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3.30
(illustrator cs6)
파란 장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꽃 진 자리엔 시체 썩은내만 진동하는데
나는 어떻게 아직도 그 향기를 기억하는지,
창작을 하는 친구들과의 모임, MAPC에서 '처음'이라는 주제를 받고 가장 먼저 떠 올린 건 '첫사랑'이었다. 아무래도 가장 떠올리기 쉬운 제재였으니까. 동시에 함께 떠오른 이미지는 뇌리에 각인된,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
빨리 완성해야 성에 차는 성격이기도 하고, 많은 생각에 비해 손이 무딘 편이기도 하고 해서, 구상했던 거에 비해선 턱없이 나왔지만, 뭐.
내가 피운 적도 꺾은 적도 없는 꽃이 내 안에서 썩어 들어가고, 덕분에 내게선 온통 썩은내가 진동하는데, 여전히 달콤했던 꽃향기를 상기할 수 있단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그 시간을 한참 지나친 사람들, 혹은 새 꽃을 피운 사람들은 참 쉽게―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아픈 꽃을 피웠을 것임에도 불구하고―그 고약한 냄새가, 썩어 문드러져버린 마음이, 더 빨갛고 탐스러운 꽃을 피울 거름이 될 거라고들 말하지만,
새 꽃을 피우기 전까지, 내게, 혹은 불특정 다수의 너에겐 역시 '골이 울리도록 고약한 썩은내' 일 따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