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정과 절제 사이 Oct 13. 2016

엄마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몇 년 전이고 지금도 여전히 나는 못난 딸이다.

이 글을 쓴 지가 몇 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많이도 야위어서 이제는 품에 쏙 들어오는 그녀를 한 품에 안고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넉살 좋은 딸이 되어 보기로 한다. 그대처럼.  


열 달 동안 당신의 뱃속에 나를 소중히 품었던 당신은

어렸을 적부터 한시라도 떨어져 있기 싫어해 오다리가 되도록 등에 업고 다녀야만 했던 당신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마음에 들 때까지 머리를 새로 묶어서 학교에 보내야 했던 당신은

늘 사고만 쳐서 선생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아야 했던 당신은

전화기 너머로 애써 밝게 말하고 있는 딸의 목소리를 또 알아채고  


눈물을 쏟아내고 만다


태어나면서 당신과 연결되어 있던 탯줄은 진작에 끊어졌음에도  

당신은 나의 숨소리 하나에도 쿵- 하고 심장이 떨어지듯 여리디 여린 눈물을 쏟고 마는 것이다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하는 당신...  

그런 당신은 몇 배로 힘들면서도 괜찮다는 당신  

아직까지 효도한 번 제대로 한 적 없는데 넘칠 정도로 많은 것을 받았다고 말하는 당신...  

못나고 못나고 못난 딸이라서 당신의 힘든 일상은 생각조차 못하는데 당신은 내가 밥을 먹었는지는 왜 그리도 궁금한지...  


오늘 또 못난 딸 때문에 쿵- 하고 당신의 심장이 떨어지고  

남몰래 또 해이해진 소매 끝으로 눈물을 닦아내면서  

또 얼마나 당신은 마음 아파했을지...  


그런 당신 생각에

가슴이 아리고 쓰라려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마냥 당신 품 안에서만 살고 싶다 


미치도록 그립고 사랑한다고   

당신에게 프러포즈를...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도 당신이라고 고백을.

작가의 이전글 이때 난 어떤 감정이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