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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나무 Nov 23. 2021

자연놀이에서 가장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

#1 모든 놀이는 목표가 없어야 하고 기록을 위함이 아니어야 한다.

아이들과 자연에서 혹은 집안에서 놀이를 할 때면 가장 필요하지 않은 것과 가장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충분히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야심 차게 출발을 했다가

 "내가 왜 나왔을까.." 혹은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죠.


자연 놀이에서 가장 먼저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



첫째. 목표의식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외부 활동. 무엇을 위해 하시나요?


"와~!! 산이다!!"

들떠있는 아이의 목소리와 함께 시작된 산행에서 아이들의 걸음은 굼벵이도 이런 굼벵이가 없습니다.

뭐가 그리 신기한지 우리 집 앞 화단에도 있는 나뭇잎을 주워 주머니에 쑤셔 넣어요.

(이쁜 나뭇잎도 많은데 왜 자꾸 벌레 먹고 병에 걸려 얼룩덜룩한 나뭇잎을 자꾸 주워 넣는 것일까요.)



"얼른 좀 가자!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래? 곧 어두워진다~"


이미 경쟁 사회에 녹아 있는 부모의 마음은 아마도 비슷하리라 생각됩니다.

'내가 봐 둔 장소가 있으니 거기를 좀 가서 인증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언제까지 여기서만 놀 거야! 우리의 목표 지점은 여기가 아니라고!"


그러나 아이들은 그 목표지점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외출만으로도 아이는 신이 나고 그 목표 지점에 도착하지 않아도 한 장소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죠. 아이들은 돌멩이 하나로도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고 구멍 뚫린 나뭇잎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잎이 됩니다.


자신이 찾은 것을 이것도 저것도 엄마 아빠에게 꼭 보여줘야만 하는 우리 아이들. 아이들의 보물에 반응해주세요. 그 과정에서 애착은 물론 유대관계가 더 깊어집니다.


오늘 비록 A라는 목표를 향해 출발을 했지만, A에 도착하지 못하면 어떠한가요.

그 목표 지점도 결국 아이들 즐거운 놀이 위해 찾은 것이 아닌가요?

어른이 장소를 제공했다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바라보는 길을 함께 바라보기.' 이것을 목표로 삼아 보세요. 내가 원하는 지점에 도착하지 않아도, 그 공간 한 바퀴를 모두 돌아보지 않았어도 최고의 보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아이들의 자연입니다.


둘째. 예쁜 옷, 비싼 옷.


아이들과 예쁘게 커플룩을 입고 자연에서 아름다운 사진을 찍는 것. 많은 부모님의 로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쁘고 값비싼 옷을 입고 출발하는 순간 우리는 힐링이 아닌 전쟁터로 출발하는 것도 모른 채 말입니다.


밝은 베이지 톤의 예쁜 원피스를 큰맘 먹고 구입해 딸과의 데이트에 나섰습니다.

엄마의 상상 속에는 푸른 잔디밭에서 딸과 손을 예쁘게 잡고 걷고 있는 모습이 파파라치컷으로 찍혀있겠지요.


그러나 잔디밭으로 가는 길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흙탕물을 물론이고, 자연물을 줍겠다며 아이가 쪼그려 앉을 때마다 아이의 치마는 흙 범벅이 되고 말죠. 신기하게 그때마다 어디선가 물티슈가 튀어나와 아이의 옷과 손을 벅벅 닦아댑니다.


"이거 지지~ 만지지 마!!"

"벌레 나온다!!"

"옷 더러워졌잖아!!"


이 순간이 반복이 되면 아이들은 점점 부모의 눈치를 보고 자연에 깊게 들어가지 못합니다. 점점 자신의 옷에

뭔가가 묻으면 부모의 눈치를 보며 본인이 더 난리가 날 테지요.


"엄마!! 옷 갈아입을래. 뭐 묻었어!! 싫어!!"


아이와 자연에서 즐길 때만큼은 예쁜 옷, 값비싼 옷은 넣어두세요. 온몸으로 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더러워져도 괜찮은 옷으로 준비해주세요. 아이들은 온몸으로 자연을 느낄 때 더 단단해집니다. 창의성과 생각의 크는 데는 예쁜 옷이 필요 없습니다. (SNS의 '좋아요' 숫자를 위해서라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셋째, 인증사진.


"엄마, 이거 봐봐!! 나 이거 만들었어!!"

"잠깐만~ 사진 좀 찍고~"


"엄마, 이거 다시 만들래."

"어어! 잠깐만~ 사진 안 찍었는데!!"


"엄마, 나 여기 올라가 볼래."

"잠깐 거기 서서 여기 보고 이렇게 해봐~"


"엄마, 나 어때?"

"응 여기 봐봐, 사진 찍자 웃어봐~"


첫째 아이 문화센터에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돌 무렵 꼬꼬마 아기들이 문화센터에서 오감으로 즐기는 놀이를 하는 모습 정말 사랑스럽고 귀엽죠. 당연히 그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한 아이의 어머니는 늘 무거운 DSLR 카메라를 문화센터에 가지도 오셨습니다. 오감 놀이가 시작되자마자 찰칵찰칵 셔터 누르는 소리가 들렸죠. 카메라에도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다른 한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습니다. 핸드폰으로는 동영상 촬영을, 다른 한 손으로는 DSLR 카메라로 사진 촬영을.

까르르 웃던 아이는 엄마와 공감을 하고 싶었는지 엄마를 쳐다보았습니다. 엄마를 보자마자 무표정으로 변하는 아이. 다시 놀이에 집중을 하다가 까르르 웃으며 엄마를 바라보았으나 또다시 무표정. 무슨 이유였을까요?


"우리 애는 잘 웃다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무표정이 돼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으세요??

아이 사진을 찍듯 카메라를 들고 거울을 바라보면 정답은 금방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엄마는 카메라를 통해 아이의 표정과 눈을 보지만, 아이는 카메라의 눈에 가로막혀 엄마의 눈과 표정을 보지 못합니다.


엄마와 공감을 하려 세상 행복한 미소로 엄마를 바라보았는데, 무서운 카메라 로봇으로 얼굴이 바뀌어 자신의 얼굴을 가려버린 엄마.

아이들과 엄마의 유대관계에 있어 카메라가 꼭 중요한 요소중 하나일까요?


자연놀이뿐만 아니라 아이들과의 모든 활동에서 최소한의 사진 촬영을 하시라고 우유나무는 강조합니다. 우유네 놀이에서는 아이들이 정면으로 보고 있는 사진이 많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따로 작품을 남기고 싶어 요청을 할 때 외에는 몰래 파파라치컷으로 슬쩍 남기곤 하죠.


남에게 보이지 않아도 나와 아이의 끈끈한 그 시간을 위해 카메라를 내려놓으세요. 남이 알지 못하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위해 눈을 바라보고 아이의 놀이를 함께 해주세요.


언제 어디서나 부모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그 믿음만으로도 아이들의 자아존재감은 높아집니다. 나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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