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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Sep 06. 2024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키<죄와 벌>(상)리뷰

샛별BOOK연구소


<죄와 벌> 상,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키, 열린책들.(405쪽)


고전문학 샘들 감사합니다. 


  <죄와 벌>(1867년 출간)은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의 범죄행위와 인간의 영원, 죄와 벌, 선과 악, 신과 인간, 사회적 환경과 인간 범죄의 상관성 등을 다룬 소설이다. 소설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며, 뻬쩨르부르그를 배경으로 가난한 대학생 라스꼴리꼬프가 주인공이다. 책은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죄와 벌> 내용은 널리 알려져 있다. 주인공 대학생은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살해한다.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가 살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고 여동생 두냐와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이 등장한다. <죄와 벌>은 상, 하를 합치면 800페이지 넘는다. 1권 초반에 죄를 지은 주인공은 하권이 끝날 때까지 벌을 받는 모습으로 달려간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여동생 두냐(23세)가 뾰뜨르 빼뜨로비치 루쥔(45세)이라는 7등 문관인 사람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어머니 편지에는 두냐가 그와 결혼하면 ‘빠른 시일 안에 네가 사무실에서 그의 오른팔이 될 수 있을 테고, 그의 도움을 자선이 아닌 네 일에 대한 보수의 차원에서 받을 수 있게 되지 않겠지’(p.61)라고 적혀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동생이 ‘그런 사람과 결혼해서 자기 영혼과 도덕적인 감정을 영원히 비참하게’(p.69) 만든다며 슬퍼한다. 자신의 가난을 직면하게 되는 순간이다. 


  라스꼴리니꼬프는 가난한 대학생으로 뻬쩨르부르크의 뒷골목 빈민가에 살고 있다. 이곳은 술주정, 악덕, 가난, 증오, 미움, 타락, 빈번한 범죄가 저질러지는 공간이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생활이 어려워지자 아버지의 은시계, 여동생의 반지를 들고 전당포로 향한다. 전당포 주인인 노파를 보는 순간 혐오감이 인다. 왜 그럴까. 그는 싸구려 술집에서 노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대학생과 젊은 장교는 노파를 두고 “굉장한 여자야.”, “유대인 못지않은 부자라서 단번에 5천 루블도 내줄 수 있는 여자야.(...)그런데 무서울 정도로 인색한 여자지……”(p.98)라는 말을 듣는다. 전당포 주인 알료나 이바노브나가 “물건값의 4분의 1밖에 안 빌려주고, 이자는 한 달에 5부에서 7부까지 받는”(p.98) 인색한 노파라고 듣는다. 이 말을 들은 라스꼴리니꼬프는 ‘마치 그 속에 어떤 숙명과 계시라도 있었던’(p.102) 것처럼 느낀다. 죄가 싹트는 순간이다. 


  다음날 로쟈(라스꼴리니꼬프)는 한 달 전부터 생각한 살인을 실행하려고 마음먹고 이바노브나와 그녀의 이복 여동생 리자베따를 도끼로 살해한다. 노파를 죽이려고 한 짓은 계획적이었지만 리자베따는 우발적인 살인이었다. 그의 범행에 리자베따는 없었는데 그녀가 갑자기 들어온 것이다. 둘을 죽인 라스꼴리꼬프는 괴로움에 시달린다. 그는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다 쓰러지고, 집에 와 잠만 자고, 열이 나며 앓는다. 


  로쟈는 친구 라주미힌의 방문을 귀찮아했고, 두냐의 약혼자가 왔을 때는 말싸움도 한다. 라스꼴리꼬프는 술집에 가서 살인사건 기사를 찾아 읽고 자묘또프(경찰서 사무관)에게 자신이 노파와 리자베따를 죽인 사람이라고 시비를 건다. 이후 전당포를 찾아가 일꾼들에게 함께 경찰서에 가자고 호기를 부린다. 이때 마르멜라도프(9등 문관)가 마차에 치여 생명이 위급해지자 그를 옆에서 거둔다. 


  라스꼴리니꼬프가 쓴 <범죄에 관하여>라는 논문 「정기 논단」에 이 실렸고, 이 논문을 읽은 뽀리피리 뻬뜨로비치(예심판사)는 그가 노파를 살해하지 않았을까 의심한다. 빈곤에 허덕이고 고독에 짓눌린 로쟈는 독창적인 ‘초인(超人)사상’이론을 체계화한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초인사상에 따르면 인간은 두 부류, 즉 평범한 인물과 비범한(초인) 인물이 있으며 이들은 각기 다른 권리를 부여받는다. 비범인의 예로 나폴레옹을 든다. 나폴레옹은 많은 전쟁을 치렀으나 범죄자가 아니라 전쟁 영웅이다. 평범한 인물은 단 한 사람을 죽여도 살인자에 불과하다. 로쟈는 자신이 비범한 사람임을 입증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전당포 주인 노파를 죽였지만 자신이 평범한 인물임을 확인한다. 


