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기자 Mar 23. 2017

세월호를 바라보며

1. 2014년 4월 세월호를 취재했던 모든 기자들이 그랬겠지만,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서의 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시간들이었다. 4월 18일 진도로 향했고 그곳에서 나흘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만났던 유가족들과 그분들과 나누었던 대화, 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보고 느끼고 들었던 광경들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 따스하고 따스했던 봄날들을 진도에서 보냈던 모든 기자들 역시 그곳에서의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아픈 기억일 것이다.



2. 세월호가 3년 여 만에 바닷속에서 나왔다. 몸을 드러낸 세월호를보며 “아 너였구나.. 네가 아이들을 삼켰던 그 괴물이었구나....." 읊조렸다.



3. 3년 전 진도체육관에서의 경험이 다시금 되살아났다. 내가 만났던 유가족들 중엔 막내 남동생을 찾기 위해 진도로 내려왔던 당시 27살이었던 누나가 있었다. 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동생분이 아직 생존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냐"란 질문을 (현장에선 때로는 이렇게 잔인하고 바보 같은 질문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당시엔 기사를 써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저런 바보 같은 질문을 던져놓고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한다. 그 후회스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무거워진다.) 하자 그 누나는 나에게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는 말투로, “진광이 친구들이 진광이가 배 3층 주방 쪽에 살아있다는 문자를 보냈어요. 하나님이 지켜주실 거예요 걱정 안 해요,”라며 오히려 내게 씩씩하게 말했다.   



이틀 후 그 누나를 진도체육관에서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 후회스러운 질문을 나는 다시 했다. “살아있을 거예요…”라고 누나는 나를 보며 말했다. 그때 그녀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오늘 아침 티브이 속 바닷물 밖으로 모습을 보인 세월호를 바라보며- 그녀의 눈빛이 다시금 떠올랐다.



4. 며칠이 지나 안산 합동분향소를 취재차 찾았을 때, 수없이 나열돼 있는, 교복을 입고 있는 풋풋한 아이들의 얼굴을 담은 영정사진들을 바라보며 혹시 진광이가 있을지 찾아봤다. 좌우, 위아래로 움직이던 내 시선이 한 사진에서 고정됐다. 진광이었다. “너였구나 진광아”하며 마치 진광이를 오래전부터 알았던 형인 것처럼 마음 속 말을 건넸다. 눈물이 쏟아졌다. 취재를 하면서 그렇게 울었던 날은 지금껏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5. 끌어올려진 세월호를 보며 2014년 4월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다시금 그때의 경험들이 길을 가다가 문득문득 떠오르고 내 마음은 설명할 길 없이 무거워진다. 목격자에 불과했던 나도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데, 진광이의 누나와, 부모님과, 그리고 진광이 친구들의 가족분들은 3년 만에 고개를 다시 내민 세월호를 보며 지금 이 순간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실까란 생각이든다. 그분들의 한이, 세월호 인양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가벼워 지시길 진심으로 바랜다.

작가의 이전글 북한은 대통령 파면을 어떻게 바라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