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대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세대인가?"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유시민 작가님과 20대 대학생이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유작가님은 제법 단호하게 "모든 20대는 각자 세대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왔다"고 답했고, 20대 대학생은 제법 조리있게 20대가 공감할 만한 말들을 했다. 20대의 미래, 희망, 꿈, 혹은 이 사회의 미래, 희망, 꿈은 비관적 낙관주의자로 대한민국에 사는 20대로서 내게도 꽤 큰 화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지금 20대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세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첫번째 이유는 유작가님과 대학생도 모두 인정한 대전제. 불행과 고통의 크기는 주관적이어서 무게나 수치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객관적으로도 2017년의 대한민국이 그 이전의 대한민국보다 어렵다고 말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경제 지표상으로도 그렇고, 상식적으로도 일제강점기나 독재정권 때보다 지금의 20대가 더 힘들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당시의 모든 젊은이들이 일제나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것은 아니겠으나, 많은 평범한 젊은이들이 대의를 위해 소중한 것들을 포기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여기까지 쓰고, "예전에는 더 힘들었으니 노력하라"는 결론으로 귀결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지금 20대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세대인가" 따위는 별로 논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20대들이 어려움을 토로할 때, 어른들은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고 말하고, 20대는 그런 어른들을 두고 꼰대라고 비아냥거린다. 지금 20대가 역사상 가장 어렵지 않으면, 20대가 처한 어려움은, 우리가 가진 무기력과 절망은 사회적으로 논할 가치가 없는 것이 되는가? 2017년 대한민국에 함께 살고 있다면 누구나 직시할 만한 문제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청년실업, 젠더/학력/소수자/약자 차별, 기회의 불평등, 양극화 등등. 왜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지난 세대와 현 세대의 어려움의 무게를 비교하며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노력 문제로 변질시키고,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의미 없는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인가.
내가 앞에서 굳이 일제강점기까지 거론한 이유는, 지금의 기성세대들도 그들의 부모 세대에게 충분히 빚지고 살아오지 않았느냐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모든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에게 어떤 식으로든 빚을 지게 되어 있다. "우리가 더 힘들었다"라고 말하는 기성세대의 태도는 문제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더 힘든 이전 세대"는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있다. 우리가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힘들었던 젊은 시절이나 노력, 땀의 의미를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성적으로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며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 선택들, 곪고 썩어 환부를 드러낸 사회의 병폐들을 치유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세대는 늘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 않았던가. 그래서 일제에 맞서 독립을 외치고, 독재정권에 맞서 자유를 외치고, 경제적으로 잘 살기 위해서 피땀을 흘렸던 것이 아닌가. 2017년의 20대들도 그럴 뿐이다. 우리도 더 나은 삶에 대해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에 대해서 말하는 목소리들이 더 크게 울려퍼지고, 그리하여 제대로 들어주기를 소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