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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Mar 12. 2024

[토론하는 밤길]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 리뷰

샛별BOOK연구소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 쓰다, 2013. (307쪽 분량)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은 거대한 '모순'을 품고 있다. 옳고 그름은 정확히 이분법으로 존재하지만, 옳은 건 그를 수 있고, 그른 건 옳을 수 있다는 모순된 논리도 가능하다. 책을 읽고 나면 독자는 이런 '모순'된 논리에 설득당한다.  


   세상에는 '모순'의 뜻처럼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되지 않는' 상황이 존재한다. 특히, 인간의 행동은 정확한 잣대로 해석될 수가 없다. 이를 증명하듯 소설 캐릭터들은 다들 모순덩어리다.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를 열심히 챙기는 엄마, 정확하고 성실한 사람을 지루해 하는 이모, 같은 조건과 환경을 부여받았지만 결혼으로 운명이 달라지는 이란성 쌍둥이, 어느 집에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해외 유학과 교도소를 가는 자녀들. 두 남자를 만나며 저울질하는 안진진. 


  주인공 안진진은 스물다섯 살이다. 안진진의 이력이다. 대학교 휴학 중. 아르바이트와 직장을 전전긍긍. 매사에 무덤덤, 세상사에 시큰둥. 감상과 유치함에 적대적. 친구별로 없음. 행복을 느껴 본 적 없음. 푼돈을 벌기 위해 빛나는 젊음을 보냄. 어머니는 일란성 쌍둥이. 동생 안진모. 아버지는 술주정꾼, 폭력을 휘두름. 이모와 친함. 이종사촌 주리와 주혁이 있음. 나영규와 김장호 둘 중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고민 중. 


  진진은 스물다섯에 결심한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p.9)라고. 지금까지 자신을 위협했던 환경들을 과감히 통제하기로 했다. 더 이상 집안을 탓하지 않으리라. 진진은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관찰하며 '인생은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p.21)인 줄 알고 살았는데 이제는 거부한다. 진진은 졸렬했음을 인정한다. 진진은 지금까지 '지리멸렬해진 것을 모두 다 어머니에게 떠넘기고 싶은 생각'(p.21)은 없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p.22) 진진의 인생관이 수정됐다.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기로.. 


  진진의 탐구는 엄마와 이모부터 시작한다. 4월 1일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는 4월 1일에 똑같이 결혼한다. 태어나서 쭈욱 비슷하게 살았던 자매는 결혼과 동시에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남편을 만났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었던 것. 당시 엄마, 이모 나이(1970년대)의 여성에게 결혼은 '운명, 팔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누구와 결혼했느냐에 따라 엄마와 이모처럼 삶이 달라진다. 


  호텔 정통 프랑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이모와 돼지갈비집에서 연기를 맡으며 먹는 엄마. 이모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읽을 때, 엄마는 아버지를 위해 <정신분열증의 이해와 치료>, 아들을 위해 <형법>책을 사서 읽었다. 이모는 청담동 저택에 가정부를 두고 사는데 엄마는 18평 집도 18년 만에 겨우 장만했다. 이모는 실크 잠옷을 엄마는 분홍내복을 입는다. 이모부는 건축가이며 아빠는 무직이다. 이모의 자식들은 공부도 잘해 외국 유학을 갔지만, 엄마의 자식들은 가출에 학교 휴학에 조폭이며 살인미수로 감옥에 갔다. 


  진진의 탐구대상은 아버지와 이모부, 나영규와 김장호로 확장된다. 특히, 나영규와 김장호를 경험하며 결혼을 선택하려 한다. 진진은 졸렬했던 자신의 스물다섯 인생을 결혼으로 만회하려 한다. 진진이 파악한 나영규는 치명적 결함이 없었다. 그는 데이트 코스를 철저히 연구하고 치밀하게 짠다. 나영규는 '시간을 장악한다'(p.74)는 느낌의 남자였고, 도도하며, 현재를 디자인하고 계산하며, 활력이 대단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머릿속에 계산기를 넣고 다니는 남자'(p.77)였다. 현실이 정확히 보여 '제멋대로인 꿈이나 상상 같은 것은 전혀 끼어들 자리가 보이지 않는'(p.77)사람이었다. 


