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기자 Mar 28. 2017

민주당 후보들은 광주에서 무슨 말을 했을까?  

지극히 주관적인 민주당 광주경선 참관기

1. 명불허전이었다. 이재명 후보의 연설 실력은 역시나 훌륭했다. 촛불집회에서 대중을 상대로 한 사이다 연설로 인기를 끈 그의 실력이 광주경선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소년공으로 시작했던, 군복을 입었던 공장 관리자에게 구타를 맞으며 시작했던 자신의 첫 사회경험을 마치 어젯적 일을 말하듯 생생히 말했다.


그의 극적인 인생 스토리 자체가 사람들의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는데- 이 훌륭한 콘텐츠에 열정이 담긴 목소리와 손짓, 담대한 표정으로 그 힘을 더했다.


이 시장은 연설에 많은 정치적 비전과 약속을 담았지만- 내 귀를 기울이게 한 것은 그의 영화와 같은 삶의 굴곡을 담아낸 부분이었다.


“저는 초등학교 졸업 후 13살부터 어머니 손을 잡고 학교가 아닌 공장으로 출근했던 소년노동자출신입니다. 공장에서는 군복을 입은 관리자에게 수시로 빳다를 맞았고, 독한 화공약품에 후각을 잃었고, 프레스에 팔이 눌려 제 왼팔은 이렇게 굽어 있습니다. (이 말을 하며 그는 자신의 굽은 왼팔을 들었다.) 산재사고를 당하고도 일하지 않으면 월급 안 준다는 협박에 깁스를 한 채 한 팔로 일해야 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연설이 현장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았나 싶다.  (그것이 그를 향한 표로 전환이 되었건, 그렇지 않건)  정치적 입장을 떠나 13살에 공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소년공과 군복을 입은 관리자에게 구타를 당하는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올랐다.


대중에게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하지만 열정 있게 전하며 자신의 진정성을 전하는 능력에 있어서 이재명 후보는 무척이나 훌륭했다.   


논란의 가족사 부분에 있어서 그는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이제는 거동조차 제대로 못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화전민 집안에 시집와 힘겨운 삶을 이어가야 했던 어머니는 시장 화장실을 청소하며 칠남매를 키웠습니다.

마음의 병을 앓고 계신 셋째 형님이 시정에 개입하다 차단당하자 다투는 과정에서 그 형님이 어머니를 때리고 입에 담지 못할 패륜적 폭언을 퍼붓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 일로 형님 부부와 싸웠는데 이 장면이 또 녹음돼 어전 국민이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병드신 80대 어머니가 형님에게 맞아 입원하는 현장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좀 더 참아야 했습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가족사가 본의 아니게 공개되면서 상처받았을 어머니와 가족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용서를 구합니다.”


이 후보의 연설을 듣고 난 후 그의 2등을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안희정 후보와 단 0.6% 차이로 3등을 기록했다.


2. 문재인 후보는 어눌한 발음 (제가 가장 준비된 후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아아아? 할 때 “까아아?”라고 묻는 부분은 정말 어색하지 않은가?ㅎㅎ ) 때문에 연설/토론 실력에 지적을 받는데 광주경선 연설을 들으며 그가 많은 연습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그가 5.18 민주화 항쟁을 언급할 때 나왔던 그의 감정선이었다.


5월 9일 반드시 정권교체하겠습니다. 9일 뒤, 5.18 민주항쟁 기념식에,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하겠습니다. 동지들과 함께 목청껏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것입니다.

5월과 8월,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님 서거 7주기에, 제3기 민주정부 출범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2018년 개헌을 완료하겠습니다. 5.18 정신이 명시된, 제 7공화국 헌법을 오월 영령들 영전에 바치겠습니다. 당신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당신들의 정신이 헌법 속에 살아있습니다. 말씀 올리겠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문 후보의 얼굴은 벌거스레 달아올랐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뜨거운 감정선이 보였다. 5.18 희생자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그는 눈물 나기 직전의 감정선을 보였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문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갈등하던 호남 유권자가 있다면, 저 연설을 보고 문 후보에게 마음을 정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광주경선에서 6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3. 안희정 후보의 강점은 그가 민주주의를 무척이나 깊은 철학자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에 있다. 대연정 제안/선의 발언 등, 그가 지금까지 보여온 자신의 정치철학을 살펴보면 그 말들이 순간적으로 나온 발언이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가지고 발전시켰던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철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철학적 신념/생각들을 간단명료하고 임팩트 있어야 하는 경선 연설에 온전히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대민의 정치가 위기입니다. 더 이상 우리는 기존 낡은 진보 보수진영 그리고 낡은 이념의 이 이념의 정치구도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저는 새로운 나라 대민 만들고 싶습니다. 분단된지 70년 지났건만 안보 통일에 있어서 여야 정파 뚜어넘어 대외 안보전략과 통일전략 하나 통합시키지 못하는 이 현실 극복하고 싶습니다.

산업구조조정과 많은 산업 현장에서 우리는 새로운 미래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이래로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추구해왔지만 우리는 무엇하나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흉탄에 쓰러져야 했던 김구의 죽음 조국이 분단되어야만 했던 정파 정권의 역사 끝내려 합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지만 이재명, 문재인 후보의 연설에 비해선 연설의 힘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칼로 단번에 무 자르듯 표현되고 전달될 수 있는 콘텐츠가 애초부터 아니었기 때문이 그런 것이 아닐까?


대중들은 (적어도 민주당 지지자들은)보다 분명하고, 명확하고, 화끈한 연설을 기대하는데 안 후보가 내세우는 정치철학/비전 자체가 대중들이 바라는- '칼에 무 자르듯' 명확하고 화끈한 연설의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가 출연한 여러 시사프로에선 (SBS 면접, 썰전, 외부인 등..) 그만을 위해 조명, 편집등의 장치들이 동원되어 그의 철학적 가치관들을 제법 매력적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지만- 단 몇 문장으로 청중을 매료시켜야 하는 경선 연설장에서 티비프로에서와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같은 콘텐츠를 가지고 3번의 경선연설을 해야하는 안 후보 캠프는 지금 고민이 깊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세월호를 바라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