-“문제는 이분의 논문에서 모든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사람으로 나누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거야. 평범한 사람들은 순종적으로 살아야만 하고, 법률을 어길 권리를 지니고 있지 않아. 왜냐하면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비범한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리와 법률을 위반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비범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만일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당신의 논문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p.376)


-“바로 이 점인데……정말, 어떻게 제대로 설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대단히 경박한 생각이긴 합니다만……심리적인 문제이지요……. 당신이 그 논문을 작성하고 계실 때 말입니다, 도저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겠지만, 허허, 혹시 아주 조금이라도 당신은 자기 자신을 <비범한>사람이라고, 즉 새로운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습니까? 당신이 말씀하신 그런 의미에서 말입니다……. 그랬습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지요.”라스꼴리니꼬프는 경멸이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라주미힌은 몸을 움찔했다.(p.385)


하권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샘들~ 표지 사진 감사합니다.



등장인물



-라스꼴리니꼬프: 대학생 주인공. (로지온 로마노비치/로마니치/ 로쟈/로지까) 

-뿔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라스꼴리니꼬바: 그의 어머니, 가난한 집안을 꾸리느라고 고생한 전형적인 어머니. 아들을 무척 사랑함.

-두냐(그의 여동생): 영리하고 지적이다. 오빠에게 기대하는 바가 컸다. 루진과 약혼했다가 나중에 라주미힌과 결혼.

-라주미힌: 라스꼴리니꼬프와 절친한 친구로 가족을 끝까지 보살폈으며 후에 두냐와 결혼.

-루진: 야심적인 변호사이지만 신뢰감을 못 느끼게 하는 속물.

-알료나 이바노브나: 전당포 여주인

-리자베따: 알료나의 이복동생으로 신앙심이 깊은 여인. 우연히 살인 현장에 있다가 언니와 함께 살해당함.

-뽀르피리 뻬뜨로비치: 예심판사로서 라스꼴리니꼬프의 살인 혐의를 걸고 치밀한 추진력으로 그를 궁지에 몰아넣지만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고 있음.

-마르멜라도프: 소냐의 아버지. 퇴역 공무원. 알코올 중독자로 가족을 궁핍에 빠뜨렸다. 결국 마차에 깔려 죽는다.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마르멜라도바: 마르멜라도프의 두 번째 아내로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소냐를 사랑한다.

-스미드리가일로프: 두냐가 가정교사로 있던 집주인으로서 자신을 위해서는 몇 사람쯤 짓밟아 놓고도 태연한 인물. 권총 자살. (출처: 샛별BOOK연구소)






작가 소개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1821년 10월 30일 모스크바 마린스키 빈민 병원 의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페테르부르크 공병학교를 졸업했지만 문학의 길을 택한 뒤,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로 당시 러시아 문단의 총아가 되었다. 1849년부터 공상적 사회주의의 경향을 띤 페트라셰프스키 모임에 출입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지만 극적인 순간에 사형 집행이 취소되어 유형을 떠나게 된다. 4년간의 감옥 생활과 4년간의 복무 이후, 잡지 《시대》를 창간함과 동시에 그의 작품 세계에서 이정표가 된 『지하로부터의 수기』(1864)를 발표했다. 이어, 지병인 간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죄와 벌』(1866), 『백치』(1868), 『악령』(1872),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1880) 등 심리적, 철학적, 윤리적, 종교적 문제의식으로 점철된 걸작들을 남겼다. 1881년 1월 28일, 폐동맥 파열로 사망했으며 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르 네프스카야 대수도원 묘지에 안치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죄와 벌 (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세계문학전집)




발췌



『죄와 벌』 상,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열린책들. 


찌는 듯이 무더운 7월 초의 어느 날 해질 무렵, S 골목의 하숙집에서 살고 있던 한 청년이 자신의 작은방에서 거리로 나와, 왠지 망설이는 듯한 모습으로 K 다리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p.11)


한순간 이목구비가 뚜렷한 청년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다는 듯 혐오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사실 그는 멋진 검은 눈동자에 짙은 아맛빛 머리털을 가진 미남으로, 약간 큰 키에 균형이 잘 잡힌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p.13)




예순 살쯤 되어 보이는 작달막하고 말라빠진 노파의 눈은 날카롭고 사악해 보였으며, 코는 작고 뾰족했고, 머리에는 아무것도 쓰고 있지 않았다. 숱이 적고 하얗게 센 머리털에는 기름이 잔뜩 발라져 있었다. (p.16)


“이 시계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알료나 이바노브나?”