  반면, 김장우는 세상에 관심도 흥미도 없었다. 그의 관심은 들꽃이다. 작은 꽃들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남도로 촬영여행을 가는 사람이다. 자신을 위해 헌신한 형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형의 양말을 빨아주는 착한 남자다. "냄새나는 형의 양말, 나 때문에 더욱 냄새가 날 수밖에 없는 그 양말을 주물러 빨고 있으면 그렇게 마음이 편했어."(p.119)라고 말할 때 진진은 이 남자의 양말을 평생 빨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며 흔들린다. 김장우는 자신의 가난을 진진에게 말하지만 진진은 자신의 가난을 말하지 못한다. 나영규의 머릿속은 파악되지만 김장우의 머릿속은 파악하기 어려운 진진이다. 


   나영규의 청혼에 진진은 성급히 결정하지 않는다. 진진이 끌리는 건 김장우지만 자신의 아버지와 닮아 고민된다. 아버지는 '치욕에 예민했고, 자신에 대한 모독을 가장 못 견뎌한 사람'(p.83)이었다. 아버지는 "하늘이 저켠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가슴이 아프거든."(p.94)이라는 말을 했고, 김장우도 그런 감성을 지닌 남자였다. 진진도 김장우도 아버지의 슬픈 일몰을 느끼는 부류였다. 


  안진진은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나쁜점을 닮았다. 술과 폭력. 김장우와 함께 간 여행에서 진진은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겼고, 진진은 아버지가 했던 말...을 장우에게 날린다. '날 가두지 말라고, 무섭다고'(p.205)하며 진진은 장우를 때렸다. 아버지의 대사를 읊다니. 절망스러운 진진이다. 그리고 김장우에게 이어지는 변명을 하며 진진은 아버지도 이랬겠구나 생각한다. 장우를 사랑하는 마음처럼, 아버지도 진실이었구나 깨닫는다.  


  그러니 안진진은 이모의 죽음이 아니었어도 김장우를 선택할 수 없었다. 사랑하지만 그를 떠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모가 그토록 못 견뎌했던 '무덤 속 같은 평온'(p.296)을 기꺼이 선택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평온. 김장우에게는 없는 평온. 안진진은 그걸 선택한다. 안진진의 선택은 성공할까. 진진은 성공/실패, 옳음/그름, 행복/불행의 잣대를 벗어버린다. 인간을 탐구한 뒤 결정하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1년 동안 타인을 관찰하며 느낀 사실은 단 한가지.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p.296)라고 깨달았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라고. 


  착한주리는 "결혼은 사업이 아니야. 그것은 순결한 사랑과 사랑이 만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축복이야."(p.175)라고 했지만, 진진은 안다. 결혼이 사업이라는 것을. 엄마와 이모를 관찰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비겁한 결정이더라도 실수더라도 이모가 그토록 못 견뎌 자살을 했더라도 진진은 기꺼이 선택한다. 뜨거운 줄 알면서 불을 만지는 행위. 인간의 모순이다. 그리고 실수하고 깨닫고, 발전할 것이다. 어쩜,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 모순이지 않을까. 실수는 늘 되풀이되는 게 인간의 속성인데 말이다. 안진진은 괜찮을 것이다. 왜냐하면 진진에게는 '슬픈 일몰'의 아버지도 있지만, '불가사의한 활력'을 가진 어머니도 계신다. 


 책은 시종일관 결혼과 여성을 셋트로 묶어버린다. 그만큼 여성에게 결혼은 중대한 결정이며 자녀를 낳고 키우는 일이 남편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완벽한 듯 보였지만 이모의 한숨, 불행한 듯 보이지만 엄마의 활기. 이 두 모순된 설정으로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며 서사를 끌고 나가는 '양귀자의 힘'이 느껴졌다. 더욱이 90년 대 감성과 현상을 쉬운 언어와 빛나는 문장으로 보여줬다. 시대적인 한계가 엿보였지만 인생사 '모순'되는 행동은 도처에 널려있다. '모순'이라는 단어로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위로를 주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일독을 권한다.  


[토론하는 밤길] 표지 사진 감사합니다.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어요. 



-<모순>이라는 제목에 대해

-이십 대라는 나이에 대해

-책에서 드러나는 모순에 대해

-이모의 선택에 대해 

-이모의 편지에 대해

-이모가 못 견뎌했던 '무덤 속 같은 평온'(p.296)을 선택(노영규) 한 안진진에 대해

-안진진이 김장우와 나영규를 두고 여러 가지를 선택하는 부분에 대해

-결국 나영규와 결혼하는 부분에 대해

-이모의 삶에 대해

-엄마의 삶에 대해

-여성과 결혼에 대해 

-이모와 엄마/ 이모부와 아버지/ 안진진과 안진모와 사촌들에 대해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p.9)라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

-그 외 





별점 및 소감


5/ 4.3/ 4.5/ 4.99/ 3.5/ 4.6/ 4.7/ 4/ 4.5/ 4.0


-가독성 좋았다.

