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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일도무사히 Sep 05. 2023

막연하고 또 막막한 그 돈

고양이 목에 방울을 어떻게 달았나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①

브런치에 들러주시는 여러 독자들께 인사드립니다. 저는 SBS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심영구입니다. 여러 부서를 거쳐 2018년 중반부터 데이터저널리즘팀에 있었고 지금은 '스브스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의 지식구독플랫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러 해 전부터 SBS 팟캐스트 <북적북적>에서 '책 읽어주는 기자2'로서 책을 읽어왔고 브런치엔 그 내용을 주로 담아왔습니다. 


뜬금없을 수 있지만 연재를 해보려고 합니다. '데이터저널리즘과 시행착오'라는 분류로 여기에도 10여 편 썼던 걸 좀 더 본격적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연재 횟수가 쌓이면 다른 묶음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이렇게 연재를 시작하는 이유는, '남는 건 사진'이라고 하듯 '결국 남는 건 기록'이겠다 싶어서입니다.   




639,000,000,000,000.      


0이 무려 12개! 639 다음에 0이 12개 붙어야 639조 원이 된다. 대한민국 국민 5천만 명에게 나눠준다면 한 사람이 1,278만 원씩 받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 그러나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이 돈은 2023년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2023년 정부 예산 총액이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24일에 확정된 639조 원은, 2023년 나라살림에 대한민국 정부가 쓰기로 한 돈이다. 어마어마하다.     


해마다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나는 이 정부 예산, 그만큼 정부가 써야 할 돈이 많다는 의미다. 또 그만큼 납세자인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도 된다. 예산의 원천은 당연하게도 내가 낸 세금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정부 권력 감시라는 점에서, 게다가 이 예산에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보면 이 예산의 편성과 심사, 집행을 감시해야 하는 건 언론의 당연한 채무이다.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하 마부작침)이 이 예산에 관심을 가졌던 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저 어마어마한 액수라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이걸 극복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최우선 과제였다.      


수백조 원 규모의 고양이에게 어떻게 방울을 달 것인가?          


이렇게 막중한 국가 예산 감시,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를 정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살펴봐야 했던 건 예산의 ‘흥망성쇠’ 과정이었다. 매년 정부가 쓰는 예산은 그 전해 12월에 확정되는데 금액도 크고 정부 모든 부처와 기관이 망라돼 있는 만큼 과정도 길다. 올해 예산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내년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크게 다른 얘기가 아닐 정도다. 


암튼 그 과정은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의 예산안을 취합해 전체 정부 예산안을 마련한다. 이 예산안은 헌법에 따라 국회 심사를 받아야 하기에 9월 3일까지(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12월 2일(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 의결, 즉 새해 예산을 확정한다.(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지만 일단은 준법한다고 치고.) 그러니 정부가 시한 직전에 예산안을 제출하고 국회가 의결 직전에 심사를 마친다고 가정하면(실제로도 그렇긴 하지만.) 예산안 심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9월 3일부터 12월 2일까지 3개월이 된다. 600조 원 규모의 예산안 심사를 3개월 동안 한다... 좀 빠듯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실은 더 적다. ‘최대로 해야 3개월’이라는 말이다. 통상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까지 끝내고 난 뒤인 11월부터 단 1개월이 국회가 예산안을 심사하는 기간이다.      


마부작침은 여러 차례 논의한 끝에, 국회의 예산안 심사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즉, 예산이라는 거대한 고양이의 목을 국회, 그중에서도 예산안 심사라고 본 것이다!(사후 정리하니 그랬다는 것이고 사실은 여기저기 찔러보다니 결국 남은 게 예산안 심사였다.)      


그러면 어떻게 살펴보고 분석하고 검증할 것인가.      


관심 있는 독자들은 정치, 특히 국회와 관련해 데이터를 뭔가 많이 사용한 듯한 기사를 많이 봤을 것이다. 국회에는 데이터가 많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회의는 기록되고 또 속기록이 남는다. 예산안을 심사하는 회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회의록을 입수해 읽어보기 시작했다.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프로젝트는 이렇게 막을 올렸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어떻게 달았나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①

고양이 목에 방울을 어떻게 달았나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①

고양이 목에 방울을 어떻게 달았나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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