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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Aug 24. 2024

[세계고전문학BOOK클럽] 압둘라자크 구르나 <낙원>

샛별BOOK연구소 

<낙원>, 압둘라자크 구르나, 문학동네. (322쪽 분량) 




  낙원이었던 섬. 잔지바르는 독일과 영국에 지배당하며 토착민들의 삶은 지옥도가 펼쳐진다. 잔지바르에 사는 사람들은 내 땅 내 집에서 쫓겨나 여기저기를 떠돌아야 하는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갖게 된다. 잔지바르가 고향인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인터뷰에서 문학은 '식민주의 시대 아버지의 삶을 조망하기 위해 쓴 소설'이라고 밝혔다. 작가는 아랍계 아프리카인이다. 그는 동아프리카 문학을 만들어냈다. <낙원>(1994)은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공간을 소개한다. 문학을 통해 다른 나라의 상황을 보게 되고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보게 되는 장점이 있다. 


  탄자니아 잔지바르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른  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잔지'는 '검은'이란 뜻이며, '바르'는 '해안'이다. 즉, 검은 해안은 흑인의 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18세기 동아프리카는 독일이 점령했고, 19세기 중엽엔 영국이 점령했다. 19세기 말은 다시 독일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탄자니아 잔지바르는 963년 영국에서 독립한다. 


  소설은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가상마을 카와가 배경이다. 실제로 동아프리카 최초의 도시는 킬와였다. 작품은 식민주의, 제국주의 같은 용어는 보이지 않지만 독일과 영국군의 존재가 등장하며 전쟁이 곧 일어날 것임을 암시한다. 


잔지바르는 아랍, 이란, 인도, 포르투갈, 영국과 아프리카 본토 등의 지역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페르시아만의 예멘인들이 문화와 종교를 전해주었다고 전해진다. 


  동아프리카는 소말리아, 케냐, 탄자니아를 포함한 아프리카의 동부 지역을 지칭한다. 추후 부룬디, 르완다, 우간다, 마요트, 레위니옹 등도 포함된다(위키백과 참고). 유수프의 여정을 통해 당시 식민지 사람들의 삶을 엿보게 된다.


  <낙원>은 탄자니아의 해안 마을 출신인 열두 살 소년 유수프가 탕가니카 호수와 콩고를 거쳐 아프리카 대륙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나오는 카라반 여행과 모험을 담고 있다. 유수프는 집에는 부유한 이슬람 상인 아지즈 아저씨가 자주 방문한다. 어느 날 아버지는 유수프에게 아지즈 아저씨를 따라 여행할 예정이라고 알려주고, 어머니는 ‘적갈색 묵주’(p.30)를 아들에게 은밀하게 주며 눈물을 짓는다. 호텔을 경영하는 유수프의 아버지는 빚을 갚지 못하자 아들을 대신 보낸다. 아지즈 아저씨와 유수프는 기차를 타고 대저택에 도착한다. 아지즈 아저씨 집에는 칼릴이라 불리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도 유수프와 같은 처지다. 칼릴도 유수프처럼 집안의 빚을 대신해 팔려와 있는 청년이다. 칼릴은 유수프에게 “네가 여기 있는 건 네 아버지가 사이드에게 빚을 졌기 때문이야. 내가 여기 있는 건 내 아버지가 사이드에게 빚을 졌기 때문이고”(p.38)라는 말한다. 


  칼릴은 유수프에게 엄격한 사수처럼, 때론 친근한 형처럼 대하며 가게 일을 알려준다. 유수프가 아지즈를 ‘아저씨’라고 부르자 그를 ‘사이드’(주인)라고 부르라고 가르친다. 유수프는 아저씨를 주인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아저씨와 주인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유수프는 아저씨라고 호칭하며 자신의 처지를 암묵적으로 부인한다. 


