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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과 절제 사이 Oct 28. 2016

귀한 인연

법정스님의 귀한 인연이기를  



몇 년 전 친한 언니에게 책을 선물한 적이 있었다.

한참을 서점에서 언니가 좋아할 만한 에세이집을 고르고 집으로 돌아와 

혹시라도 구겨질까, 먼지라도 묻힐까 조심스럽게 먼저 읽어 내려가는데

번뜩- 하는 글귀가 있었다.


책 제목도 전혀 기억나지 않고

책 속에는 다른 좋은 글귀들이 많았는데도 

그다지 앞 뒤 맥락에 중요하지도 않았던 한, 짤막한 문장이 

나에겐 오랜 여운으로 남아 있다.


"누구나 제 짝을 찾는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남녀는 어떻게든 인연이 닿아서 굳이 애쓰지 않아도

결국엔 제 짝을 찾아서 이루어진다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작가의 의도는 사랑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그런 의미로 써 내려갔을 것이다.


여기에 살짝 생각을 덧붙인다면,

법정 스님의 '귀한 인연이기를'의 시 구절처럼

집착 없이! 가볍지 않게! (그 사람을 사랑하고)

기쁠 때나 힘들 때 서로의 곁을 허락한다면

그 사랑은 오래오래~ 함께하지 않을까...



귀한 인연이기를


                                                         법정 스님


진심 어린 맘을 주었다고 해서

작은 정을 주었다고 해서

그의 거짓 없는 맘을 받았다고 해서

그의 깊은 정을 받았다고 해서

내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깊은 사랑의 수렁에 빠지지 않기를


한동안 이유 없이 연락이 없다고 해서

내가 그를 아끼는 만큼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만큼

그가 내게 사랑의 관심을 안 준다고 해서

쉽게 잊어버리는 쉽게 포기하는 

그런 가볍게 여기는 인연이 아니기를


이 세상을 살아가다 힘든 일 있어

위안을 받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살아가다 기쁜 일 있어 

자랑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

내게 가장 미더운 친구

내게 가장 따뜻한 친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따뜻함으로 기억되는 이가

당신이기를 

그리고 나이기를


지금의 당신과

나의 인연이

그런 인연이기를




p.s 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뾰족한 마음이 생기면 이 시를 꺼내 읽곤 한다. 

      그럼에도 잘 대해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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