“시시한 물건만 가지고 다니는구려, 젊은이. 이런 물건은 전혀 값이 안 나가요. 지난번 반지는 2루블을 주었지만, 그런 반지도 기념품 가게에 가면 1루블 반에 새것을 살 수 있는걸.” (p.18)


너하고 편지로 이야기를 나눈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구나. 그렇다고 생각하니 나도 괴로워서 어떤 날은 잠도 이루지 못했단다. 하지만 어쩔 도리 없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나를 네가 비난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도 잘 알고 있지? 너는 우리 집의 외아들이고, 두냐'와 내게 너는 우리의 전부이자, 유일한 희망이며, 기쁨이란다. (p.51)





흥미로운 점은 라스꼴리꼬프가 대학을 다닐 때는, 거의 친구를 사귀지 않았고, 사람들을 멀리했으며, 아무도 방문하지 않고, 또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것도 허용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점이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곧 그와의 관계를 끊게 되었다. 공공의 집회에도, 대화에도, 놀이에도 그 어떤 것에도 그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돌보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로 인해 학생들은 그를 존경하기까지 했으나, 그 어느 누구도 그를 사랑하지는 않았다.(p.81) 


-“이게 뭐요?” 그녀는 다시 한번 라스꼴리니꼬프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손으로 전당품의 무게를 가늠했다. “물건은……담뱃갑이에요…….은제입니다…….보세요.” “어쩐지 은제는 아닌 것 같은데……지독하게도 쌌구먼.” 그녀는 꾸러미를 풀려고 애쓰며 빛이 들어오는 창 쪽으로 몸을 돌렸다.(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창문이 모두 닫혀 있었다). 그녀는 몇 초 동안 그를 내버려둔 채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그는 외투의 단추를 끌러서 도끼를 올가미에서 벗겨 냈으나, 아직 완전히 꺼내 들지는 못하고 옷 밑에서 오른손으로 붙들었다. 그의 양손은 무서울 정도로 힘이 빠져 있었다. 그는 자기 손이 매 순간 점점 마비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도끼를 꺼내다가 놓칠까 봐 두려웠다……. 갑자기 그는 현기증을 느꼈다.(p.116) 




-그는 자기가 미쳐 가고 있으며, 이 순간 상황을 판단하여 스스로를 지킬 만한 힘이 없고, 어쩌면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행동들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나님 맙소사! 도망가야 한다. 도망가야 해!>그는 중얼거리며 현관으로 몸을 던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는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그런 공포를 체험하게 되었다.(p.121)


-방 한가운데에는 리자베따가 손에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서서, 넋을 잃은 채 살해당한 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온통 백지장처럼 질린 모습이 소리를 지를 힘마저 없어 보였다. 뛰쳐나온 그를 보자 그녀는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경련이 일었다. 그녀는 손을 들고 입을 열려 했지만, 여전히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천천히 그를 피해 구석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뚫어질 듯 그를 쳐다보았으나 여전히 비명을 지르지는 못했다. 숨이 막혀 소리를 지를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는 도끼를 들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p.120)


 그는 그들에게 해줄 단 한마디의 인간적인 말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럴 정도로 그의 마음은 갑자기 공허해졌다. 괴롭고도 끝없는 고독감과 음울한 소외감이 갑자기 뚜렷하게 그의 영혼 속으로 파고들었다. (p.153)


“로쟈는 닷새째 병이 나서, 사흘간이나 헛소리를 하다가, 지금에서야 깨어났습니다. 이제 식욕이 돌아와서 음식을 먹기도 했지요. 자, 여기 의사 양반이 앉아 계시고, 그가 이제 막 로쟈를 살펴보았습니다. 저는 로쟈의 친구이자, 역시 예전에 대학생이었던 사람으로 지금은 이 친구를 돌보고 있습니다.”(p.211)




“나를 내버려둬! 나를, 모두 다!” 라스꼴리꼬프는 흥분해서 소리 질렀다. “언제쯤 나를 내버려 둘 거야. 이 고문자들아! 나는 너희들 따윈 두렵지 않아! 나는 아무도, 아무도 이젠 두렵지 않아! 저리 나가! 난 혼자 있고 싶어. 혼자 있고 싶다고! 제발!” (p.223)


-“문제는 이분의 논문에서 모든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사람으로 나뉘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거야. 평범한 사람들은 순종적으로 살아야만 하고, 법률을 어길 권리를 지니고 있지 않아. 왜냐하면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비범한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리와 법률을 위반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비범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만일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당신의 논문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p.376)


-“바로 이 점인데……정말, 어떻게 제대로 설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대단히 경박한 생각이긴 합니다만……심리적인 문제이지요……. 당신이 그 논문을 작성하고 계실 때 말입니다, 도저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겠지만, 허허, 혹시 아주 조금이라도 당신은 자기 자신을 <비범한>사람이라고, 즉 새로운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습니까? 당신이 말씀하신 그런 의미에서 말입니다……. 그랬습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지요.”라스꼴리니꼬프는 경멸이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라주미힌은 몸을 움찔했다.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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