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소란과 고요

by 리을

당신을 만난 시작부터 오랜 시간 동안 나의 삶은 온통 소란스러웠다.

소란은 더 큰 소란을 만들었다. 정신없이 휘둘리고 어떻게든 살기 위해 나아갔다.

당신을 챙기기 어려울만큼 나의 삶은 소란스러웠고 그래서 힘을 뺄 때마다 당신은 나의 손을 더욱 세게 붙잡았다.


그러다가 내가 너무 힘을 빼면 당신은 나에게 말했다.


같이 가요.


그럴 때만 나는 이따금 정신을 차리고 힘을 조금 더 줬다.

소란을 함께 한다는 것이 싫었다.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감정을 책임감이라고 말하며 나 스스로를 괴롭혔다. 나는 책임감이 강해서 이런 모습들을 당신에게 보여주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함께 놓인 것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당신은 그럴 때마다 이 소란을 함께 버틸 수 있어서 우리는 더 행복할거라고 말했다.

소란이 잦아들면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믿고 싶었지만 믿을 수 없었다. 믿었다가 또 실망하면 나는 더 못난 사람이 될까 두려웠다.

버터내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손을 놓지 않았다.


소란스러운 시간들은 결국 지나갔다.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지나갔다. 그리고 견뎌냈고 손을 놓지 않았다.

사랑은 힘든 순간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늘 생각했지만 힘든 순간을 함께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내는 것 밖에 우리는 할 수 없다.


사랑은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저 소란을 함께 버티고 고요를 만들어내는 것 뿐이다. 소란이 지나고 고요가 찾아왔을 때 우리는 함께 걸어온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보다 우리는 앞으로 함께 할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랑은 소란과 고요가 동시에 공존해야 완성된다. 소란만 겪는다면 과거에 머물고 고요만 겪는다면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두 가지를 동시에 겪어야만 비로소 함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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