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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빈 Apr 03. 2020

#48. 요가를 나누는 일, 소규모 레슨(3)

Chapter3. 얼렁뚱땅, 요가 강사

황금단추에서의 수업 4개월 차, 어느덧 매주 찾아오는 정기 수련생들이 등록인원의 과반을 넘어섰다. 그 덕에 강사인 나뿐만 아니라 수련생들끼리도 서서히 안면이 트이며 친분이 쌓이고 있었다. 추운 겨울, 침대에 좀 더 누워있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토요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이곳에 오기까지. 그리고 매트 앞에 서서 마음만큼 되지 않는 동작들을 이어가는 동안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들 사이에 묘한 ‘전우애’가 꽃피는 느낌이 들 무렵,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홍대 요가원에 다녔을 때,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었다. 당시 그 요가원을 다닌 지 햇수로 6년이 넘어갔는데,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은 선생님 외엔 손에 꼽았다. 그래서 매년 파티를 할 때마다 혼자 가기가 망설여졌다. 나만 혼자 덩그러니 서있으면 어쩌지 싶어서. 그러다 애정하는 선생님이 오신다는 말에 용기를 냈던 그 날, 매일 매트 앞뒤에 서서 함께 수련한 덕에 얼굴은 매우 익숙한 분들과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이, 직업 불문 요가 하나 만으로도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 시간은 정말 ‘요가 매직’아닐까 싶다. 그날 이후, 우리는 요가원 밖에서도 만남을 꾸준히 이어갔고, 지금은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심신의 옷깃을 여미는 요가(@영상다방 황금단추, 합정)


그 기억을 떠올리며,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자고 대표에게 먼저 제안을 했다. “좋다! 뱅쇼는 내가 만들게!!”라며 화답해준 대표 덕에, 일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나는 평소 즐겨 먹는 우리 집 표 ‘두부 김밥’을 넉넉히 준비했고, 수련생들에겐 함께 먹을 간식 한 가지와 읽던 책 한권이 준비물이라고 미리 일러뒀다. 파티 당일, 먹고 떠들며 이들 한명 한명을 지켜보는데 참으로 고마웠다. 수업을 진행할 때부터 꾸준히 나와 함께 해준 이부터, 황금단추가 위치한 합정에서 꽤 멀리 떨어진 인천, 분당 등에서 주말마다 이곳에 꼬박꼬박 와준 이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요가 수련을 하고 함께 웃고, 떠드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모두에게.
 

새해엔 요가를 좀 더 의미 있게 잘 나눠누자 결심도 섰다. 2020년 새해에 이루고자하는 큰 목표도 좋지만, 다가오는 1월 한 달, 한주 그리고 하루. 작지만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하지만 그동안은 나중으로 미뤘던 일들. 이를 한 번 실천해보자고 모두에게 제안했다. 실은 내가 미리 세워 놓은 나의 새해 목표기도 했다. 큰 계획을 세워 놓아도 변수가 많은 삶을 살고 있는 우리기에, 작은 성취를 맛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천천히 함께 채워나가며, 내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마주보며 이야기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심신의 옷깃을 여미는 요가(@영상다방 황금단추, 합정)


그 겨울이 지나 봄이 왔다. 지난 몇 년과 달리 미세먼지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 돋보이고, 어느새 벚꽃도 활짝 핀 너무나 근사한 날들. 하지만 금방 끝이 날 줄 알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어 우리 모두의 일상은 휘청하고 있다. 매일 수련하러 오가던 요가원도 긴 시간 휴원 중이고, 황금단추에서의 수업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의미로 잠시 쉬어가고 있다. 함께 한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구나. 그 시간을 위해선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할지 다시금 배워가는 오늘이다. 이를 어서 수련생들과 나눠야지. 꼭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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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에필로그 편이 연재됩니다.

<얼렁뚱땅, 요가 강사가 되었다>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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