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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화 봄

461개의 도시락

by 관지


힘이 들어가지 않은 영화다.

심각하지는 않으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진지함이 있는 영화.


그저 주인공의 삶은

깃털처럼 가볍디 가볍다.

아마 삶을 대하는

그의 마음이 그러해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가볍지만 허술하지 않은

자유롭지만 성실한 한 인간이 도시락을 통해

풀어내는 부자 간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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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하나 낳고

알콩달콩 살아가던 부부가 어느날 이혼을 한다.

그리고 나중에 밝혀지는 그 이혼 사유는

아내의 자기를 보는

화난 눈빛을 견딜 수 없었다고.


중학생 아들은 아빠랑 살면서

입시에 떨어지고... 고군분투하다가

드디어 고등학교에 합격,


이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아버지가 무심하게 한마디 던진다.

"내가 3년동안 도시락 싸줄까?"


아버지 만큼이나 무심한 아들은 별 기대없이

"그러시던가~"


"그럼 너는 3년동안 학교 빼먹지 말고

잘 다녀라."


"그러지 뭐."


그렇게 시작된 461개의 도시락 이야기가

이 영화의 재료이자 줄거리이다.


대화도

감정도 ... 호들갑스럽지 않고

오히려 김빠지고 맥빠지는 표정투성이인데,


따뜻하고

심드렁하고

잘디잔 유쾌함이 있는 영화.


뭔가 잔뜩 긴장했던 순간들을

내려놓고

한숨 돌리기에 좋은 영화다.


그런데 반성은 되더라.

그 도시락을 먹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이

앞으로 다 잘 될거라고,

그럴 것 같다고 말하는데

나는 두 아들을 키우며 도시락 싸준 기억이 없으니...


결국 그게 도시락의 힘이고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겠지.


목에 힘을 주거나

잔소리를 전혀 하지 않는 아버지를 보며

드는 생각은,


역시나

몸 안 쓰는 인간들이

입만 나불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