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얼렁뚱땅, 요가 강사
요가 지도자 과정(TTC)에 대한 이야기를 매주 SNS에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독자들이 생겼다. 그 중 한 명이 영상다방 황금단추(이하, 황금단추)의 대표님이다. 그녀와 나는 오래전 연락이 끊긴 동네 친구 사이기도 하다. 중, 고등학교 시절엔 다들 한 동네 살던 친구들이 대학 입학과 동시에 동네서 마주칠 일이 좀처럼 없어진다. 돌아봐도 참 신기한 일인데, 우리 둘 또한 그렇게 10년 넘게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SNS를 통해 그녀가 내게 먼저 DM을 보내왔다. 요가 수련을 하고 싶은데, 추천해줄 만한 곳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근황에 대한 물음이 이어졌다. 그녀는 퇴사 후 합정역 인근에 유튜브 촬영 스튜디오 겸 복합문화공간을 차렸다는 소식을 내게 알렸다. 그곳에서 내가 요가 수업을 꾸려도 좋겠다는 제안과 함께였다. 요가 지도자 교육을 받으며, 정형화된 요가원이 아닌 곳에서의 수업을 종종 그려보곤 했었다. (아닌 척 연기는 가능하지만!) 실은 낯가림이 꽤 있는 편이라, 가능하면 소수의 분들과 함께 요가 수련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련이 끝난 뒤엔 집으로 바로 가기보단 천천히 차를 마시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편안한 시간 또한 꿈꿨다. 당장은 공간을 마련할 만한 형편이 되지 않았기에, 먼 훗날에야 가능할 줄 알았던 그 일이 그녀 덕에 가능해졌다. 매우 다행스럽고도, 고마운 일이었다.
그동안 주변 지인들을 지켜보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게 내내 마음이 쓰였다. 외적으로는 자신만의 커리어를 멋지게 완성해가고 있지만, 내적으론 불안하고 그 덕에 병원에 다닐 만큼 아픈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말의 시작, 토요일 오전만큼은 심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지 싶었다. 그 진심어린 마음을 담아 황금단추에서 진행하는 요가 클래스의 이름을 ‘심신의 옷깃을 여미는 요가’라 지었다.
한 여름이었던 작년 8월부터 수업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에 들어갔다. 내가 주 수련 중인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는 주 1회 수련으로는 어울리지 않으며, 요가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겐 진입장벽이 꽤 높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보단 한 주 한 주 몸의 부분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련하며, 한 달로 봐서는 전신을 한번 돌봐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에 꼭 맞는 게 하타 요가 수련이었다. 흐름이 중요한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와는 달리, 자신의 수준에 맞게 자세를 취한 뒤 편히 호흡하는 수련. 긴 홀딩 시간이 주어지기에, 수련생들이 각자 몸에 맞게 완성 동작까지 도전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수업 구성이 정해진 뒤엔 요가적인 무드를 더 할 소품들을 마련했다. 공용 매트는 공간과 어울릴만한 색깔로 선택했고, 수련 뒤 마실 보이 차와 찻잔 세트 등도 마음에 드는 제품으로 골랐다. 그리고 뒷벽엔 인도 여행길에서 사온 옴(ॐ) 천을 걸었다. 새빨간 카페트가 깔린 공간에 무지개 빛 그라데이션이 돋보이는 천은 꽤 잘 어울렸다. 진한 인센스 향까지 더해지니 남부러울 것 없는 요가 수련실이 완성되었고, 어느덧 수업 오픈 날인 9월 첫 주가 성큼 다가왔다.
실로 내 이름을 건 소규모 요가 레슨 수업이기에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려운 것이 사람을 모으는 일이었다. 아무리 내가 요가 수련을 10년 넘게 이어왔어도 가르치는 일은 처음이었고, 그 때문에 남들이 보기에는 ‘요가원도 아닌 곳에서, 요가 지도자 교육을 막 수료한 사람이 요가를 가르친다고?’와 같은 의문을 품는 게 당연했다. 실제로 홍보 글을 보고 문의는 몇몇 왔었지만, 결제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결국, 9월에 시작한 3번의 수업은 모두 지인들로 채워졌다. 그간 내가 요가 강사가 되길 기다려준 고마운 사람들이 모두 다녀갔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일 수는 없었다. 10월 강의 계획서를 작성하며, 낯선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이곳에 오게 만들지 고민했다. 진즉, SNS를 활발히 하며 인싸력(?)을 키워 놓을 걸 하는 후회도 살짝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기회가 찾아왔다. 연남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서점 리스본 포르투’에서 옥상 요가 클래스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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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요가 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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