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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가르타 Oct 02. 2016

짧은 만남의 끝

통보받은 사람을 위한 위로

너도 잘 알다시피 누구나 너를 좋아할 수는 없어.


마음을 줬던 누군가가 너를 기만하여 배신감을 느낄 때, 사람의 마음은 언제든 네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그 사람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그 증오도 분노도 누그러들 것이고, 그 사람이 했던 행동의 어떤 일부분이나마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올 거야. 단, 그 사람이 최악의 상처까지는 주지 않았다면 말이야.


네게 절절하게 애정을 갈구하는 어떤 사람이 너에게는 그저 안쓰럽고 귀찮을 뿐이듯, 누군가에게도 네가 고작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

너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한 때 작은 마음이나마 주고받은 사람이 너와는 판이하게 다른 감정이 되어 너를 밀어낼 때, 그것은 한동안 인정하기 힘든 일일 거야. 앞서 말했지만 그 사람을 이해할 의무는 너에게 없다. 너의 체면이 구겨지지 않는 선에서 일기장이든, 가장 친한 친구에게든 그 사람을 욕해도 좋고 너의 배신감, 상처, 슬픔을 표현해봐. 가능하면 내밀한 공간에 네가 겪고 있는 적나라한 감정을 드러내 봐.

만남의 시간이 아무리 짧았다고 해도 너의 아픔을 부정하지는 마. 그만큼 너는 여리고 따뜻한 사람이기에 쉽게 상처받는 것이고 치유의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야.

하지만 배신자에게 네가 휘청거리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는 없어. 특히 자기 마음이 떠놓고 너에게 헤어짐의 원인을 전가하는 나쁜 사람이라면 말이야.


너는 신이 아니기에 기만적인 사람에게 속을 수도 있다.

그러니 속았음에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 너는 단지 인간이기 때문에, 진심을 가장하고 너를 현혹시키려 드는 누군가에게 속을 수 있고 그럴듯한 껍데기에 가려진 진실을 못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스스로가 어리석었다며 자책하지 마. 너는 언제든지 또다시 속을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속지 않는 인간은 없다.


그리고 너는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빼앗긴 게 아니야.

버려진 것도 아니야. 배신감은 들겠지만 피해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어. 네가 그 사람에게 준 마음은 자의였고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니야. 어떤 누구도 특별한 너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는 없어. 너는 소모품이 아니라 인간이잖아.


이 힘든 시간이 결국 지나갈 거라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지? 생각보다 짧을 수도, 길 수도 있겠지만 네가 바꿀 수 없는, 네 손을 떠난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납득하면 아픔은 더 짧을 거야. 여린 너는 그 작은 인연에 일희일비 하지만 너 또한 의도했든 안 했든, 다른 여린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또 상처를 주고 있겠지.




2016.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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