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마음 (11)
차를 타고 지나던 길에 몇 년 전 자주 가던 음식점을 봤다. 여기였구나... 그때만 해도 이 근처에서 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뭔가 묘한 마음이 들었다. 외관은 몇 년 전이나 다를 바 없었고, 낡은 느낌도 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때와 같은 분위기가 날까, 그때와 같은 음식을 여전히 팔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지나갈 때마다 습관처럼 그 음식점을 힐긋거렸다. 그때마다 그 음식점에 자주 가던 시절과 함께 마주 앉았던 친구도 떠올랐다. 그렇게 몇 번씩을 힐긋거리던 그 음식점에 어느 날 선명하게 나붙은 ‘임대’라는 글자를 봤다.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던 ‘임대’. 그러고 보니 간판도 꽤 낡아 보였고 그 주변으로 전에 못 보던 새로운 음식점도 많이 생긴 것 같았다. 어쩌면 나와는 상관없는 ‘임대’라는 글자가 묘하게 서운했다. 최근 몇 년간 찾아간 적도 없으면서 없어지는 게, 사라지는 게 아쉬웠다. 나의 어느 한 시절이 담긴 곳이니까, 가장 좋아하던 친구와 자주 가던 곳이니까. 어쩌면 그 친구와 그때를 곱씹으며 한두 번쯤은 더 가볼 수도 있었던 곳이니까 말이다.
그때는 퇴근 후에 늘 밖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여유를 부리다 집에 가곤 했다. 직장과는 적당히 떨어져 있고 복잡하지도 않았던 동네라 그 음식점에 자주 갔었다. 벽 쪽으로 긴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옆으로 작은 테이블 2,3개 놓인 넓지 않은 공간이었다. 샐러드가 맛있었고 플레이팅도 맛도 담백하고 깔끔했다. 우리가 가던 저녁시간 때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고 음악소리도 거슬리지 않았고 주차도 쉬웠고 음식도 적당한 때에 잘 나왔던, 모든 게 참 적당했던 곳이었다. 아마 우리가 나누던 이야기도 큰 소란 없이 적당했을 것이다. 그 시절 그곳에서 찍은 몇 장의 사진들이 있는데, 나의 표정이나 눈빛이 적당히 편안해 보였다. 큰 고민이나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제법 잘 살아내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내가 보기에 그때의 나는 그래 보였다.
나는 그 시절이 그리운 건지도 모른다. 반짝였고, 여유로웠고, 마음을 터놓던 친구가 가까이 있었고, 일이 즐겁던 짧았던 어느 한 시절.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좋았구나’하는 감정이 이상하게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설레는 것 같기도 하고, 애틋한 것 같기도 하고, 두근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슬픈가 싶기도 하고, 다행이구나 싶기도 한 여러 가지 기분이 마음속에 한데 모여 있다. ‘임대’라는 글자로 시작된 이상한 마음. 봄이라 그런가 보다... 이렇게 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