  아지즈는 거상이다. 아지지가 하는 일을 통해 당시 어떤 식으로 무역을 했는지 볼 수 있다. 아지즈는 인도양에 위치한 스와힐리 해안에서 탕가니카 호수와 콩고를 건너 그 너머까지 여행을 하며 물건을 팔러 다닌다. 아지즈는 장기간 여행을 할 때 유수프도 데려간다. 소설은 ‘영국이 동아프리카를 독일로부터 넘겨받기 이전에 관한 것’(p.327)으로 영국군과 독일군의 모습도 보인다. 영국과 독일은 탄자니아를 침략했다. 식민지 상태에 놓인 탄자니아. 땅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열여섯 살이 된 유수프는 하미드와 라마단 직전 기간에 손님들을 찾아 장사를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칼라싱가의 화물차를 타고 산기슭 쪽으로 이동을 하며 야영지를 마련한다. 그곳에는 마법적이고 신비한 폭포가 있다. 폭포를 구경하다 경비원이 야광봉을 휘두르며 이곳에서 야영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이유는 “브와나(선생님, 주인, 어르신)는 당신들이 여기 있는 것을 싫어해요. 야영도 안 되고 폭포를 보는 것도 안 돼요. 당신들이 여기 있는 것을 싫어한단 말이요.”(p.108) 야영지로 돌아온 하미드는 이 상황을 칼라싱가에게 얘기한다. 그리더니 이들은 ‘낙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미드 집에 1년 만에 돌아온 아지즈 일행은 유수프를 데리고 ‘차투의 나라’를 향해 출발한다. 아지즈 아저씨는 유수프를 불러 상인에게 가져갈 선물을 준비하라고 한다. 그러나 차투는 아지즈의 일행을 덮쳐 네 명을 죽게 하고 몇몇은 다쳤다. 교역품을 차투가 강탈하더니 “당신들이 가져온 모든 물건들은 우리 것이다. 이 땅에서 생산된 모든 물건들은 우리 것이기 때문이다.”(p.211)라고 말한다. 아지즈는 “우리 물건 없이는 그럴 수 없다고 전해라.”(p.214)라며 맞선다. 우여곡절 끝에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아지즈와 일행들. 이 여정을 통해 유수프는 넓은 견문을 익혔다. 무역 여행을 하고 돌아온 유수프의 자아는 한층 커졌다.  





  아지즈 아저씨 집에는 부인이 살고 있다. 부인은 칼릴의 여동생인 아미나에게 통역을 시켜 유수프를 더려오라고 한다. 칼릴은 “마님은 미쳐 있었지. 그녀는 아팠어. 왼쪽 볼에서 목까지 큰 자국이 있었어. 내가 가까이 있으면 그녀는 얼굴을 숄로 가렸어.”(p.265)라는 말한다. 칼릴의 동생 아미나는 유수프에게 “저분은 당신이 하는 말을 전혀 모르지만 당신이 너무 아름답게 말을 한다고 하세요. 가만히 앉아 있을 때조차 당신의 눈과 피부에서 빛이 난다고 하세요. 머리도 너무 아름답다고 하세요.”(p.294)라며 마님의 말을 전한다. 


  칼릴은 여동생이 아지즈 아저씨와 결혼을 했다고 알려준다. 유수프는 마님을 만나러 가며 아미나를 좋아하게 된다. 유수프는 칼릴에게 “나는 이곳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갈 겁니다.”(p.303)라는 말한다. 그러자 칼릴은 “(...)너는 모든 사람에게 비난을 받겠지, 합당한 이유로 말이다. 범죄자가 되는 거지. 이 도시에 머문다면 너의 안전조차 장담 못 할 거다. 그녀는 뭐라고 하는데? 그러겠다고 해?”(p.303)라는 말을 하며 슬퍼한다. 유수프는 그녀와 떠날 용기를 갖는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다. 마님은 유수프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면서 어깨에 손을 댄다. 그는 도망치다 셔츠가 그녀의 손에서 찢어진다. 이를 안 칼릴은 유수프에게 당장 도망가라고 그들이 너를 죽일 거라고 소리친다. 칼릴은 마님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줬는데 네가 자기를 공격했고 짐승처럼 옷을 찢었다고 말하고 있”(p.309)다고 알려준다. 이어 아지즈 아저씨가 왔고 이 상황을 듣게 된다. 유수프는 “저는 그분에게 잘못한 것 없습니다. 그분이 들어오라고 해서 같이 앉아 있었습니다. 제 셔츠는 뒤에서 찢겼습니다.”(p.312)라며 항변한다. 아지즈 아저씨는 왜 그렇게 안으로 자주 들어갔냐고 하자 유수프는 아미나를 보러 갔다고 한다. 아지즈는 “너, 참 용감하구나.”(p.314)라는 말을 하며 용서한다. 


  유수프는 '나는 그녀를 데리고 어딘가로 가고 싶습니다. 당신이 그녀와 결혼한 것은 잘못이었습니다. 그녀에게 자기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그녀를 능욕한 것도 잘못이었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소유하듯 사람들을 소유하는 것도 잘못이었습니다.'(p.315)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 말들이 불타올랐지만 끝내 하지 못한다. 


  유수프는 아지즈 아저씨를 이제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가 한 행동에 부당함을 인지하고 있으며 '능욕', '자유', '소유'라는 개념을 확실히 알고 있다. 유수프는 18살이 됐다. 그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까. 소설 <낙원>은 각자의 낙원을 생각하게 만든다. 유수프가 꿈꾸는 낙원은 소박하다. 자유를 얻는 것, 용기를 갖는 것, 사랑을 하는 것 등이다. <낙원>을 통해 빈약하지만 탄자니아의 상황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2021 노벨 문학상 수상의 주인공이 된 탄자니아 출신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출처: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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