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Zip 두 번째 이야기
많은 이들은 말한다. 한국은 참 작은 나라라고. 숫자에 따른다면 맞는 말이다. KTX로 서울-부산은 3시간이면 갈 수 있게 됐고, 총 국토면적을 보면 미국 50개 주 중 하나인 인디애나와 같은 사이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연휴기에 이 좁은 땅 덩어리에서 벗어나려고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하지만 나는 출장을 떠날 때마다 정 반대의 생각이 들었다.
"아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엄청 넓구나.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모습들이,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호남,영남 강원도 할 거 없이 고속도로 위에서 끝없이 보이는 산들과 펼쳐진 평야 (대게 이 평야는 전라도에서 나타난다)를 볼 때마다, 그리고 그 평야에 듬성듬성 보이는 집들을 볼 때마다- 저곳에서 삶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저 집들에선 지금 어떤 일상이 이루어지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런 질문들이 평야의 한가운데 보이는 동네를 볼 때마다, 산과 산 사이에 보이는 집들을 볼 때마다 문듯문듯 들었다.
"어쩌면 우리들은 기찻길이 나있고, 아스팔트 도로가 나있고, 관광지로 소개된 곳만 보고 도시를 떠났던 것이 아닐까?" 300km로 달리는 고속철도안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은 없을까?
KTX안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보면서, 내가- 혹은 우리 모두가- 우리 국토강산 곳곳에 숨어 있는 곳들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캠핑카를 만들게 됐다. 이름도 지어놓았다.
RoadZip: 말 그대로 로드 위의 집이라는 뜻ㅎㅎ
저번 주 고향 청주를 찾았다. 엄마와 함께 로드집과 가볼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청주의 대표 명물 상당산성을 찾아가는 길에 푸르른 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주차장을 발견했다. 바로 핸들을 돌렸다. 차를 세우고, 커피를 내려 마셨다.
푸른 나무들과, 바름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마주하고 커피를 마셨다. 32년을 살면서 국내외 수많은 카페를 돌아다녔봤지만, 단연코 가장 기억에 남을 즉석카페였다.
그 커피를 마신 장소는 주차장이었다. 많은 이들이 산성을 가는 길에 지나쳐가는, 관광지 가는 중간 길에 놓여있는, 전국에 널리고 널린 주차장 중 한 곳에 불과한 곳이었다. 하지만 차를 세우고 커피를 내려마시니, 내 인생에서 찾았던 카페 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곳으로 탈바꿈했다.
앞으로 이런 경험을 많이 해보려 한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것 말이다.
함께 하시지 않겠는가?
(평생 잊지 못할 두 번째 카페가 될 만한 장소들 추천 적극 환영합니다.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jkkang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