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훈 Apr 20. 2017

01. 독일 미대생 인터뷰

김유정 (Universität der Künste Berlin)

<독일 미대생 인터뷰를 기획하며>


 짧은 기간을 두고 자주 바뀌는 한국의 입시제도. 특히나 학교 공부와 실기를 병행해야 하는 미술 계열 학생은 매번 달라지는 입시 방향을 쫓아가기 배로 바쁘다. 힘든 입시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고 바라던 학교, 학과에 입학했다는 성취감도 잠시. 매 학기 버겁기만 한 학비와 재료비는 학생들이 창작활동과 배움에 온전히 시간을 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예술대학을 통폐합시키는 대학의 방침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인간의 창의성을 다루는 예술 교육을 자본주의적 사고로만 입각해서 바라보는 오늘날의 교육 방침과 정책은 예술가의 삶을 꿈꾸는 학생들의 장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단기간의 성과가 없더라도 꾸준히 지켜봐 주며 창작과 예술 교육의 가치를 높이 여기는 독일.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미술 대학의 교육 덕분에, 독일은 미술계가 주목하는 작가를 꾸준히 배출하고, 나아가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필자는 오늘날 독일이 현대 미술계에서 가지는 위상의 원천으로 독일의 미술 대학(Kunsthochschule, Kunst Akademie)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주목하며,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을 만나 독일의 미술대학에서 경험한 입학·교육 과정에 관해서 이야기 나눈다. 또한, 지속적인 인터뷰를 통해서 한국의 미술 대학 입시 및 교육 과정의 전반적인 문제점도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연재 인터뷰의 첫 번째로 베를린 예술 대학교(Universität der Künste Berlin)에서 패션 디자인(Mode Design)을 전공 중인 김유정 디자이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베를린 예술 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유정 디자이너 (Fotograf: Jiuk Kim)


이정훈(이하 ,,이’’): 안녕하세요.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에서는 한국과 독일의 미술 대학교에서 공부하신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 교육에 관해서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우선, 처음 만나는 독자분들을 위해서 현재 재학 중이신 미술 대학교와  전공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유정(이하 ,,김’’): 안녕하세요. 저는 베를린에 있는 베를린 예술 대학교(Universität der Künste Berlin, 이하 UDK)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 중인 김유정입니다. 얼마 전에 3학기를 마치고, 현재는 방학이에요. 곧 4학기에 들어갑니다.



이: 오늘날 베를린 예술 대학교(UDK)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한데요. 오래전으로 돌아가서, 처음으로 미술을 접하셨을 때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미술을 처음에 어떻게 접하고, 시작하셨는지?


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었어요. 그리고 주변에서 그림을 잘 그린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동네에 있는 미술 학원에 다녔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예술중학교(예중)에 진학하기 위해서 입시 준비도 했어요. 약 한 달 정도 입시 준비를 했는데,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미술학원에 가서 저녁 9시까지 입시를 목적으로 그림 연습을 했어요. 한두 달 정도 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예술 중학교에 진학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일반 중학교에서 예술 고등학교로도 진학할 수 있었기에 일반 중학교에 진학했어요.


일반 중학교에 진학하고, 3학년 때 예술고등학교 입학을 위해서 다시금 입시 미술을 시작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술고등학교 입학을 못 했어요. 당시에 동네에 있는 화실에서 입시를 준비했는데, 알고 보니 그곳에서 가르치던 입시 미술의 경향이 최신 입시 경향이 아니었더라고요. 아무튼, 예술고등학교에 진학을 못 하고,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이미 입시 미술을 두 번 겪었고,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던 터라 제가 정말 미술을 하고 싶어 하는 건지 의문이 많이 들더라고요. 고등학교 진학 이후에 고민을 깊이 했었어요. 긴 고민 끝에 여전히 미술을 좋아하고,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답을 얻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으로 진학하는 과정에서 미술 대학을 목표로 입시 미술을 다시 시작했어요. 지난날의 실패(?)를 교훈 삼아서, 이번에는 입시 미술의 최신 경향을 바탕으로 하는 홍익대학교 근처에 있는 입시 미술 학원에 다녔어요. 그리고 성공적으로 서울여자대학교 산업 디자인학과에 진학했어요.



이: 산업 디자인학과 전공을 마치고, 독일로 오셔서 현재 패션 디자인을 전공 중이십니다. 독일의 미술 대학으로 진학하시게 된 계기와 패션 디자인 전공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 우선, 패션을 좋아하시던 부모님의 영향과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의복을 좋아했었던 것이 오늘날 독일에서 패션 디자인을 선택하고 전공하게 된 근원적인 이유인 것 같아요.

