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 밖을 보다가 아랫집에 두 분이 배에서 일하시는 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나도 장갑 하나 챙겨 나갔다. 한 분은 지난 겨울에 허리 수술을 하셨고 또 한 분은 뇌출혈로 고생을 하셨는데 이렇게 배에 다시 나오신다는 것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이니 반가울 밖에....
그물작업하시는 걸 거들어 드리며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는데도 이 분들은 시종 무덤덤.... 그 모습까지도 사랑스럽다. 식구가 적어서 그런가 한 사람, 한 사람이 그지없이 소중하고 생각하면 가슴이 반응하는 게 느껴진다. 따지고 보면 그저 남일뿐인데... 뭔가 고립된 듯한 섬의 특수한 환경 탓인지 내가 자꾸 따뜻한 사람이 되어지는 것 같다.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텃밭에 가느라 오르내리는 골목길... 그리고 어르신들이 교회에 오시느라 새벽에도, 겨울에 눈이 쌓여있을 때도 다니시는 길이다. 무슨 소망을 담고 다니시는 걸까. 생각하면 눈물겹기도 한 길이다.
오늘은 토마토꽃이 반가워서 몇 번 텃밭을 들락거렸고 수요예배를 드렸고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이 하루가 저물었다.
이 아무 일도 없다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일이고 감사한 일임을.... 그러니 아무 일도 없을 때는 억지로 뭔가를 만들려는 시도를 경계하고 다만 심심맹탕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