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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슈페너 Nov 14. 2021

어느 브런치 작가의 고백

2021년을 돌아보는 글쓰기의 상념

2019년 10월 24일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을 받았다.

어느새 2년이 넘어 버렸다. 그동안 쓴 글은 41개, 한 달에 1.7회 정도의 글을 썼다.


사실 브런치 작가가 된 계기는 말도 되지 않는 야심 찬 꿈을 안고 시작된 것이었다. 브런치를 구독하던 중 ‘제7회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라는 글을 읽고, 문득 응모를 하였기 때문이다.

대상을 꿈꾸면서.


사실 브런치 작가는 아무나 되는 줄 알았다. 한마디로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던 것이다. 공모전에 도전을 하려고 보니 ‘작가 신청’을 해야 하고, 10개의 글을 만들어 ‘브런치 북’을 만들어야 하고, 그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 ‘응모’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평소에 브런치 다른 작가님 글들을 열심히 읽었느냐….? 그것도 아니다.

몇 개 안 되는 글들을 읽고는 ‘가볍다’ 판단했고, 역시 ‘책은 아직 종이야! ‘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글 쓰는 것이 내 인생의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가… 물리적, 부피적, 형태적, 사실적으로 따져보면 ‘글 좀 썼다!’라고 할 수 있는 반증은 없다!

굳이 말하자면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가끔, 띄엄띄엄)’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한 가지 꾸준히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엄마가 동네 아주머니들과 단체로 구입한 ‘세계 명작 100선’과 한국 대표 명작 100선’을 열심히 읽었다.

방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그 많은 책들을 보면 다 읽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 책들은 나를 쏘아보고 언제 나를 이 답답한 책꽂이에서 탈출시켜 줄 것이냐 항의하는 듯했다. 그래서 하나 , 둘 책이 뽑힐 때면 나도 모를 희열에 찼고, 방학이 되면 계획을 세우고 숫자를 지워가며 읽었다.

이해가 가면 가는 대로, 안 가면 안 가는 대로, 감동을 받으면 일기장에 빼곡히 나의 감상문을 쓰면서.



한 가지 더 생각난 것은 글쓰기에 대한 미련은 늘 있었기에 본격적으로 배워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한겨레 문화센터의  ‘곰사람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사람이 되기 위해 곰처럼 100일 동안 마늘을 먹듯 글을 썼다. 내 인생에 하루도 빼먹지 않고 그 무엇인가를 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딱히 무엇을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었는데, 100일 동안 쓰다 보니 크게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전부이다.

내 인생의 글쓰기라는 것은.


그런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브런치 북 공모전에 응모를 해 대상을 바라고 작가 신청을 하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였다.

문제는 너무도 쉽게 한 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24일 동안 글을 쓰고 브런치 북을 만들고 공모전에 응모했다.

대. 상. 을 꿈꾸면서.

심지어 ‘인터뷰를 하면 어떤 말을 할까?’까지 상상하면서.

정말 어이가 없다. 그때는 누구나 작가 신청을 하면 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줄 알았다.

당연히 결과는 안 좋았다.


그렇게 한꺼번에 글을 만들고 열정을 쏟으니 그 열정이란 것은 금방 식어 버렸다.

왜 써야 하는지를 모르겠었다.


가끔 브런치 메인에 뜨거나 조회수가 3000을 넘긴 글도 있었지만, 쓰고 싶은 글들은 많은 것 같은데 막상 어떻게 써야 할지 자꾸만 움츠려 들었다. 브런치와 나는 자꾸만 멀어졌다. 그러던 중 브런치에서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120일이 넘었습니다!”라는 알림이 왔다.

120일! 넉 달간 글을 쓰지 않았다.

그래! 하나 올리자!

그렇게 올린 글이 조회수 5만이 넘었다.

사실 이때 나는 살짝 무서워지기도 했다.

유명해질까 봐.

나는 덫에 걸리고 말았다.




사실 브런치를 애정하게 된 것은 이때부터 인 듯하다. 한마디로 쓸 맛이 났다.

약간의 용기가 생기면서 조회수 뽕에 취해 있었던 거였다.

더불어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열심히 읽다 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가끔 길을 잃기도 하고 나만이 아는 골목길이 생기 뜻하지 않게  친구를 만나는 느낌과 비슷했다.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글에 오히려 마음을 빼앗길 때도 있었고, 선물 같은 글이 무심한 척 기다리고 있을 때도 있었다.

참으로 다양한 사연과 이야기 그리고 결핍과 허기를 채워주는 잘 빚어진 글들은 나를 감동시켰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브런치에서는 치열한 글 축제가 한창이었다.

마치 나만이 모르고 있었던 비밀 하나를 막 알아챈 느낌이랄까. 그렇게 나는 작가가 된 지 2년 만에 브런치와 친해졌다.



이제 겨우 42번째 글을 쓰면서 ‘글을 쓰는 것은 ㅇㅇ이다’라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글은 젖은 마음을 하나씩 햇살 가운데로 내어 놓고말리는 순간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 중 가장 아름답고 고결한 짓이다.


그리고 글쓰기는 지구력이다.

그 옛날 무엇을 위한 것인지 가늠조차 못하면서 운명처럼 책을 읽었던 것처럼 그저 쓰고 또 쓰다 보면 왜 쓰는지 알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글쓰기가 내 인생 가장 잘하는 짓이었다’ 라 말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글 마디마디에 간이 배고 기쁨과 눈물의 맛이 들어, 사는 맛을 알게 해주는 맛있는 글을 쓰고 싶다.





대상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브런치 북

https://brunch.co.kr/brunchbook/wonjung114


조회수 5만이 넘은 글

https://brunch.co.kr/@wonjung1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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