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까지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다웠던 벚꽃이 대부분 떨어졌다. 봄이 잠깐 머무는 시간 동안,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일으켜 쏘다니고, 찰나를 영원처럼 남기기 위해 연신 카메라를 들이댔다.
꽃이 핀 교정이 아주 예뻐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진을 보내며 생각했다. 아주 찰나이기 때문에 이렇게 충분히 느끼려고 애쓰는 것이겠다고. 나의 바람처럼 이 아름다움이 영원이라면, 어리석은 인간은 익숙함에 속아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찾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에너지가 충만하여 열정적으로 바깥 풍경을 찾아다니는 것도 잠깐의 시간이어서 가능한 일이지, 매일 이렇게 살다간 체력이 남아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웅크리고 있었던 시간도, 다시 웅크리게 될 시간도 그다지 미워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겨울에 우리가 웅크리고 있었기에, 봄을 마주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니까.
혹여 바깥의 계절과 시간이 다르게 흘러 아직 마음이 겨울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도, 꽃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 없을 것이다. 겨울에 머무르며 빛나는 눈꽃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고, 다가올 봄을 더 힘차게 맞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
그러니 각자의 계절에, 각자의 꽃을 피우는 데에는 각자의 시간이 필요함을 되새기는, 벌써 늦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