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 우리가 뛰어다니는 이유
백색소음 - 넓은 음폭을 가져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는 소음 (출처 : 시사상식사전)
'백색소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육아를 해보았다면 신생아에게 백색소음을 들려준 적이 있을 거예요. 소리에 예민하고 잠에 잘 들지 못하는 신생아에게 안정감을 주는 이 소음을 저 또한 아이들에게 자주 들려주곤 했어요.
인간 뇌파의 알파파를 동조시켜 심신을 안정시키고 수면을 촉진시킨다.(중략) 일상적인 상태와 백색음을 들려주었을 때의 상태에 따라 전혀 새로운 고교 2학년 수준의 영어단어를 5분간 암기하도록 했는데, 평소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35.2%나 개선됐다.(중략) 한 의과대학의 도움을 받아 피 실험자에게 백색음을 들려주고 뇌파를 측정했더니 베타파가 줄어들면서 집중력의 정도를 나타내는 알파파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뇌파의 활동성이 다소 감소되고 심리적인 안정도가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좋은 소음도 있다? 백색소음 효과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백색 소음 중에서도 자연의 소리인 파도 소리, 비 내리는 소리 등은 특히나 심신의 안정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심신의 안정을 얻기 위해 파도 소리를 찾아다니기 어려운 도심에서의 일상.
우리는 멀리 나가서 자연의 소리를 경험하지 않더라도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소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바로 비가 내리는 날이죠.
비가 내리는 날은 출근길부터 순조롭지 않겠지만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비를 경험할 때 즐거운 놀이와 함께 한다면 심신의 안정은 물론 생각을 키우는 힘이 생길 것입니다. 더불어 양육자와 함께 경험하고 느끼면서 아이와의 유대감이 더 단단해지죠. 비옷과 장화를 신고 온몸으로 느껴봅시다. 물론 어른도 우산보다는 비옷을 추천합니다.
시각 : 빗방울이 내려오는 모양과 물이 고인 자리에 빗방울이 떨어졌을 때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청각 : 조용히 귀를 기울여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어봅니다. 내 비옷에 떨어지는 소리, 나무에 떨어지는 소리, 쇠에 떨어지는 소리 등 소리 찾기를 통해 청각을 자극합니다.
촉각 : 손을 뻗어 톡톡 떨어지는 비를 느껴봅니다. 빗방울을 품고 있는 풀잎의 느낌이 어떠한지 만져봅니다.
후각 : 비가 내리면 어떤 냄새가 날까요? 물은 향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빗방울을 품은 풀과 흙 등의 향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미각 : 공해로 인해 빗방울을 먹어보는 것은 아쉽게도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풀잎에 떨어진 빗방울, 흙탕물이 되어버린 빗방울이 무슨 맛일지 상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비 놀이야말로 오감을 만족하는데 훌륭한 놀이입니다.
비가 내리면 감사하게도 중간중간 웅덩이가 생깁니다. 물론 흙과 함께라면 더 좋겠지만 도심 속 보드 블록에서도 쉽게 웅덩이를 만날 수 있어요. 웅덩이에 비친 하늘, 나무, 전봇대 그림을 찾아봅니다. 마치 움직이는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죠. 그리고 떨어져 있는 풀잎을 띄우며 직접 웅덩이에 그림을 그려 보아도 좋은 경험이 됩니다.
우리가 그린 웅덩이 그림이 빗방울에 또는 바람에 살랑살랑 움직입니다.
비가 내리면 감사하게도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색색깔의 나뭇잎을 만나게 됩니다. 나뭇잎을 주워 본인의 비옷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물의 표면장력이라는 멋진 힘으로 스티커처럼 찰싹 달라붙는 나뭇잎이 신기한지 한참을 여기저기 붙여봅니다.
아쉽게도 엄마의 비옷은 거칠어서 잘 붙지 않았어요. 만약 아이의 비옷에 나뭇잎이 잘 붙지 않는다면 근처의 전봇대나 놀이터의 쇠 부분에 그림을 그려보세요. 맨질맨질할수록 잘 붙습니다.
다양한 자연물과 물건들에 맺혀 있는 물방울이 빛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빛이 났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보석을 찾아 각자의 이름을 지어줬어요. 그 보석으로 반지라도 만들고 싶었지만 곧 공기 중으로 사라질 보석들. 그래서인지 더 값어치 있어 보입니다.
나뭇잎들 사이에, 구석에 꽁꽁 숨어 있던 거미줄들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더 잘 보입니다.
"꼭꼭 숨어라 물방울 보일라." 아이들과 공원을 뛰어다니며 누가 거미줄을 더 많이 찾나 시합을 해보세요. 그리고 그 거미줄에는 어떤 거미가 살 것 같은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아요.
관찰력과 생각이 커지는 아이를 보게 될 것입니다.
키가 작은 나뭇가지 밑에 서서 조심스럽게 당겼다가 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나뭇잎마다 맺혀 있던 물방울들이 한 번에 떨어지며 물폭탄을 맞게 됩니다. 아이들의 까르르 소리에 또 다른 물 폭탄을 찾으러 뛰어다녔어요.
(나무가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약속입니다.)
엄마에게도 물폭탄을 내려주고 싶다고 키가 작은 4세 꼬마는 이 나뭇가지를 주워 왔습니다. 엄마에게 탈탈탈 털어내는 아이.
이때 엄마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을만한 연기를 해내요.
"앗 차가워!! 엄마 물 폭탄 맞아서 바다로 쓸려갈 뻔했어! 도망 가자!"
비를 맞는다고 해서 꼭 감기에 걸리지 않습니다.
비를 맞게 되면 체온이 조금 낮아지면서 면역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몸 안에 내재되어 있는 바이러스가 활발히 움직여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집안에서 꽁꽁 숨어 있는다고 면역이 좋아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연에서 놀며 미생물 보약과 함께 지낸다면 아이들의 몸은 더 단단해집니다.
우유 남매는 비 놀이를 하고 돌아오면 꼭 욕조에서 탕목욕을 하거나 샤워할 때 목 뒤쪽을 따뜻한 물로 많이 적셔줍니다.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리며 목 뒤쪽에 따뜻한 바람을 쐬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목 뒤에는 면역에 좋은 혈자리가 많이 지나가기 때문이죠. 비 놀이를 할 때 목에 손수건을 둘러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머리 위에도, 발에도 비가 내립니다.
생각을 키워주는 비가 내립니다.
비를 맞으며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알까요?
여름에 비가 더 많이 내리는 이유는, 더운 날 지쳐있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게 쉬어 가라고 자연이 주는 선물일지 모릅니다. 밖에 나가기 어렵다면 차 안에서, 창문 앞에서 눈을 감고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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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윤석중 작사, 이계석 작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