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 잡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니뇨 May 02. 2016

친절한 금자씨 다시 보기, 다시 듣기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또 다시 봤다. 어떤 영화건 볼 때마다 새로운 게 사실이지만 특히나 이 영화는 많은 것들을 새로이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 것 같다. 오프닝부터 명대사가 나왔는데, 왜 난 여태 이런 것들을 몰랐을까 후회하며 컷 하나 놓칠새라 나름 꼼꼼하게 봤다. 대사와, 조명, 카메라 워킹, 편집 등. 참 많은 것들을 곱씹게 됐다. 폐교에서의 포커스 아웃된 달리숏, 눈밭에 발을 딛는 개의 풀샷, 괴한들(송강호와 신하균)과의 격투씬에서 보여준 컷 분할 등. 그리고 특히나 박찬욱 특유의 색감이 워낙 좋았다. 색을 찾아내는 엄청난 눈을 가졌다고 느꼈다. 특히나 금자가 딸을 데리고 걸어가는 굴다리의 조명색과 굴다리 시멘트의 색이 잘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일천한 경험을 통해 화면의 꾸밈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기준을 잡진 못한 게 사실이라 레퍼런스적으로 많은 지침이 되는 영화이다. 한동안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에 빠져있었고, 허우샤오시엔의 '자객 섭은낭'을 보고 허우샤우시엔을 찬양했었다. 물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화양연화'의 붉은색을 항상 상기하며 양가위를 흠모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말 좋은 감독들의 정말 좋은 영화들을 통해 느끼는 게 많은데, 그럼에도 아직까지 내게 있어서 최고는 박찬욱이 아닐까 생각한다. 곧 나오는 신작 '아가씨'가 참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친절한 금자씨' 엔딩 크레딧의 삽입곡 목록인데, 여기서 박찬욱의 고상한 취향과 음악에 대한 심미안이 여실히 드러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황함을 가장한 감추기의 지겨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