-문장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20대에 읽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90년대 감성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각 챕터가 17장으로 되어있는데 각각의 단편 같았다.

-시니컬한 안진진의 캐릭터가 좋았다.

-세밀한 감정이 드러나는 소설이다.

-나의 감정을 훅하고 들어오는 게 있었다.

-심리묘사가 좋았다.

-모순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안진진의 선택에 생각해 본다. 

-그 외



사진출처: 황OO 님



샘들이 뽑은 인상적인 문장들


-철이 든다는 건은 말하자면 내가 지닌 가능성과 타인이 지닌 가능성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에 다름 아닌 것이었다. (p.142)


-나도 세월을 따라 살아갔다. 살아봐야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나는 그 모순을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다. 삶과 죽음은 결국 한통속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p.291)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p.127)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p.173)


-세상의 숨겨진 진실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그것은 마치 평생 똑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식이요법 환자의 불행과 같은 것일 수 있었다.(p.228)


삶의 다른 방법들을 주리는 애당초 알지 못한 채 성장했다. 세상이 그 애를 단련시킬 수도 있었겠으나 이모와 이모부의 성실한 방어로 그런 기회들은 철저히 원천봉쇄되었다. (p.228)




-단조로운 삶은 역시 단조로운 행복만을 약속한다….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 준 주리였다. 인간을 보고 배운다는 것은 언제라도 흥미가 있는 일이었다. 인간만큼 다양한 변주를 허락하는 주제가 또 어디 있으랴.  (p.229)


-나도 세월을 따라 살아갔다. 살아봐야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나는 그 모순을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다. 삶과 죽음은 결국 한통속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p.291)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p.296)




-그랬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졸렬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 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 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p.21~22)


-진모의 행동을 꾸짖는 천사의 얼굴은 엄격했다. 그건 옳은 말이었다. 졸개들과 더불어 연적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갈겨대는 짓 따위는 해서는 안 될 일임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나라면 주리처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걸일까. (p.173)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은 말이 아니었다. 상처는 상처로 위로해야 가장 효험이 있는 법이었다. 당신이 겪고 있는 아픔은 것인가, 자, 여기 나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어쩌면 내 것이 당신 것보다 더 큰 아픔일지도 모르겠다, 내 불행에 비하면 당신은 그나마 천만다행이 아닌가.....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p.188)


-그렇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졸렬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 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p.22)



- 사랑이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않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생애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 그윽하게 들여다보는 나. 한없이 들여다보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 준 그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p.210)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는 나한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우리들 머릿속을 오고 가는 생각, 그것을 제외하고 나면 무엇으로 살았다는 증거를 삼을 수 있을까. 우리들 삶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것이 아버지가 가르쳐 준 중요한 진리였어. 아버지가 잘못한 게 있다면 너무 많이 생각했다는 것이지. 자기 용량을 초과해버린 거야. 그러면 곤란하다는 것도 우리 아버지가 내게 남긴 교훈이고.(p,177)


- 진모의 삶은 진모의 것이었고 진진이의 삶은 진진이의 것이었다.  이 얼마나 단순하면서 명료한 삶의 공식인가 말이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었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었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에 벗어나는 질문이었다.(p.51)


-그때나 지금이나 진모처럼 갈치를 탐하는 식성이 아닌 탓에 내가 이모부에게 관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극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p.127) 



-진모의 행동을 꾸짖는 천사의 얼굴은 엄격했다. 그건 옳은 말이었다. 졸개들과 더불어 연적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갈겨대는 것 따위는 해서는 안 될 일임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나라면 주리처럼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p.173) 


-그리고 뒤에 더 이상 이을 말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量感)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p.15)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p.21)


- 진모의 행동을 꾸짖는 천사의 얼굴은 엄격했다. 그건 옳은 말이었다. 졸개들과 더불어 연적의 뒤통수를 몽둥이로 갈겨 대는 짓 따위는 해서는 안 될 일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나라면 주리처럼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삶은 그렇게 간단하게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 p.158)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p.127)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p.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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