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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딩 Mar 19. 2024

자취요리와 정신건강의 관계

자취를 한 지 어느덧 4년째가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요리를 해본 적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외식과 배달음식에 의존하며 식사를 해결했었는데 

작년 말부터 퇴사 후 서서히 요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거지? 싶었는데 별 생각 안 하고 넘어갔었지만 겨울 내내 계절성 우울장애로 너무 힘들었을 때는 요리에 손도 안 댔었는데 날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면서 언제 그랬냐는듯이 우울감과 지독한 고독감, 불안감은 갑자기 사라지고 다시 요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들기 시작하면서 왜 이럴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본가에서 받은 열무김치로 만든 열무김치국수

 


5년 전쯤이었나? 4년 전쯤이었나? 그 때도 난생 처음으로 그저 긴 장마 기간으로 행동반경이 좁아진 탓에 너무 심심하다는 이유로 카레를 끓여봤다. 재료를 하나하나 손질하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고 그 당시 통원치료를 했었는데 선생님께 요리를 했다는 이야기를 하니 좋은 행동이라고 하셨다. 그동안 선생님을 많이 뵈었지만 선생님의 얼굴에서 엄청 다행이라는 표정이 보였다. 처음 끓인 카레는 맛있었고 며칠 끼니를 해결하며 긴 장마기간을 견디기에 좋았다. 그렇지만 회사생활에 치이고 긴 노동시간에 다른 메뉴도 만들어볼까 하던 의욕은 금세 사라지고 또다시 나는 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견뎠다. 


재료 손질은 귀찮지만 막상 시작하면 정성스럽게 손질하게 된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과정이다.


3년만에 먼지쌓인 밥솥을 청소 후 전원을 켜고 밥을 지어보았다. 


다시 돌아와서, 왜 자취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회사를 다니면 하루의 에너지를 모두 회사에 빼앗겨버린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이 다 다른데 나는 과거 병력의 영향도 있고 풀배터리 검사에서도 에너지가 너무 낮다는 결과가 나와서(다른 기질의 영향도 있고) 아마 보통 직장인보다 더 쉽게 에너지가 소진이 되어서 더 빠르게 번아웃이 찾아오더라. 그러니까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요리는 무슨 요리야, 그냥 간단하게 먹고 쉬어야지. 그런데 체력 유지를 위해서 운동도 해야하니까 먹는 것에 에너지를 쏟을 여유가 없으니 대충 끼니를 챙기며 살 수 밖에 없게 되더라. 


어떤 사람들 처럼 미리 일주일 치 요리를 해두고 냉동 처리 해두고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지만 그것마저 너무 버거운 상태가 되고, 자연스럽게 신체 내부 건강도 안 좋아지니까 악순환의 연속이 되는 것 같다.     

직장인이 된다면 말이다.


아무튼 내가 이전보다 요리하는 비중을 늘리게 된 건 몸과 마음이 많이 회복 되었다는 신호라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계획 없이 퇴사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수입은 끊겼고 모아둔 돈은 점점 없어지고 있지만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으니.


간단한 샐러드 파스타. 영양, 포만감, 편리한 조리과정으로 여러가지 챙기기 좋다.
가끔은 다른 소스를 넣어서 먹는 등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먹어보는 재미도 있다.





사실 나는 비전공자 개발자다. 식물 관련 전공을 했고 사실 취미도 식물 키우기여서 다이소에서 천원짜리 씨앗을 사서 키우기도 한다. 매년 이 시기만 되면 꽃시장에 가서 화분도 몇개 사오고는 했었지만 지금은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꽃시장에 못가고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토마토를 정말 좋아해서 작년에 토마토 씨앗을 사서 애지중지 키우고 여러번 토마토 수확을 하며 샐러드 재료로 쓰거나 간식으로 먹고는 했다.


















(근데 브런치 개발팀에게 건의 하고싶은 건 에디터에서 css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주셨으면 하는 소소한 소원이 있습니다...... css 자유롭게 쓰고싶어요.. 그치만 동종업계니까 그 과정 매우 귀찮은거 아니까 아닙니다 여러 프로젝트로 바쁜거 저도 알아요 항상 브런치 서비스 감사합니다..)


생일선물로 받은 고기와 함께 먹기도 했다.
올 겨울에는 호밀 80%~100%짜리 빵을 엄청 자주 사먹었는데 호밀함량이 높은 빵이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다. 


다시 돌아와서, 나같은 다른 직장인들이 많을 텐데 너무 긴 근로시간으로 지치기 쉬운 환경에서 건강까지 챙기기에는 너무 버거운 사회다. 나는 지금 경제적인 소득을 잠시 포기하고 나 스스로를 보듬는 것에 집중하면서 이제서야 에너지를 되찾았는데 다시 사회로 나가게 되면 이런 사회에서 적응하다 보면 또다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게 될텐데, 숨쉬고 살기 힘든 일상에서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어도 일주일 치가 아닌 2~3일치라도 국을 끓여두는 식으로 견디는 것에 집중해봐야겠다.


요리에 재미를 붙이고 이전보다 장을 많이 보러 다니는데 물가가 너무 빠르게 올라서 그냥 외식생활로 돌아가는게 더 싸지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지만 이미 만드는 재미를 느꼈으니까 더 발품을 팔고 다니려고 한다. 날도 따뜻해지니까 운동도 되고 좋지.

 

사람을 갈아 쓰기에 급급한, 여유는 한톨도 없는 사회에 다시 나가는게 두려워.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 의식에 마취를 하고 나는 사람이 아니라 부품이라고 세뇌하며 견뎌야 하는 삶으로 돌아가는게 두려워. 또다시 나를 잃고 싶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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