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던 것이 나를 죽인다.
저 말을 써내리고 나서야 모든 단어의 자음과 모음이 하나하나 내게 날아와 비수를 꽂는다. 사랑을 줄 자격이 없다는 듯 살갗을 파고들고 기어이 피를 낸다.
그를 사랑하고 사랑하고 싶고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일 뿐인데 자꾸 내 잘못의 번복이 그와 나의 자리를 흔든다. 떨어지지 않으려 꽉 붙들고 있는 그를 바라보는 억장이 무너진다. 그런 나는 나침반을 잃은 듯 허망하다. 나는 그에게 미운 사람이 되었고, 순식간에 내 시야는 색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