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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과 절제 사이 Oct 13. 2016

침묵이 '0'이지 않은 이유

성급하게 말을 하는 대신 침묵을 선택해라

                                 

시계를 거꾸로 거꾸로 백 바퀴 이백 바퀴... 천 바퀴만 돌릴 수 있다면 

그 순간 난 당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입 꾹 다물고 그 시간을 견뎌낼 것이다.
궁금해서 당신이 왜 아무 말이 없느냐고 묻게 되면 지금 나는 

당신에게 가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할 것이다.


몇 년 전에 끄적이던 글을 오늘 마침표를 찍으려고 한다.

이 글은 내가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어떤 말 한마디가 가져온 결과에 대한 후회를 적어 둔 것이다.

예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성격이 꽤나 훌륭한 것도 아니고 뭐하나 번지르르한 스펙을 가진 것도

없다. 난.

그런데 누군가가 호의를 보이기 시작했다.

같이 영화도 보고 싶다고 했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다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전해왔다.

그 사람, 참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걸로 안다. 사업 실패로 인해 오랜 기간을 하루 세 시간 이상을 자지 않고

빚을 갚기 위해 열심히 산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성일랑 눈길 한 번 줄 틈이 없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때쯤 우리는 딱 얼굴 두 번 본 아는 사이였고 

그 두 번의 짧은 식사가 그 사람과 나의 끝이다.


아마 길거리에서 만난다면 우리는 그냥 모르고 스쳐 지나갈 만큼 세월도 흘렀고 

짧은 만남은 그 사람에 대한 여운도 길지 않았다.

사람마다 특유의 여운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형태로든 툭- 하고 어느 순간 튀어나오며 그 사람의 느낌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그렇기에 이 사람이 가진 여운을 잊지 않았었고 가끔 미련이 남던 순간들도 있었다.

성실하고 웃는 것이 예쁘고 단정하기까지... 참 괜찮은 사람이었기에.


그때 그 사람이 나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만나자고 했을 때 차라리 침묵을 지켰거나

바쁘니 다음에 만나자고 했다면 아마도 저때 흐지부지하게 미련이 남은 채 후회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연락이 왔던 순간 내 감정은 하필 바닥이어서 그것이 무엇이었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이

극단적이었다. 해서 그만 연락해달라는 메일을 보냈고 우리의 연락은 그렇게 단절이 되었다. 

만약 그때 침묵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시작'은 하게 되지 않았을까...


남녀관계든 인간관계든

때로는 냉정해 보일지라도

연락에 무응답으로 대처하는 뻔뻔함이 필요하며

성급하게 말을 하는 대신 침묵을 선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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