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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기자 Jun 07. 2017

코미 전 FBI 국장의 청문회를 숨죽여 기다리는 워싱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끌 결정적 한방이 나올까

1. 휴가를 워싱턴에서 보내고 있다. 지금 워싱턴은 내일 있을 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의 상원 청문회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청문회의 요점은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지난 대선 자신의 캠프와 러시아 간 모종의 협력이 있었는지 대한 FBI 조사를 축소 혹은 중단을 요구했는지에 대한 "팩트 확인"이다.


코미 청문회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냐면 워싱턴 시내에 있는 술집들이 그 시간에 맞추어 문을 열어 맥주를 판다고 한다. 마치 단체 축구경기를 보듯이 그것도 아침 10시에. 워싱턴에 있는 한 지인은 내일을 "워싱턴 사람들의 슈퍼볼경기"라고도 했다. 청문회가 시작될 내일 아침 10시 워싱턴은 숨 죽은 듯 고요 해질 것이다. 많은 이들이 티비를 바라보며 코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버팔로 윙을 입에 물고 맥주를 마시면서.


2. 만약 코미가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명백하게 조사 축소 혹은 중단을 요구했다고 증언할 경우 이는 트럼프의 권한 남용 (abuse of power)과 obstruction of justice (사법방해)의 혐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다음 스텝은.....? 리차드 닉슨 대통령이 걸었던 그 탄핵의 길로부터 트럼프가 무사할 것이라는 보장은 아무 데도 없다.  


3. 미 정보국의 수장으로서 코미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쪽 인사들과 러시아측 인사들 간의 접촉을 인정했고 그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에 의해 해임됐다. 대통령으로서 FBI 국장을 해임하고 새로 임명할 권한이 트럼프에게 있지만, 진행되고 있는 FBI 조사에 그가 관여할 권한은 있지 않다.


개입을 시도한다면 명백히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 FBI는 미 헌법이 부여한 권한과 의무에 맞추어 조직 본연의 일을 할 뿐이고,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역시 헌법이 부여한 권한과 의무에 맞추어 본연의 일을 할 뿐이다. 만약 그 둘 중 하나가 상대의 직무에 영향의 끼치려 한다면- 그것은 삼권분립 원칙의 위반/훼손이다. 미국인들은 지금 트럼프가 그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반했는지 (그것도 대통령으로서) 확인하려는 것이다.


4. 이 원리를 국내 상황에 적용시키면 국정원과 청와대와의 관계가 떠오른다.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는 내정 직후 기자들에게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직무 분립의 원칙에 어긋나는 발언이다.


5. 국정원은 대북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지 대북정책에 관여하고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 서훈 내정자의 임무는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대북정보를 제공/분석하는 곳이지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다. 시도조차 해선 안된다. 대북정책의 흐름을 자신들이 프레이밍 하려는 순간 국내 정치 참여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그는 내정된 지 채 몇 분 지나지 않아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 결론: 각자에게 부여된 임무와 의무, 책임을 명확히 인식하자. 그리고 제발 간섭 좀 하지 말자. 권력기관 간 오지랖을 하려고 한다면 그건 헌법을 위반하는 오지랖이다.


7. 정작 나는 오늘 워싱턴을 떠나기 때문에 워싱턴 바에서 코미의 청문회를 맥주 마시면서 보지 못한다는 슬픈 현실... 뉴욕의 바들도 방송해주려나,,


8. 근데 나는 왜 휴가 중 이런 글을 쓰고이는가...


사진: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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