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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린 Aug 08. 2020

나만 몰랐던 '응'카페

커피 1도 모르지만 여긴 갑니다

 나는 커피를 안 마신다. 카페는 좋아하고 구수한 커피 냄새도 좋아하는데 아무리 마셔도 나한텐 그저 쓴 맛이 나지만 조금은 고소한, 그런 음료다. 


그래서 가끔은 부럽다. 원두 향의 차이를 느끼고 라떼아트도 할 줄 알고 집에 커피머신도 있는 그런 아는 사람들. 워낙 타고난 애 입맛이라 테이크아웃 컵을 다 비워본 적이 손에 꼽는다. 이렇게 커피에 대해선 1도 모르지만, 그래도 여긴 꼭 서울에 생겼으면 하는 카페다. 맛있고 독특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싱가포르의 더위를 식혀주는 '응'카페, '% 아라비카' 카페다.


카페의 % 로고가 눈에 띈다


교토에서 시작한 '% 아라비카' 카페는 싱가포르 대표 관광지인 아랍 스트리트에 있다. 로고 %를 45도로 살짝 비틀면 '응'처럼 보여 '응'카페라고도 불린다. 싱가포르 % 아라비카는 아랍 풍경 사이에서 딱 이목을 끌기 좋은 진입로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 주변 풍경이 다 아랍풍의 가게와 식당, 술탄 모스크 등 색이 강한 건물이다 보니, 깔끔하고 심플한 카페 외관이 더욱 눈에 띈다.


 유명 쇼핑 거리인 오차드로드에도 지점이 있지만, 이곳이 더 매력적인 건 분명하다. 오차드 지점은 시원한 쇼핑몰 부근에 있어서 커피 맛이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아랍 스트리트 지점은 땀을 뻘뻘 흘리며 구경하고 돌아다니다가 만나기 좋은 위치라서 더 달고 시원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페니시 라떼와 카페라떼

커피 한 잔 당 가격은 원두와 사이즈에 따라 6,500~8,500원까지 다양하다. 음료는 6 종류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독특한 점은 우유 대신 옵션으로 두유, 오트밀, 아몬드 밀크를 선택해 취향에 따라 다양한 맛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커피를 좋아하지 않은 내가 마시자마자, "맛있다!"를 외쳤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난 스페니시 라떼 아이스를 선택했는데 싱가포르 날씨가 워낙 습하고 더워서였는지 정말 시원하고 달았다. 캐러멜 향과 고소한 우유 베이스가 풍부한 편이라 달달한 케이크랑 먹기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단독으로 마시기엔 적절한 당도였다.




매장 곳곳의 디자인 제품도 눈에 띈다. 우산부터 보틀, 가방, 옷, 심지어는 쓰레기통까지 어느 것 하나 남의 것이 없었다. 온통 '우리 매장 거야!'라고 외치는 듯, '%' 로고를 심어놓았다. 들어올 때부터 자동문 버튼에 %, 바닥에도 금색 %, 그리고 나갈 때 쓰레기통까지 완벽하게 %를 새겨놓았다. 심지어 예쁘다. 요즘 한국에선 간판 없는 카페나 식당들이 유행인데 이렇게 간단한 심볼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도 상당히 세련돼 보인다.



이곳의 빨대는 원두를 분쇄해 만든 친환경 재생 빨대로 보인다. 컵홀더도 코팅처리가 되지 않은 재생지를 쓰고 있다. 자체 제작 텀블러나 에코백 등 환경을 위한 제품을 매장에 비치해둔 것도 브랜드의 가지 지향점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행이 더 자유로워지는 때가 오면, 주문할 때부터 쓰레기통에 잔을 버리는 순간까지 차별화로 가득한 이곳 '응'카페에 한 번 가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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