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마음이 좀 울적했다.
어버이날이라고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물었다.
"요즘 마음은 어때?"
"안 편하지. 편할 일이 뭐 있겠어."
그 한마디에 돌덩이가 매달려있는 듯 전화를 끊고도 순간순간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여전히 엄마인데 이제는 도와줄 수 없는 처지가 딱했다.
이제는 꼬맹이 때처럼
너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고
너의 힘듦을 업어줄 수 없고
그저 그 모든 걸 지켜볼 수밖에 없으니.
오늘은 저녁 무렵에야 비가 그쳐 산책을 나갔다.
길 가에 양귀비꽃이 하루 종일 비를 쫄딱 맞고도,
불어대는 바람에 온몸을 가누지 못하고 흔들리면서도, 당차고 이뻐서 한참 멈추어 바라보았다.
그래, 생명 있는 것들은 편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지
부대끼면서도 살아있으니 살아가는 것이지.
문득 어느 영화, 대사가 생각났다.
"자녀들을 가장 괴롭히는 게 뭔 줄 아세요?
부모의 기대예요."
그리고 그 기대는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도 괴롭히고 있었음을.
지금 이 시간에도 생때같은 자식을 잃고
힘들게 살아가는 부모도 있는데
그들의 소원은 그저 눈을 마주치고, 등을 만져주며
차려준 밥상 앞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고 싶은 것인데.
나는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데 뭐가 어때서.
비록 지금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어도
그 떼굴거리며 웃던 웃음소리를 다시 들을 날이 올 터인데.
그러니
힘든 자식 곁에서 함께 힘들어하는 것도 복이라고
이런 시간도 고마운 것이라고... 그렇게 나를 다독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