한 입도 못 먹고 버렸던 음식들이 정말 많았어서, 여동생과 나는 어차피 못 먹는데 갈비를 사와라 소고기를 사와라 하는게 한두번도 아니지 했었고, 엄마는 아빠의 모든 것을 안쓰러워 하며 살아왔던 사람이다. 나는 반대로 엄마가 그렇게 아팠고 아빠가 병수발 했으면 엄마만큼 못했을 거야, 엄마가 대단하지, 했고 엄마는 답이 없었다. 모든게 우리들과 아빠에 맞춰져 있던 엄마인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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