 사실 한국에서도 미술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패션 디자인 전공을 생각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패션 분야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염려하셨던 것도 있었고, 당시 제 나이도 어렸기에 저의 주장을 관철할만한 주관과 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점수와 장래성에 맞춰서 산업 디자인 학과에 가게 됐죠.

 대학교에 다니다가 휴학을 한 적이 있는데, 이 기간 동안 다시금 제가 하고 싶은 공부와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어요. 기나긴 고민 끝에 ‘졸업 후에는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게 옳다’라고 생각했어요. 졸업 후에 패션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서 이곳저곳 알아보던 중에, 독일 대학에는 학비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독일에서는 학비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되어, 독일로 와서 패션 디자인 공부를 하게 됐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친척분이 함부르크(Hamburg)에 살고 계셔서, 큰 고민 없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비록 전공은 다르지만, 미술 대학과 예술의 범주 안에서 공부하시고 계십니다. 이번에는 한국의 입시 미술과 독일에서의 입학 과정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니시면서 총 3번의 입시 미술을 경험하시고, 독일에서도 입학을 위한 과정을 경험하셨는데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 독일과 한국의 사회가 여러 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사회 속 모습이 입시 교육 제도에 많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한국의 입시 제도 같은 경우에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기준의 틀 속에서 평가가 진행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기준은 소위 입시에서 잘 통하는 스타일로 인식되고, 입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죠. 그렇다 보니 그 과정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표현의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에요. 반면에, 독일은 미술 대학의 입학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채점)기준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한국과 독일의 미술 입시 과정에서 표현의 범위가 큰 차이가 난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김: 대표적으로 마패(Mappe)라는 과정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실기 시험을 치는 그 하루를 위해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리고… 지겨울 정도로 연습하며 소위 말하는 입시 유행을 손에 익히는 게 전부였어요.

 반면에, 독일에서는 마패(Mappe)라는 것을 입시 과정에서 제출해야 해요. 마패(Mappe)는 자신의 평소 작업을 모은 포트폴리오(Porfolio)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지원자들은 마패(Mappe)를 통해서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대상과 주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은지를 드러낼 수 있어요. 그리고 평가의 주체인 교수들은 마패를 통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요.



이: 마패(Mappe) 과정의 유무가 표현 가능 범위의 차이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군요. 그렇다면 독일의 미술 대학 입학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김: 한국에서는 ‘서류지원 -> 실기시험’의 과정으로 다소 단순하게 구성되어있는 반면에, 독일은 그 과정이 한국보다 복잡해요. 학교마다 과정의 세부적인 사항이 달라서, 제가 재학 중인 학교와 학과를 기준으로 말씀드릴게요. 우선 서류를 제출하고, 서류가 통과되면 학교에서 과제를 받아요. 과제를 받고서는 3주 동안 작업을 하고, 그 결과물을 학교에 제출해요. 과제를 통과하면 학교의 실기 시험에 초대를 받을 수 있어요. 이틀 동안 실기 시험이 진행되는데, 주제를 주고 이와 관련한 작업을 그 자리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만들어야해요. 이와 더불어 마패(Mappe)를 바탕으로 교수들과 인터뷰도 해야 하기에 여러 가지로 신경 쓸 게 많아요. 그리고 다음 날에 교수님들 앞에서 자신이 만든 작업물을 30초가량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발표를 하면서 전체 입시 과정이 마무리돼요.



이: 말씀하신 대로 한국에서의 입시 과정보다 많이 복잡하네요. 그렇지만 그만큼 철저하게 지원자를 가려내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독일 미술대학의 입학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셨는지 궁금합니다.


김: 한국에서는 강당이라고 불리는 큰 공간에서 모든 지원자가 약 5시간 동안 한 주제에 맞춰서 실기 시험을 치르죠. 이에 비하면 독일의 입시 과정은 꽤 복잡하고 까다롭죠. 그렇지만 지원자(혹은 예비 학생)를 대하는 태도와 접근 방식이 한국보다 훨씬 개인적인 것 같아요. 앞서 마패(Mappe)를 언급하면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지원자가 어떤 문화적, 사회적 배경에서 자랐는지,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등.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어요.

