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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 Mar 21. 2023

[오늘의 발견 03]

왜 하는지 모르고 받았던 레이저 치료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엔 일기를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부상으로 인해 계속 이 분야에 대해 기록하게 된다. 내 몸과 화해하기 위해 평소에는 그냥 보냈을 정도의 통증을 안고 정형외과에 갔다. 이미 한 번 다쳤던 곳이라 최대한 빨리 가서 회복을 하겠다는 결심이었는데.


"혹시 운동 좋아해요?"

"네"

"젊은 선수들이 왜 은퇴하는 줄 알아요?"

"네?"

"어린 운동 선수들이 왜 운동을 그만둘까요?"

"..."

"운동 이제 하지 마세요."


그때의 내 표정은 체대 입시생이나 운동선수의 표정이었을까. 내가 뭐라고 그런 표정이겠나 싶었지만 생각보다 내 몸과 화해하겠다고 결심한지 이틀만에 듣기에는 너무 무거운 말이었다. 게다가 이제 드디어 겨우 백덤블링을 할 수 있게 된 듯 했는데 문턱에서 막힌 기분이었다.


머릿속으로는 같이 운동하던 사람들한테는 뭐라고 말할까. 움직이는 건 어디까지 가능할까. 나는 계속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도 되는가 등등 한 번에 여러 생각이 달려 들었지만 몸은 무심히 수납을 하고 물리치료실로 올라가는 수순을 밟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치료를 하고, 냉찜질팩을 대고 있다가 전기 치료를 하던 중 '레이저 치료도 같이 진행하겠습니다.' 라는 말소리와 함께 기계 하나가 물리치료실로 들어왔다. 내내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치료도 냉찜질도 집에서 할 수 있는데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레이저 치료는 정말 이건 왜 할까 싶은 치료였다. 전기 치료를 하는 부황이 이미 붙어있는 허벅지에 레이저 치료기라고 이름 불린 그 기계는 붉은 꽃잎같은 긴 타원형의 레이저 불빛을 흔들며 쏘고 있었다. 


물리적인 느낌도 없고, 열감도 없고, 클럽 바닥에 쏘는 요란한 연두색 레이저 광선 같은, 하지만 빨간색인 이 빛은 왜 내 허벅지를 비추고 있는 것일까. 내 속은 '이제 춤도 출 수 없는 걸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워서 치료를 받다가 괜히 억울해져서 포털 검색창을 켰다. '레이저 치료기, 물리치료'를 검색했더니 [저출력 레이저 치료]라는 내 허벅지를 비추는 그 기계가 나왔다. 


어려운 말들을 쏙 뺀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레이저의 붉은 빛이 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가 가진 광수용체에 흡수되어 산화질소(NO), 활성 산소(ROS)를 만들고, 이게 에너지 대사와 순환에 도움을 주어 조직을 회복시기코 염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출처: https://m.blog.naver.com/seouljunclinic/221837407437 ) 설명으로는 이해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우리 집 고양이랑 놀아주는 레이저를 그냥 쏴도 되는 건가.' 같은 헛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여튼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치료는 나를 속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치료효과가 있으니 처방받은 것이려니 생각하고 검색창을 닫았다. 병원에서 정보를 많이 받지 못하고 나오며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조금은 귓등으로 들어볼까 싶었던 생각도 '의사선생님이 나를 속이려고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니...' 하고 서러움을 덜어내려 애써본다.


수요일에 가면 질문 폭탄을 던질 것 같지만, 나는 아직 이 서러움과 낯가림 중이다. 레이저는 겉으로는 변화 없이 속에서 치료를 돕는데 나는 속에서부터 다잡아야 겉이 나아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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