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로 알게 된 몇 가지
이별은 내가 그 사람 때문에 얼마나 많은 것과 타협할 수 있는지, 얼마나 스스로를 낮출 수 있는지를 알게 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기에 나는 그 사람을 잡을 수 없었다.
자존심이었다. 내 알량한 자존심에 상처 입기를 죽도록 겁냈었다.
그래서 나는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매력 없는 연인으로 그 사람의 곁에 남는 대신 아련한 추억 속의 연인으로 남겨지길 택했다.
시간이 흘러 수십 발자국 물러나 이별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을 때 구질구질한 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멋있게 잡을 수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변화를 약속하고 내 과오를 인정하며 그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굽히는 일은 절대 구질구질한 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은 언제나 내게 그렇게 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러지 못했다.
처음으로 서로에게 그 누구도 지지 않으려 했던 날, 그 사람은 떠나갔다.
2016. 4. 20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