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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기자 Apr 16. 2017

캠핑카, 움직이는 집을 가지다

-멈추는 곳이 집이 되는 곳-

모든 것은 이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뉴욕타임즈 2016년 6월13일자

작년 6월 13일자 뉴욕타임즈 "A Young Man Quits His Old Life and Goes West" (한 청년, 이전의 삶을 접어두고 서부로 향하다)란 제목의 기사에 눈길이 멈췄다. 보스턴의 23살 남성이 5,000달러에 10년 연식 중고벤을 산 후 스스로 캠핑벤으로 개조를 한 후 1년여 동안 미 전역을 여행한 내용이었다.  그 순간 이후 캠핑카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텐트 한 번 스스로 쳐본 적이 없고 (아.. 생각해보니 논산훈련소 시절 2박 3일 30km 행군 때 한번 펴본 적이 있다) 캠핑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았던 내가- 기사 속 몇 장의 사진에, 그 사진들 속 그의 일상의 모습에 푹 빠져든 것이다. 기사를 읽으며 "아 나도 이렇게 생활해보고 싶다!"를 몇번이고 외쳤다.


나를 한번에 캠핑카의 세계에 빠지게 한 사진중 하나였다

그리고... 나도 그런 캠핑밴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막연하게 바퀴달린 집을 한 채 갖고 있다면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일상을 (주말이라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 기사 속 보스턴 젊은이와 같이 바퀴 달린 집을 가지고 싶었다.


내 방보다도 더 따듯한 공간을 지닌 차를 가지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삶의 모습은 어떨까 싶었다. (그것이 비록 주말에 한정될지라도...)


나를 낯선 상황에, 낯선 장소에, 낯선 사람들 앞에 오롯이 던지고 싶었다. 사회생활 6년차, 어느덧 "나도 '쳇바퀴 굴러가는 일상'속에 놓여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 이유는, 하루하루 맞부딪히는 일들이 모두 익숙하고, 그 무한반복적 익숙함에서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찾을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매일매일 새로운 환경에 나를 내던지고 싶었다. 캠핑카가 있다면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느 하루는 산 기슭 어딘가 바람 솔솔 불어오고, 나무잎은 비람에 솔솔 흔들리며, 하늘에선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곳에 터를 잡아 (혹은 주차를 하고) 잠을 청하고, 바로 그 다음날엔  파도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해변가에서 (현실은 해변가 옆 주차장일 가능성이 크지만) 마찬가지로 터를 잡고 (혹은 주차를 하고 ㅎㅎ)잠을 청할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캠핑카와 함께라면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나를 오롯이 집어넣고 그 속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할 수 있지 않을까했다. 내 몸뚱아리 하나만 있다면, 그리고 차를 굴러가게할 기름만 주어진다면- 하루건, 이틀이건 사흘이건 말이다. 그것이 가능할수도 있다라는 생각만으로도 설렜다, 무척이나.

그리고 지난 토요일 그 첫번째 미지의 여정을 떠났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처럼, 일상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


그래서... 실행에 옮겼다. 09년식 중고 스타렉스를 샀고. 기사 속 보스턴 젊은이와 같은 내부 인테리어를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러 다녔다.  


해답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였던 명준이로부터 나왔다. 미대를 나오고 고향인 청주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친구에게 SOS를 쳤다. 명준이는 전화 한 통화에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흔쾌히 수락해주었고- 그렇게 캠핑카 프로젝트 (일명 RoadZip Project)가 시작됐다.


09년식 19만 키로를 달린 스타렉스의 운전/조수석을 제외한 모든 좌석을 탈거 시켰다.  


벌거벗은 모습이 나왔다.




 이 상태에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고 계절이 두어 번 바뀌었다. 그리고 저 벌거숭이는 아래의 과정을 거치고....





이런 모습으로 거듭나게 된다.




작년 7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이번 주말 Roadzip과 첫 여행을 떠났다.   경주로 향했다. 갈 곳들이 너무나 많았다. 아직 봄내음이 남아있는 첨성대와 그 주변의 왕릉들을 걸으며 마지막 봄의 자취를 느꼈다.  


어디에 차를 대고 잠을 청해야 하나 걱정했지만, 예상외로 경주 곳곳엔 공중화장실을 바로 옆에 둔, 적당히 어두우면서 그렇다고 너무 깜깜하지 않은 주차공간들이 많았다.  


사람들과 차로 넘쳐나는 서울에선 찾기 힘든 곳들이, 혹은 찾았더라도 금방 주차관리원분들이 찾아오는 서울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보문관광단지 내에서 잠을 청했다. 숙박 예약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마음껏 즐겼다. 운전을 하다 적당히 곳이 보이면 브레이크만 밟으면 될 일이었다.


캠핑밴내에 있는 싱크대에서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잠을 청했다. (머리는 감지 않았다. 뭐 하루 정도는...아침에는 대중목욕탕을 이용했다. (5500원. 훌륭하지 않은가?)  



새벽공기가 차가웠지만 다행히 벌벌떨정도는 아니였다. 하지만 전기장판은 아직 필요하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아침 6시에 벌어졌다. 새소리에 눈이 떠진 것이다. 하아... 그 감동이란....  


"이 얼마 만에 듣는 아침 새소리 인가...."


새소리에 눈을 떴다.  굉장히 오랜만에 듣는 새들의 지저귐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은 곳에 캠핑밴을 다니고 다닐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라도 떠날 수 있음에, 그리고 어디에서건 누울 곳이 있다는 것에, 비와 눈, 바람에서 나를 보호해줄 공간이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렇게 첫 캠핑카 여행을 마쳤다. 글로 다 표현하려 하니 꽤나 어렵다. 평소 쓰는 글이 죄다 시사/정치적인 글이다 보니, 이런 여행기가 무척이나 어색해다. 그래도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이 나라 아름다운 금수강산 이곳저곳을 다닐 때마다 조금씩이나마 기록을 남겨야겠다,


앞으로, 각 지역 햇살이 떠오르는 모습을, 지는 모습을, 파도가 치고 빠지는 모습을, 칠흑같이 어두운 밤 가운데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들의 모습을, 보고, 느끼고, 듣고 사진으로 기록하려 한다.


함께 가시지 않겠는가?

노래: 존메이어 'XO'

인스타그램은 이곳에서


: 무계획/무전노숙 캠핑여행을 원하시는 분들,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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