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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두달살기] 조호바루 새로운 일상

by 크림치즈

이제는 스마트폰 알람 대신,
커튼 너머로 스며드는 햇살이 나를 깨운다.


커피 포트에 물을 올리고,
식빵과 달걀 프라이를 굽는다.
카야잼, 우유, 커피를 식탁 위에 올리면
하루가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시간에 쫓기던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리듬이다.


한국에선 늘 ‘해야 할 일’이 앞섰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오후 회의를 생각했고,
주말에도 월요일 걱정을 했다.


조호바루에 와서야
그때 내가 얼마나 빠르게 살았는지를 알게 됐다.


조금 느려져도 괜찮다는 사실,
그 단순한 생각을 매일 잊지 않으려고 한다.

아침마다 아이들의 표정이 다르다.
조금 더 밝고,
조금 더 느긋하다.
기분 탓인지, 내 흰머리도 줄어든 것 같다.


요즘 아내와 나의 최대 고민은
‘오늘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먹고 싶은 식당이 너무 많아서
순서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이런 고민조차 사치였는데,
이젠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의식처럼 자리 잡았다.


조호바루의 새로운 일상은
대단한 사건이 없다.
하지만 그게 좋다.


시계를 덜 보고,
일정을 덜 채우는 하루.
그 단순한 변화가
생각보다 마음에 큰 평안을 준다.


우리 가족은
서로 안아주는 일이 많아졌다.


비운만큼,
새로운 일상이 천천히 채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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