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성탄절 무렵인가, 문득 선물상자 생각이 났다.
살아보니 여기는 뭐 사러 나가기도 어려운데 갑자기 뭔가 나누고 싶을 때를 위해서 미리 준비해 두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그래서 상자를 하나 만들고 거기 뭐든 주고 싶은 게 생기면 넣었다.
수세미도 있고 미역귀나 톳 말린 것, 차 덖은 것이나 행주, 양말이나 손수건 등등
내가 키우고 만든 것도 있고 또 누가 쓰라고 준 것도 있고... 가끔 들여다보면 기분이 좋았다.
든든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상자를 첫 개봉했다.
어버이날, 어르신들과 함께 공동식사를 하고 목수건과 양말을 선물로 나눠드렸다.
늘 일 속에 파묻혀 사시니 땀을 많이 흘리는데 좋아들 하신다.
"그래도 오늘이 어버이날이라고 노네"
요즘 날마다 고사리작업 하시느라 바쁜데 모처럼 얼굴들 보며 노닥거리니 그 풍경도 좋다.
저녁 무렵 산책을 하는데 어르신이 눈에 보인다. 손짓을 해서 가 보니 일부러 이걸 주시려고 기다리고 계셨다.
머위 오징어초무침인데 점심때 내가 맛있게 먹는 걸 눈여겨보신 모양이다. 알고 보면 우리의 삶이 곧 선물상자인 셈이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