 사실, 한국에서는 학교를 지원할 때 어떤 교수가 있는지도 잘 모를뿐더러,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진이 전반적으로 어떤 작업 성향을 띄고 있는지를 전혀 모른 상태에서 학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입시를 치르는 학생들도 본인이 무슨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고, 입시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유행을 익히기에 바쁘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표현하고 싶은지에 관한 고민을 할 기회 자체가 한국의 현 교육과정과 입시 시스템 속에서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 처음 접하는 독일의 입학 과정에서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나요?


김: 학교마다 요구하는 게 달라서 이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더욱이 독일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서류 준비를 하는 게 힘들었죠. 어학 시험을 통과하는 것도 꽤 고단한 일이었어요. 그리고 한국과는 다르게 불친절하고, 느릿느릿한 독일의 아날로그적 일 처리 과정이 익숙하지 않아 적응하기 매우 힘들었어요.



이: 다소 복잡한 과정을 통과하고, 베를린 예술 대학교(UDK)에 입학을 하셨습니다. 베를린 예술 대학교(UDK)라는 학교명에서부터 예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종합대학교 안에 학부로 포함되어있는 한국의 예술(미술)학과와는 구조적 개념부터 다른 것 같은데요. 이에 따라 학교에서 제공하는 수업도 차이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어떤 부분이 다른지?


김: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에서는 독일처럼 단과대의 개념이 아닌 종합대학교 안의 학부 개념이 대부분인데요. 따라서 전공과 무관한 교양 수업을 들어야 했었어요. 시스템적으로 그런 환경이다 보니 전공 수업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는 전공을 집중적으로 배운다는 느낌이 안 들더라고요. 반면, 지금까지 베를린 예술 대학교에서 했던 수업을 생각해보면 전공과 무관한 교양 수업은 없었어요. 전공 혹은 예술이라는 큰 범위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업들이었죠. 전공을 보다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구조적으로 마련되어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에서 학생들이 작업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고, 작가/디자이너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경험의 무대도 제공해요.



이: 학교에서 학생들의 작업 능률을 올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준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인 예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 우선, 학교 내에 쇠, 나무, 세라믹, 천 등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작업장(Werkstatt)이 있고, 학생들에게 제공돼요. 그리고 각각의 작업실에는 해당 재료를 전문적으로 다루시는 분들이 학생들이 재료를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세요. 또한, 재료를 능숙하게 다루는 학생들이 신입생이나 아직 재료 사용이 미숙한 학생을 도와주기도 해요. 학교에 처음 들어가면 일주일 동안 모든 작업실을 다니면서 장비 사용법과 안전 교육을 받아요. 더불어, 작업 공간에서 다루는 재료를 주면서 신입생에게 과제를 내줘요. 이를 통해서 학생들은 본인이 다룰 수 있는 재료의 폭이 넓어지고, 재료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요.


판화 작업이 가능한 작업장(Werstatt) (사진: 이정훈)


이: 독일의 현대 미술에서 보이는 실험적인 시도와 새로운 차원의 접근 방법은 이런 교육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작가/디자이너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경험의 무대도 제공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부분도 궁금합니다.


김: 우선, 패션 디자인 학과에서 1년 한 번씩 가지는 패션쇼(Fashion Show)가 대표적이에요. 학과의 3학기 학생부터 자신의 작업을 무대에서 보여줄 기회를 얻어요. 패션쇼를 위한 작업을 고민하는 것부터, 무대에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까지 그 속의 모든 과정이 졸업 이후 디자이너로서 작업하고 패션쇼를 가질 때를 대비한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행사는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학과의 다른 학생들 작업을 볼 좋은 기회이기도 해요. 패션쇼에 참여하는 학생과 교수 그리고 패션 분야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조언을 들으면서 작업을 전문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요.

 또한, 전체 재학생이 참여하는 룬트강(Rundgang)이라는 학교 행사에도 참여해요. 1년에 한 번씩 학교 전체적으로 하는 행사인데, 모든 학과의 재학생들이 참여해서 자신의 작업을 선보여요. 이 경우는 독일에서 열리는 여타 예술 행사 못지않게, 큰 행사로 인식되고 있어요. 따라서 학생들이 주체인 행사이지만, 일반 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세요. 현장에서 작업을 보여주고, 의견을 나누면서 작업을 대중적으로 소화할 방법을 고민할 수 있죠.

 한국에서는 졸업하기 전에 하는 졸업전시 이외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작업을 보여줄 기회가 드물지만, 독일의 학교에서는 1년마다 자신의 작업을 보여주고 이야기 나눌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요. 이를 통해 학생들을 예비 작가 혹은 디자이너로 인식하고 있고, 그만큼 예술을 하는 사람을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어요.


베를린 예술 대학교의 연례 행사 룬트강(Rundgang 2015) (사진: 이정훈)
룬트강(Rundgang 2015) 전경 (사진: 이정훈)


이: 학생이라는 개념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예비 작가 혹은 예비 디자이너로 학교 내·외에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앞서 집중적으로 나눴던 학교와 입시의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개인 작업에 관해서 짧게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학교에 다니시면서 하셨던 작업을 소개해주시자면?


김: 아직 농익지 않은 작업이라 부끄러운 점이 많아요. 그래도 짧게 지난 학기의 과제이자 작업에 관해서 설명하자면, 재봉 작업실에서 사용하고 남은 천을 재료를 가지고, 미리 정해진 인물의 특징을 차용하여 럭셔리한 작업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 주제였어요. 저는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 ~ 1989)의 특징을 작업 속에 잘 녹여야 했어요. 그가 자주 입곤 했던 레오파드 무늬의 코트와 그의 대표적 작업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1931)에 보이는 흘러내리는 시계를 차용했어요. 남성의 티셔츠, 정장, 코트의 요소를 섞어서 코트처럼 보이는 티셔츠와 남성 정장 바지의 주름을 살린 치마를 만들어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성향을 살려봤어요


김유정 작업 <"Eine Lüge vom T-Shirt „Ich bin ein Mantel.“ - Eine optische Illusion wie im Surrealismus>
김유정 디자이너의 작업 (Fotograf: Hanko Ye, Styling: Yu Sun, Modell: Malte Bossen)


이: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예비 디자이너로서 작업에 진지하게 임하시는 자세가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한 가지 궁금한 점은 과제를 포함하여, 작업하실 때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김: 개인적으로 시각적인 이미지보다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세부적인 작업의 요소로 이어지는 영감이라기보다는, 작업을 위한 동기(Motivation)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네요. 아무래도 독일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접하는 사람들에게서 오는 신선함이 큰 역할을 해요. 그중에서도 특히 목적과 목표가 뚜렷한 사람들이 자기 일을 계획적으로 해나가는 모습에서 많은 자극을 받아요. 이러한 자극은 나아가 제 작업에까지 영향을 줘요.



이: 바보 같은 질문입니다만, 평소 궁금하던 부분에 관하여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패션 디자인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보니 양해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화려한 패션쇼에서 보이는 패션 디자이너의 옷과 일반 사람이 주변에서 구매해서 입는 옷과의 거리감은 좁히기 힘들어 보인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요.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시는 학생이자 예비 디자이너로서 이런 거리감을 토로하는 것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김: 글쎄요. 저는 패션쇼에서 선보이는 디자이너의 옷들이 대중들과 거리가 멀지 않다고 생각해요. 더욱이 오늘날에는 인터넷이 발달 덕분에 파리 혹은 뉴욕에서 열리는 패션쇼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패션위크나 패션쇼에서 소개되는 디자이너의 옷들이 하이 패션(High Fashion)의 범주에 있다는 느낌을 처음에는 받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패션의 유행은 알고 보면 난해하다고 이야기하는 하이 패션(High Fashion)에서 시작되죠. 표면적인 거리감은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쉽게 열광할 수 있는 옷이라는 범주 안에 함께 존재하는 거로 생각해요.



이: 개인적으로 패션 디자인은 생소하다 보니 드렸던 질문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 괜찮습니다. (웃음)



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인터뷰의 마지막 장에 들어왔습니다. 오늘날 독일의 현대 미술에 매료된 많은 분이 독일 미술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독일의 미술 입시과정을 미리 경험한 사람으로서 해 줄 수 있는 짧은 조언이 있다면?


김: 독일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입학 과정에서도 요구하는 부분이라 중요하긴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서는 수업을 듣고, 이해하고, 자신의 작업을 소개하는 모든 과정에서 독일어가 필요해요. 그리고 독일의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해요. 그동안 한국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살아오면서 가졌던 습관, 행동으로 인해서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거나 혹은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지치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이: 타지에서 힘들게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김: 아무래도 학교를 무사히(?) 잘 다니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졸업한 뒤에 외국에서 머물면서 패션 분야에서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힘차게 학교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김: 인터뷰 감사합니다. 덕분에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추신) 인터뷰는 책 출판을 주요 목적으로하며, 브런치와 개인 홈페이지를 기준으로 원문을 발행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